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은 눈이 많이 내려 추웠고
올 1월은 그런대로 따뜻했기 때문에
병악으로 가면서
노루귀 하나둘 피었으리라 짐작했지만,
아직 노루귀 소식은 감감이고
대병악 분화구를
모조리 뒤진 끝에
어렵게 요 녀석들을 만났소이다.
복을 주고
건강을 준다고 해서 '복수초(福壽草)'
아직 제대로 피진 않았지만
어렵게 만난 녀석들을 보면서
아쉬운 대로 눈요기나 하고 있으면,
내일 왕이메 가서 제대로 찍어다 올리리다.
♧ 복수초 - 운봉 김경렬
한빙의 결속 끈을 의지로 담아내고
터지는 사랑으로 연약한 꽃대 올려
넘치는 열기 뿜어서 하늘 향해 웃었네
값이야 애지중지 난만은 못하여도
양지에 햇볕 있고 바람도 친구이니
정든 땅 걸어 잠근 문 없어 모두 벗이네
설한풍 몰고 와서 놀다간 잡석에는
울타리 필요 없고 품어줄 님 없는데
멋이야 하늘짝사랑 독차지가 멋이네
복수초는 2월과 3월에 눈속에서 피는 꽃으로 매화보다 먼저피고 봄을 알려주조
또 복수초는 열이 많아서 눈속에 핀다고 하데요 사진 작가에게서 애찬을
무지무지 들었는데 다 잊고 사네요
뿌리는 독이있고 한약재로 쓴다네요 전문가가 아니므로 복수초 자랑은
이만 줄일랍니다.
이름도 참 많이 불리던데, 원일초 ·설련화 ·얼음새꽃, 촉금잔화
꽃의 색깔 종류는 우선 황금색, 분홍색, 보라색, 흰색이 있으며
미나리 아제비과 일년생 다년초입니다.꽃말은 "슬픈 추억"이랍니다.
특히 보라색은 노루귀 꽃과 너무 흡사해서 헷갈리기도 하지만
개화 싯점이 다르고 잎사귀가 다르죠
한때 인테넷에 노루귀 꽃이 대나무 꽃으로 이름표를 달고 다녔죠
대나무꽃은 볼품없고 한번 피면 대나무는 바로 죽는데 말입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뿌리를 촉금잔화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관상용으로 재배 한다네요,
양지 바른 산비탈에 눈을 뒤짐어 쓰고 핀답니다.
한방과 민간에서 강심제(强心劑) 창종 진통제
이뇨제(利尿劑)로 사용하지만
독 있는 식물이라서 조심해야 한다네요
♧ 겨울에게 복수(復讐)하다 - 김종제
너희들에게 복수하리라 복수하리라
흙이나 바람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몸 짓밟고 간 것
이대로 당하지 않고 기필코 되돌려주리라
하며 잔설과 얼음을 뚫고 일어난
복수초(福壽草), 얼음새꽃
이제는 아무 쓸모가 없어
길가에 버려져 그 이름조차 부를 수 없게
산산조각난 유리처럼
누군가에 부딪혀 상처 심한 마음 가진
나와 그대로 닮아
무지(無知)의 나도 너희들을 뚫고
세상의 거죽을 찢고
분노처럼 일어서고 싶은 것이다
이것은 고칠 수 없는 병(病)일까
이것은 끌 수 없는 화(火)일까
원한(怨恨)의 눈물 심하게 흘리고 나면
차마 똑바로 쳐다보기도 힘든
강철 같은 대지에
꽃대를 밀어 올릴 만큼
뜨거운 악(惡)만 남는 것일까
그래서 복수(復讐)처럼 몸을 일으켜 세워
하늘 향해 굳은 맹세를 하는 것이다
겨울의 눈과 얼음을 이기고
죽음을 이기고 나를 이긴다면
그 뒤에 가장 먼저 잠에서 깨어난
햇빛 같은
용서의 눈물이 필요하리라
더 이상 퍼 올릴 수 없이
우물속 물뼈처럼 빠싹 말라버린다면
눈물과 분노의 뿌리 가까이 다가가
불을 지른다 산산이 타오르게
몸도 마음도 다 촉촉하게 젖어
내 안에 가득한 샛노란 피를 토한다
자비(慈悲)의 각혈처럼
복수초(福壽草)가 되어 복수(復讐)하는 것이다
♧ 복수초(福壽草) - 김경룡
폭설 덮인 산기슭으로
캄캄한 어둠 뚫고 비정한 칼바람 맞으며
붉은 먼지 간신히 학을 떼고
설인(雪人)처럼 길을 나섰습니다.
고뇌만큼 두텁게 쌓인 설원 저 너머
온종일 심마니처럼 헤매다 터벅터벅 발걸음 돌리니
양지바른 비탈 밭에 설국의 요정마냥
노랗게 피어 있는 복수초 송이 송이
동토(凍土)의 함묵 뚫고
복수(復讐)를 사랑으로 꽃피운 복수초
하이얀 강보(襁褓)에 싸인 아가처럼
대지의 슬픈 추억 주먹으로 감싸쥐고
무구(無垢)의 웃음 웃고 있었습니다.
백년만의 폭설도 그를 가두지 못하고
그믐밤 어둠도 그를 휘덮지 못하여
시드는 가슴에 부활의 꽃불로 피어난
여린 듯 강인한 봄의 전령사(傳令使)
그대 가까이 밀물처럼 봄빛 이미 넘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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