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주와 베트남의 바다

김창집 2015. 2. 12. 14:52

 

지난 1월 3일, 제주 문학인들이

베트남 꽝아이 성으로 가서

그곳 문인들과 공동으로 낸 시집

‘낮에도 꿈꾸는 자가 있다’

출판기념회와 시 낭송회를 가졌다.

 

저녁 때 그곳 문학인들이 열어준 파티,

술 마시고 노래하고 즐기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그들의 건배 구호 “못, 하이, 봐, 료!”를 외치면서

자정이 넘도록 마셔댔다.

 

위의 사진은 화순리 앞 바다,

다음 사진은 신촌 닭모르 해변이며,

뒤로 두 장은

베트남 꽝아이 해변 풍경입니다.

 

그 시집에서 바다에 관한 시 2편을 골라

두 곳의 바다 풍경과 같이 싣는다. 

 

 

♧ 濟州바다 - 문충성

 

누이야,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린다. 빛 잃은 별떨기들 빗속으로 사각사각

부서져 내리고 너와 나의 목숨이 그

빛 속에서 새로 깨어남을 알겠느냐, 어머니의

굴욕과 고독이 네 핏줄에 자라남을 알겠느냐.

백 년을 갈아도 날이 서지 않는 칼 한 자루, 어찌

비내리는 밤을 잘라낼 수 있겠느냐, 濟州 바다는 아랑곳없이

폭풍우치는 샛바람을 열어놓고 울타리

돌담 구멍을 들락이며 하얗게

어머니 주름진 한숨을 청대왓에 빨아낸다.

누이야, 어머니 눈물 속 바다에서 자라 바다로

돌아가는 길, 한 줌 모래가 될까, 바람에 흔들리다

삼사월 따스한 햇살 속에 햇살로 남아 바람 속에

바람결로 녹아 바다 속으로 바다 속으로 무너져가는 것이다.

짭잘한 세상이 무너져가다 일어서는 것이다.

오늘은 어머니가 키우는 눈물 속

바다에 비가 내리고 빗발 속 골목서

팽이치기하는 너와 나의 幼年이 뱅글 매를 맞고

가만히 귀 줘 들어 보라, 샛바람 속

바람을 지우며 뛰는 白鹿의 발걸음 소리

또 하나 눈먼 문명이 휘몰아오는 시커먼 순수를 보라, 누이야.

   

 

♧ 바다와 먼지 - 응우엔 꾸아 쭈옹

 

절세미녀가 갑자기 왜 실성해버렸나

천상의 바람마저 갑자기 미쳐버렸다

선박도 뗏목도 총탄의 위협을 받았다

천지사방 혼란스런 손길이 바다를 포위했다

온 세상이 그저 한 무리의 개미떼가 되었다

푸른 바다가 한낱 집 뒤뜰의 연못이 되었다

기괴한 광란이 한없이 길어졌다

모든 것을 빼앗아 밑바닥 없는 상자 속으로 던져넣었다

달아나는 길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쫓아갔다

지옥이 활짝 열리고 천당으로 가는 길이 꽉 막혀버렸다

강한 자가 최고인 정글의 법칙은 절세미녀도 봐주지 않는다

도가 없는 자들의 도는

절세미녀를 만들지 않는다

나는 근본으로 돌아간다

빗자루 끌어안고 쓸어버린다

수천 년의 먼지를

활활 뜨거운

붉은 가슴

보름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