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애월해변의 낚시꾼들

김창집 2015. 8. 12. 00:59

 

지난 토요일 탐문회 워크숍을 한다고

애월 돌빌리지 한 채를 빌렸는데

아침저녁으로 모처럼 낚시하는 풍경을 보았다.

 

낮에 도착한 나는

주인, 동료와 같이 배를 타고 낚시를 했으나

2년 전과는 영 딴판으로

고기가 입질을 않는다.

 

아무려면 어쩌랴

어신이 없을 때를 이용해 고기 몇 마리를 회쳐

한 잔씩 하고 나서야 겨우 몇 마리씩 잡아

어창에 남아 있는 것까지 싹싹 쓸어다가

20명 넘는 일행에게 회 몇 점씩 먹일 수 있었다.

 

애월해변에는 이제, 남녀노소 구별이 없이

취미를 같이 하는 사람이 늘었는지

학꽁치를 낚아 올리고 있었다.

 

세월을 낚아 올린다면 몰라도

여기서도 입질이 뜸하기는 마찬가지다.

고기 씨가 말라가는 증거가 아닐까?

 

 

♧ 낚시 섬 - 장수남

 

손끝에 매달린 형제 섬

고독과 고독 두 개의 무거운

섬. 은빛 까무러쳐.

 

침묵 그리고 또 침묵.

 

시간의 몸부림은 밤과 낯

어디쯤일까.

 

쪽 빛 초승달 내려앉아

섬 하나만 싣고 먼 우주항해.

혼자 기다릴까.

 

이쯤 긴 시간

낚시꾼

스마트폰 고독과의 영상통화.

 

섬 하나

등대불 이마에걸고 볼그스레

취해있었다.

   

 

♧ 밤낚시 - 전홍준

 

월내 방파제에 낚시를 드리웠습니다

 

보름달이 바다를 감싸안았습니다

 

간지럽다고 파도는 키들거렸습니다

 

저 환장할 달빛!

 

나는 수십 마리의 별을 건져 올렸습니다.

.................

*시작노트

인생은 목적없는 유희(遊戱)다.

잡을 수도 없고 정의할 수도 없는.

   

 

♧ 추억을 낚시질 하다 - 안갑선

 

그리운 사람 아직 거기 있을까

설레임 안고 낚싯대를 챙겨 마음의 바다로 갔다

검푸른 바다에 물고기마냥 옛 사연 튀고 있어

여운의 미끼를 달고 힘껏 던졌다

포말의 떼처럼 달려드는 달콤함

만선의 깃발 꽂고 걸려 나오는 속삭임

간 혹 끌려나오는 잡스러운 것조차 아름답다

망태기에 터지도록 담아 해거름이 일면

아직 튀고 있는 사연 남겨두고 집으로 가자

적막이 포화된 공간에 우레같은 전화 벨이 울렸다

망태기 속 추억이 놀라 쏜살같이 바닷속으로 도망쳐갔고

어미 갈매기도 또 하나의 잉태된 추억 물고

허둥지둥 둥지 향해 날갯짓하며 사라졌다

텅 빈 그물엔 긴 세월 사용했던

녹슨 외 바늘만 걸려 대롱거릴뿐

심마니의 심봤다 외침처럼 월척을 낚아 내지 못했다

앞마당엔 회색 담장 잡고 까치발 뛰며 오르던 넝쿨이

깡마른 허연 줄기를 드러내며

하나 둘씩 잎새를 샘으로 떨어내고 있다

그곳에도 그리운 사람 있겠다 싶어

슬그머니 두레박 대신 낚싯대를 드리운다

   

 

♧ 바다낚시 - 조성심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운 것은

나를 바다에게 걸려들게 하고 싶어서이다.

 

잡혀 올라온 물고기들을 만지면서

통째로 누군가에게 잡혀지길 원하는

욕망을 발산하곤 한다.

 

이 세상에서 내가 거추장스러울 때

잠시 어딘가에 담보로 맡겨놓고 싶은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 있는 바닷가에서는

가끔씩 한숨이 파도 속으로 자맥질한다.

가끔씩 희망이 물 위로 치솟기도 한다.

 

 

♧ 낚시論 - 조병기

 

  그날, 잠도 설치고 첫새벽에 떠나서 해질녘까지 낚아 올린 것은 마파람인가 샛바람인가 하는 바람뿐이었다. 하루 내내 그 놈들이 갖고 노는 바람에 게임은 이미 그 놈들의 편이었다. 죄 없는 미끼만을 축냈으니 마땅히 경제논리에서 빗나갈 수밖에. 잽싸게 미끼를 나꿔채간 놈들이야말로 빈털털이보다야 얼마나 현명한가. 해질녘 어슬바람에 바다는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낚시대만 들고 오기가 민망해서 부둣가를 기웃거리다가 몇 마리를 사 들고 돌아온 그날 저녁, 동네 마트에 들렀을 때 미끼 상품이 불티나는 바람에 걸려들어 끝내 미끼가 되는 걸 보고 바구니의 고기들이 키들키들 웃고 있었다.

 

 

♧ 낚시 - 김미숙(salvia)

 

갯바위 끝에 앉아

힘찬 지느러미를 당긴다

 

섬과 섬 사이에도

갈잎 하나 지날 틈은 있듯이

살면서 우리 사이 틈이 생길 때

함께 출렁이던

 

그 잔잔한 물살을 헤치며

푸드득 푸드득 매달린

감성돔 붉은

아가미 속에서

 

초가을 햇살이

단풍잎을 낚는다

   

 

♧ 바람아, 너마저 - 玄旨 이순복

 

서늘한 바닷바람이 처절한 울음으로 불어온다

 

검은 구름이 짓누른 애월의 바다는 회색 바다로 변하고

수평선을 뒤흔들며 달려드는 하얀 거품에 휘 말린 파도는

조용한 바다에 바람의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

 

바닷바람의 울부짖음에 파도의 눈물은 계속되고

절벽에 걸어둔 내 시린 그리움의 형체는 산산조각이 난다

 

바람아, 너마저 나의 심장에 묻어둔 서러운 삶조차도

울음으로 부서지게 하려 하는가

 

---

* 애월 : 제주도의 바닷가 마을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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