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작가 겨울호가 나왔다.
특집으로 ‘제주에서 만난 문학과 영화’를,
2015년 제주작가 신인상 수상작 발표를 했는데
시부문 당선작으로 허유미의 ‘고향’을 뽑았다.
‘작가를 찾아서’는 시조시인 한희정 작가를
‘공감과 연대’는 마타요시 에이키의 ‘헌병 틈입 사건’,
그 외 작가들의 작품을 실었다.
시 몇 편을 골라
아직도 빛을 발하는 꽃사과와 같이 올린다.
♧ 승천 연습 - 문충성
깜박 깜박
졸면서
하늘로 올라간다
올라간다 하늘로
오늘도 하르르르
허공 밟고
올라간다 미끄러지며
이 하늘 저 하늘로
찢어진 구름 타고
오늘도
엄마가 사는
하늘로
♧ 보말죽 - 김수열
보말이 보말이주, 보말을 뭐셴 고라?
고메기? 난 몰라, 우리 동네선 그자 보말
물 싸민 갯것이 강 그거 잡아당
솥단지에 놩 개끔 부각헐 때꼬지 솖앙
이불바농으로 눈 멜라져가멍 토다아장 그걸 파내엉
딱지도 떼내곡 또시 고는 채에 놩
손으로 박박 문대기믄 요물은 남곡 똥은 헤싸지곡
똥 헤싸진 물에 곤쏠 불린 걸 놩 보글보글 끓을 때
보말 요물 넣곡 당근 송송 썰어 넣곡 마늘쫑 쫑쫑 썰어 넣곡
다시 바질바질 끓으민 약헌 불에 맞췅 촘지름 넉넉허게 놩
휘휘저시믄 그게 보말죽이주
배추김치에 참깨 절인 것에 혼번 먹어봐, 잘도 코시롱허여
뭉싱거? 깅이죽? 거 쓸데어신 소리 마랑
이레 아장 이 보말이나 파라. 마, 바농!
♧ 찰나 - 김광렬
나뭇가지에 걸린 보름달이
제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여
쿵, 땅바닥으로 떨어지려는 찰나
바람에 팔랑이는 나뭇잎이
간신히 엉덩이를 밀어 올려서다시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한다
간담이 서늘했던 순간이여
♧ 가을을 나르다 - 문무병
가을을 다 모아놓고
우리의 가을을 만든다.
가을 같은 것 저리 많은데
나의 가을은 오늘도 한라산 억새?
아니면 인생이 담긴 술잔?
더럽게 고단한 일상?
오늘도 바람 만나
다시 한 번 뒤집어보는 반역
나는 숨을 고른다.
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
♧ 오미자 - 김경훈
오미자에게 문자 메시지로 은근히 수작을 부렸다
“나, 오미자 사랑해도 돼?”
바로 답장이 왔다, 설레는 마음으로 열어보니
“거부합니다!”
오미자는 오씨 성을 가진 미자라는 이름이 여자가 아니라
김군 조엔 태나맘 재인 영미
강정마을 다섯 명 여성 활동가의 통칭이다
자기 걸 지키기 위해 하나라도 더 챙기는 이 세상에
자신을 전혀 앞세우지 않고 뒤에서 헌신하는
순정의 구도자들이 오미자, 바로 이들이다
그러니 아무리 거부한다 하더라도
나를 부끄럽게 하는 이들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방지문 - 김석교
문지방은 거대한 직벽이다
넘으러 할 때마다 깨어지고 부서진다
무엇이 기다릴지언정 목숨 걸고 싶은
문지방 안은 매일이 오늘이다
죽음 같은 자유거나 자유 같은 죽음이다
너머의 내일은 오지 않을지 모른다
문지방은 스스로를 방파제라 믿는다
나의 문지방은 너 너의 문지방은 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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