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림공원의 매화 소식을 접하고
도저히 앉아 있을 수 없어
차를 몰고 다녀왔다.
오가며 2시간
사진 찍기 1시간 반
도합 3시간 30분을 투자해서
매화와 수선화 실컷 보고 왔다.
이른 것은 벌써 1주일 전쯤부터 피기 시작했고
늦은 것은 아직도 작은 봉오리로 있다.
그 중 요묘한 색의 매화를 골라
홍해리 선생님의 매화 시편과 함께 올린다.
♧ 매화 피면
하늘을 열기 위해
우주를 삼킨
네 눈에 모은 빛으로.
이 겨울
우리의 빈혈을
다수웁게 덥히면.
은은히 들려오는
피리소리
천상에서 내리고,
마주하고
나누는
넉넉한 달빛으로,
자기잔에
넘치는
마알간 술빛,
허기로
달래보는
이 계절의 위안이여!
♧ 매화梅花
7. 8월
매화는
임신중
입덧을 하느라
잎이
말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눈빛도 말려
언 눈 속
이른 봄
잔치는 잔치
삼복에
부른 배
기미가 피어
말린 잎
흔들다
잠이 든 고요.
♧ 매화 피면 1
하늘을 열기 위해
우주를 삼킨
네 눈에 모은 빛으로,
이 겨울
우리의 빈혈을
다수웁게 덥히면,
은은히 들려오는
피리소리
천상에서 내리고,
마주하고
나누는
넉넉한 달빛으로,
자기 잔에
넘치는
마알간 술빛,
허기로
달래보는
이 계절의 위안이여!
♧ 매화 피면 2
매화 피면 찬 하늘에 피리소리
가슴 속에 절을 짓고 달빛을 맞네
달빛 젖어 흔들리는 빛나는 소멸
피리구멍마다 맨살의 무지개 피네.
♧ 매화나무 책 베고 눕다
겨우내 성찰한 걸 수화로 던지던 성자 매화나무
초록의 새장이 되어 온몸을 내어 주었다
새벽 참새 떼가 재재거리며 수다를 떨다 가고
아침 까치 몇 마리 방문해 구화가 요란하더니
나무속에 몸을 감춘 새 한 마리
끼역끼역, 찌익찌익, 찌릭찌릭! 신호를 보낸다
‘다 소용없다, 하릴없다!’ 는 뜻인가
내 귀는 오독으로 멀리 트여 황홀하다
한 치 앞도 모르는 게 인생이라는데
고요의 바다를 항해하는 한 잎의 배
죄 되지 않을까 문득 하늘을 본다
창공으로 날아오르는 입술들, 혓바닥들
천의 방언으로 천지가 팽팽하다, 푸르다
나무의 심장은 은백색 영혼의 날개를 달아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언어의 자궁인 푸른 잎들
땡볕이 좋다고 금빛으로 반짝이고 있다
파다하니 뱉는 언어가 금방 고갈되었는지
적막이 낭자하게 나무를 감싸안는다
아직까지 매달려 있는 탱탱한 열매 몇 알
적멸로 씻은 말 몇 마디 풀어내려는지
푸른 혓바닥을 열심히 날름대고 있다
바람의 말, 비의 말, 빛의 말들
호리고 감치는 품이 말끔하다 했는데
눈물에 젖었다 말랐는지 제법 가락이 붙었다
그때,
바로 뒷산에서 휘파람새가 화려하게 울고
우체부 아저씨가 다녀가셨다
전신마취를 한 듯한, 적요로운, 오후 3시.
♧ 매화에 풍경 달다
거저듣는 새소리 고마워
매화 가지에 방울을 걸어 주었다
흔들의자에 앉아
바람이 그윽한 화엄의 경을 펼친다
매화의 분홍빛 눈은 이미 감겨지고
연둣빛 귀를 파릇파릇 열고 있다
매화에 없는 악보를 풍경치듯
하나 하나 옮겨놓고 있는
붕어가 콕콕 쪼고 톡톡 치며
하늘의 노래를 시나브로 풀어 놓고 있다
바람이 물고기를 타고 춤을 추는
매화 사타구니에서 울리는 종소리에
가지마다 많은 열매가 달리겠지요
올해는 매실이 더욱 튼실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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