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울릉도 주변의 바위섬

김창집 2014. 9. 25. 01:11

 

울릉도는 신생대 제3기와 제4기에 있었던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종상화산의 정상부로 볼 수 있다. 조면암, 안산암, 현무암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백두화산맥이 남동쪽으로 길게 뻗어 동해상에 울릉도를 솟게 하고, 그 여세를 몰아 동남해상에 독도를 비롯한 많은 화산을 분출시켰다.

 

동해 깊은 바다 속에서 분출했기 때문에 화산체의 많은 부분이 바닷물에 잠겨 있어 물 위로 나타난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그러기 때문에 주변의 바다는 엄청나게 깊어 먼 곳의 바위섬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까운 곳에만 작은 바위들이 있어 차를 타고 해안가를 돌 때 차창 너머로 찍은 것들이다.

   

 

♧ 울릉도행 썬플라워호 - 김윤자

 

바다에서 바람과 파도만 먹고 자란 네가

꽃처럼, 사람처럼 아름답구나.

하얀 동체 너른 품속에

수백 명의 사람과 수십 대의 차를 싣고

포항과 울릉도를 오가는 바다의 어머니

높은 파고에도 넘어지지 않고

뜨거운 함성으로 태평양 바다를 가른다.

비행기에 탑승하듯

고정된 철계단을 걸어올라 승선할 때

너의 깊은 속심을 알았지만

그 높은 곳이 겨우 일층 선실

머리 위에 삼층 객실을 이고, 짠물에 뿌리를 묻고

내달리는 눈물겨운 질주

너는 거룩한 바다의 이방인

단체여객C실, 배 후미 창문을 따라오는

하얀 물보라 기둥을 보며 황홀하다고 느끼는 가슴과

멀미를 다독이려 무아의 적멸로

사각의 선실 바닥에 널브러져 누운 두뇌

이 모든 것은 공포의 무한지대로부터 해방시키는

너에게서 얻은 바다의 자유, 바다의 평화였다.

   

 

♧ 바다가 보이는 산등성이 - 최홍윤

 

산과 산으로

사방이 꽉 막힌 곳에는

내 마음이 솔 괭이 같이 팍팍해지고

답답한 가슴이 찌들기 때문에

나는 좀처럼 그런 곳에는 가지 않는다

 

간혹

강줄기가 굽이쳐 나가고

저녁연기 모락모락 나는 호젓한 마을

그런 마을의 뒷동산도 좋기는 한데

오랫동안

바다가 보이는 산등성이에 오르지 않으면

덧나는 몸살로 속수무책이다

 

나는 한 때

눈비를 마다치않고

온몸으로 희망과 절망의 길을 오가며

사시절 산등성이를 오를 때가 있었다

희망에 부풀고 넓은 세상을 향해

쉼 없이 오르던 바다가 보이는 산등성이

 

올망졸망한 산길은

절망과 증오가 싹트기 십상이지만

굶주린 뱃가죽을 움켜쥐고 오르다 보면

끝없이 펼쳐진 동해의 수평선에

무역선이 바다를 가르고

 

눈이 시리도록 맑은 날에는

쪽빛 바다에 검은 바위섬 하나

그 섬이 바로 울릉도란 것도 알았다

 

나는 오늘도

바다가 보이는 산등이에 걸터앉아

어쭙잖게 시를 쓰고 있다.

 

 

 

♧ 파도 - 강위덕

 

외발로 서 있는 퀭한 바위섬

찌푸리는 이끼사이로 파도가 친다

 

지워지지 않는 옛일들

서슬을 세운 감정의 파편이 이끼사이로

쑤룩 쑤룩 곱 집히고

늙고 거친 바다는

수국 꽃처럼 푸르게

바다 쪽으로 범람했다

 

물의 육체에서 발기된 바위섬

이데올로기가 거세된 하늘을 숨쉬고

파도 소리의 미립자들만

영원을 포겐 파르나스의 폭풍을 일게한다

   

 

♧ 바위섬 - 김용진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파도에 밀리지 않는

바위섬

너와 함께 앉아서

내 삶의 깊이를 찾는다

 

아무렴

너 보다 더 하랴만

아득히 꿈같은 세월

천고만신 쌓인 아픔

의지로 이겨왔음을

나는 자부한다

 

오늘

너와 함께 나를 돌아보며

인고의 삶 사랑의 세월

길고 긴 터널을 벗어나

내일을 위한

밝은 앞날을 설계한다.

   

 

♧ 바위섬 - 박덕중

 

숱한 파도에

할퀴고 헐린

억겁의 슬픔 걷어내고

 

바위섬은 이젠

빼어든 칼날로

바다와 대적한다

 

전생에 무슨 죄로

바다 위에 태어나

매를 맞으며

파도와 싸워야 하는가

 

천만 번 부딪히며

잔인한 저 질타의

물매에 구멍 뚫린

 

소금 바람에 검게 그을린

바위섬

이젠 마지막 남은

뼈로서 너를 대적한다

 

천만 번

부서지고 깨어져도

또 다시 합류하여 달려드는

저 파도를……

   

 

 

♧ 바위섬 소나무 - 이길원

 

겨우 뿌리 내린 바위 틈

어둠 속으로 폭풍이 감긴다

폭풍에 흔들리는 하늘

누군가가 나를 밀고 있다

파도가 으르렁대는

바다 속으로 밀고 있다

 

(버티자. 지금 당장 죽는 것보다 이렇게라도 사는 게 낫다. 이 삶이 어떠하던 간에 살아 있어야 푸른 하늘을 볼 수 있지 않은가.)

 

균형을 잃지 않으려 몸을 버둥인다

그럴 때마다 굽어 지는 가지

화산처럼 폭발하려는 울음을 삼킨다

무엇일까. 나를 미는 것은…

그저 우두커니 서 있는 나를

돌아보면 아무도 없다

 

(지치고 지친 소나무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어렴풋이 알았다. 파도 속으로 자신을 밀고 있는 것은 별빛도 달빛도 아닌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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