사실 스포츠에 너무 집착하지 않으려 해도
정신을 흩뜨리는 더위 때문에
자연히 TV에 눈이 가는 나날이다.
그래도 빅게임인 축구를 안 볼 수 없어
3시에 잠이 깨어 중계를 보는데,
우리 선수들이 주눅도 들지 않고 예상외로 잘 뛰어주었고
편파 판정의 느낌이 드는데도 의연히 대처해
결국 승리로 이끈 선수들이 믿음직스럽다.
각본 없는 드라마의 감동을 받은 아침이다.
범부채는 붓꽃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우리나라 각처의 들과 산에 자생한다.
뿌리줄기가 발달하고, 잎은 어긋나는데
칼 모양의 잎이 두 줄로 늘어서며,
밑동은 줄기를 감싼다.
6~8월에 황적색 바탕에 검은 자주색
반점이 많은 꽃이 피고, 9~10월에 타원형의
열매가 갈색으로 익으면서 껍질이 벗겨지고
검은색의 둥근 씨앗이 밖으로 드러난다.
한방에서 ‘사간(射干)’이라 하여 뿌리줄기를 약재로 쓴다.
♧ 범부채 - 김승기
겨우 이슬로 꽃을 피우는
그 얇고 가는 부챗살로
어찌 시원하게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겠느냐
혼자서만 아프게 아프게 팔 휘저으면
세상이 너무 달아올라
한여름 뙤약볕
뜨거워진 지구를
식힐 수 있는 바람 부를 수 있겠느냐
개발과 오염으로 파헤쳐지고 죽어가는
모든 곳이 쓰레기장
부패와 비리와 폭력과 무질서
마약과 범죄와 도박과 음란으로 얼룩진
열기 가득한 도가니 속
썩어나는 것뿐인 세상을
한 번에 날릴 수 있는 바람
보고 싶구나
더는 앉아서 못 보겠구나
네게로 가서
부채질에 힘을 더하면
선풍기로도 에어컨으로도 안 되는
달구어진 땅 식혀 줄
한 점 자연의 바람 일지 않겠느냐
범부채로 일으키는 작은 몸짓이어도
북극의 바람 불러올 수 있지 않겠느냐
♧ 너의 자유는 부채처럼 내 옆구리에서 - 허순위
그것은 집, 밥, 옷처럼
눈물과 sex처럼
네가 내 가슴에 넣어준 큰
나뭇잎사귀처럼
절대희망처럼
꽃처럼
내
한숨처럼
불타는 나의 옆구리에서
활짝 펼쳐진
성 금요일 저녁으로부터
멀리멀리 달아나는 망명길처럼
♧ 마음속의 부채 하나 - 권태원
차디찬 샘물을 길어 오고
청솔 솔가지들을 주워다가
아무도 없는 심산유곡의 선방에서
차 한 잔을 달여 마신다
솔바람 차 향기
문지방 대발에 잠시 걸어 두고
스님들의 휴식처인 지대방에서
금강경 화엄경도 잠시 벗어 던지고
파란 하늘 호수 아래에서 낮잠에 빠진다
해는 서산 너머 이미 다 져 버렸는데
바람 소리 계곡 물소리만
이따금 소쩍새 울음처럼 들려오네
오랫동안 가슴 속에 품어 온
마음속의 부채 하나
♧ 어머님의 부채바람 - 박태강
한여름 무더운 밤
마당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본다
수많은 별들이 수놓고 반짝이며
모두 자기를 뽐내며 멋을 부린다
별똥별은 밝은 선을 그으며
쉴 새 없이 하늘 끝으로 흘러 가
내 별은 어디 있을까
상상하며 생각 많던 시절
모기불로 연기를 피워도
쉴 새 없이 공격하는 모기 떼
어머님은 계속 부채질을 하신다
그 바람이 얼마나 시원하고 좋았는지
내가 잠들 때까지
계속 하신다
선풍기 바람
에어컨 바람이
어째 그 바람보다 나으리오
지금도 부채바람 생각하면
두 눈에 이슬이 맺힌다
♧ 남원부채 - 김종천
쇠전머리 아래 후미진 곳
날 밝으면 논밭에 매여 살아도
밤마다 겨울마다 모여 모여서
창호지 부채 만드는 조선 사람들.
양반님들 점잔빼며 흔들어 대고
한량님들 나들잇길 함께 하는 건
아예
원한 적이 없었네
논배미 밭둔덕에서
잠시잠깐 땀방울이나 털어내고
모깃불에 끄떡 않는 극성스런 모기나
힘차게 쫓아내는
우리네 서민들 바람 만들기
묵묵히 대대로 이어왔네
에어컨 선풍기 신명난 세상
참 할 일 없어도
시대의 뒷전 쫓는 걸음걸이로
심심찮게 바빠 보는 부챗일이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련만
이제는 하얀 마음 많이 바랬네
부채야 부채야 조선부채야
값싸고 못 생긴 조선부채야
조선팔도 활개 치며 바람 날렸지
볼품없어 힘차게 쏟아지던 조선바람
옛 시절 시원함을 맛볼 길 없구나.
♧ 부채 - 공석진
눈이 부셔
숨 막히게 그리운 날
내게 바람을 피워다오
앞가슴 발그레 열어헤쳐
엉덩춤 살랑살랑 흔들어
남정네를 유혹해 보렴
몸 뜨거운 열정은
네게 주는 무한애정이다
흐린 날
가을바람 불어오는 길목에
냉정한 비가 쏟아져
아쉬움이 사라진대도
변함없이 사랑하리니
여인이여
내게 애향 간절한
정욕 바람을 피워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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