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제비꽃 연가

김창집 2015. 3. 13. 08:59

 

♧ 제비꽃 - 양전형

 

울고 싶었구나

동긋이 핀 눈망울에 초롱초롱 자줏빛 이슬

너 곧 울겠구나

내 사랑 잃던 날

오늘처럼

야트막한 오름까지 먹장구름 앉았음을

누가 일러 주더냐

그때 내 안에 내리던

하염없는 장맛비가 생각나

너 금방

왈칵 울고 말겠구나

   

 

♧ 제비꽃 1 - 나태주

 

그대 떠난 자리에

나 혼자 남아

쓸쓸한 날

제비꽃이 피었습니다

다른 날보다 더 예쁘게

피었습니다.

   

 

♧ 제비꽃 - 김경숙

 

성삼재에서 피아골 가는

우거진 숲, 돌 틈

살포시 들어올린 꽃대궁

모두들 정상을 향해

바삐 움직일 뿐

땅속에서 끌어올린 소망의 눈짓

햇살에 그을리며

떨고 있다. 무더기 잎자루 사이로

침묵에 동참하는

못다 부른

봄의 戀歌연가여

   

 

♧ 제비꽃 연가 - 한휘준

 

내 가슴에 보일 듯 말듯 숨겨진 사랑

보라 빛 소박한 사랑 하나 있었습니다.

봄 처녀 흔들리어 살 풋 살 풋 부푼 가슴 드러나듯

봄바람에 알듯 말듯 애태운 사랑이었습니다.

 

졸졸졸 소리 높여 흐르는 시냇물처럼

사랑한다고 소리 높여 말하지도 못했습니다.

강변에 흐드러진 들꽃도 아니었습니다

 

풀숲에 고개 숙여 부끄러이 숨죽인 기다림이

강남 갔던 제비 돌아 올 때 고운님 하마 그리워

우물가에 보랏빛 저고리 단장 고름 물고서

방긋 방긋 미소 짓는 새색시 볼 붉은 사랑이라오.

 

보랏빛 저고리 고름 하얗게 헤어지도록

오신다던 님 기다리며 노을 지는 동구 밖 들녘 에서

보랏빛 제비꽃은 하얗게 그리움을 삼키고 있습니다.

   

 

♧ 제비꽃 - 한기홍

 

가끔 널 보고 사촌누이 손톱이라 했지

어둑새벽 풀 이슬 목걸이 여민 보랏빛 고아高雅.

 

가끔 널 보고 내 산화된 그리움이라 했지

가녀린 연미복 살랑이며 토해내는 그윽한 적요寂寥.

 

가끔 널 보고 떠난 그님 머리에 핀 옥잠이라 했지

꽃술에 앙증 담고 내 온몸 휘감는 세 가닥 고혹蠱惑.

 

가끔 널 넣으려고 했지

두어 걸음 아리게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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