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풀고사리
김종호 시인이 제4시집
‘소실점’을 냈다.
창조문학 대표 시인선으로 발간된
이 시집은
1부 어느 가슴에 노래이고 싶다
2부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3부 그리움
4부 깊은 달
5부 농심
6부 허공
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 몇 편을 골라
토요일 월라산에서 찍은
발풀고사리와 같이 올린다.
♧ 어느 가슴에 노래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비문 같은
한 편의 시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걸어 둘
한 편의 그림이고 싶다
시인이라거나
화가라거나
모자를 벗어버리고
벌레 소리 자욱한 길
임의 가슴에 번제의
향기로운 노래이고자
♧ 자화상 2
거울 속에
그 눈을
마주 볼 수 없네.
해 아래 드러난 몸
감추려 할수록
고약스레 풍기는 방귀.
하늘에 가득한 눈
코를 막고
빙그레 웃으시니
에라, 백발을 나부끼며
개다리 춤인들 보여드릴까.
♧ 흑백사진 한 장
큰 애는 날고구마를 양손에 먹고 있고
세 살배기는 땅바닥에 앉아 흙장난을 하고
저 70년대 흑백 사진 한 장을 보다가
목이 메다가 그만 울고 말았다.
바쁜 일 없이 바쁘게
무슨 의혈단원인 듯 부글부글 속 끓이면서
허구한 날 술에 찌들어
저 어린 것들 추억 하나 만들어주지 못하고
손잡고 다정하게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해송처럼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 빈집 4
왁자하게 피었다가
마른 바람에
부스럭거리네.
첫눈이 내리고
들판 너머로
하얀 꿈 아련하다.
환청 같은
그리움
싸륵싸륵 창문을 두드리네.
♧ 안개 3
무료한 창가에
먼 바다 무적소리
낡은 거리와
노란 웃음과
파란 눈물과
무슨 책 몇 쪽의
무슨 얘기였더라
혼자 불어가는 들판
길을 다 지우고
그리움만 무너져 내린다.
♧ 農心농심
天來천래의 어머니
가난한 젖을 빨며
별과 달과 해와
흙으로 살아라.
가뭄에 목이 타고
홍수에 애 터져 흐르는
거기, 내 자리
가을산은 아리게 풍성해도
늘 쓸쓸하고
그 겨울 하얀 기다림에
저만큼 춘궁기가 시려도
임 생각에 봄이 좋아라.
처음 약속 끝내 신실하여
忍從인종은 누렇게 출렁거리고
농심은 푸른 햇살로 눈부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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