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김종호 시집 ‘소실점’

김창집 2013. 12. 23. 00:22

 * 발풀고사리

  

김종호 시인이 제4시집

‘소실점’을 냈다.

 

창조문학 대표 시인선으로 발간된

이 시집은

1부 어느 가슴에 노래이고 싶다

2부 그대에게 나의 사랑은

3부 그리움

4부 깊은 달

5부 농심

6부 허공

으로 구성되어 있다.

 

시 몇 편을 골라

토요일 월라산에서 찍은

발풀고사리와 같이 올린다.

  

 

♧ 어느 가슴에 노래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비문 같은

한 편의 시이고 싶다

 

어느 가슴에

걸어 둘

한 편의 그림이고 싶다

 

시인이라거나

화가라거나

모자를 벗어버리고

 

벌레 소리 자욱한 길

임의 가슴에 번제의

향기로운 노래이고자

  

 

♧ 자화상 2

 

거울 속에

그 눈을

마주 볼 수 없네.

 

해 아래 드러난 몸

감추려 할수록

고약스레 풍기는 방귀.

 

하늘에 가득한 눈

코를 막고

빙그레 웃으시니

 

에라, 백발을 나부끼며

개다리 춤인들 보여드릴까.

  

 

♧ 흑백사진 한 장

 

큰 애는 날고구마를 양손에 먹고 있고

세 살배기는 땅바닥에 앉아 흙장난을 하고

 

저 70년대 흑백 사진 한 장을 보다가

목이 메다가 그만 울고 말았다.

바쁜 일 없이 바쁘게

무슨 의혈단원인 듯 부글부글 속 끓이면서

허구한 날 술에 찌들어

저 어린 것들 추억 하나 만들어주지 못하고

손잡고 다정하게 대화 한 번 나누지 못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해송처럼 자라줘서 너무 고맙다.

 

 

♧ 빈집 4

 

왁자하게 피었다가

마른 바람에

부스럭거리네.

 

첫눈이 내리고

들판 너머로

하얀 꿈 아련하다.

 

환청 같은

그리움

 

싸륵싸륵 창문을 두드리네.  

 

 

♧ 안개 3

 

무료한 창가에

먼 바다 무적소리

 

낡은 거리와

노란 웃음과

파란 눈물과

 

무슨 책 몇 쪽의

무슨 얘기였더라

 

혼자 불어가는 들판

길을 다 지우고

그리움만 무너져 내린다. 

 

 

♧ 農心농심

 

天來천래의 어머니

가난한 젖을 빨며

별과 달과 해와

흙으로 살아라.

 

가뭄에 목이 타고

홍수에 애 터져 흐르는

거기, 내 자리

가을산은 아리게 풍성해도

늘 쓸쓸하고

그 겨울 하얀 기다림에

저만큼 춘궁기가 시려도

임 생각에 봄이 좋아라.

 

처음 약속 끝내 신실하여

忍從인종은 누렇게 출렁거리고

농심은 푸른 햇살로 눈부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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