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6월을 보내는 까치수영

김창집 2016. 6. 30. 07:43



장맛비와 함께 6월이 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도 반을 보낸다.

 

정년퇴임 후에 보내는 날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빨리 흘러간다.

 

그렇다고 일과표를 만들어

자신을 구속하기는 싫고,

그러는 사이에도 속절없이 세월만 흐른다.

 

앵초과에 속하는 이 꽃의 이름은

까치수영이라고도 하고, ‘까치수염이라고도 하여

두 가지로 쓰고 있다.

그리고 꽃술이나 잎줄기 등에

약간 붉은 빛이 도는 것을

큰까치수영()’이라 하여 구별한다.

        

 

까치수영 - 김승기


손짓하는 까치를 따라

들어간 숲

 

오솔길 걸어

산모롱이 돌아서니

 

까치는 간 곳 없고

가부좌로 앉은

백발노인

 

얼굴 가득

눈웃음

허연 턱수염

 

날마다 가슴 위로

내려쌓이는 티끌

화안히 헹구어주는

, 황홀함

 

얼른 고개 숙여

합장으로 인사하며 비껴가는데

등짝을 때리는

죽비소리

 

깜짝 놀라

뒤돌아보니

그분은 보이지 않고

 

저만치서 파안대소로

웃음 날리는

한 송이

 

번쩍

체증 뚫리며 밀려드는

종소리

 

하늘마저 흔들어 깨우는

산울림

    

 

까치수영 - 김윤현

 

뿌리 하나만 남겨둔 채 모두 버리고

겨울을 거뜬히 견디는

까치수영의 인내를 배우고 싶다

하얀 이를 소복이 드러내고 해맑게 웃는

까치수영의 명랑을 간직하고 싶다

꽃을 피우려는 꿈 이외에는 욕심이 없고

다가서는 이들에게는 향기를 베푸는

까치수영의 사랑을 닮고 싶다

벌이 날아와 꿀을 물고가도 탓하지 않고

바람이 불어와도 얼굴 찡그리지 않는

까치수영의 여유를 가지고 싶다

잔돌이 박혀있는 길가나 물기 없는 비탈에서도

성공을 바라기보다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살아가는 까치수영의 의지를 따르고 싶다

가을이 지나고 겨울이 오면

줄기를 뻗으려는 마음도 꽃을 피우려던 마음도

또다시 다 비우는 까치수영의 겸허와 함께

    

 

 

헛나이 - 권오범

 

진종일 식물도감 뒤적이며

생면부지 얼굴들과 상봉하다 보니

입때껏 멍텅구리가 시 쓴답시고

깝죽거린 것 같아 남세스럽다

 

며느리밑씻개 미꾸리낚시 꼭두서니

중대가리나무 광릉요강 소경불알 털개불알꽃

사위질빵 까치수염 장구채 노루오줌

비짜루가 풀이름인 줄도 몰랐네

 

지천에 널브러진

자연의 밑절미도 분간 못하면서

백일몽에 취해 괴발개발 해놓고

동천지감귀신인척 한 숙맥

 

석수장이 눈깜작이부터 배운다는데

알량한 게꽁지로 생판에 뛰어든

철들긴 다 틀린 붕어사탕

어느 세월에 걱정가마리 면할는지

    

 

 

무등산 산행 그리고 비 - 김영천

 

평등보다 더 낮다는

무등의 허리께로

빼아시 푸러렁

빼아시 푸러렁

우중에 희롱하는 새소리인가

규봉암 해우소

正因 스님 도닦는 소리인가

유심하여 돌아보니

남겨 둔 세상조차 보오얗게

이마 벗으며 다가서네

 

남강 빛 산수국도 우루루 피어나고

까치수염

하늘말나리

다투어 맞는데

 

젖은 내 구두 속에서

오호라, 퉁퉁 분 그리움이

훌쩍 가벼워져서는

한 자락 운무로 피어나려는가

 

쏜살같이 지나가는 세상을

간섭하며

빼아시 푸러렁

빼아시 푸러렁

        

 

6월의 청춘을 벗어 놓고 - (宵火) 고은영

 

아픔과 고통의 진실을 각혈하며

총과 칼에 흩뿌려지던 비애만큼이나

진실로 사랑과 그리움을 부르다

죽어 갔을 그들의 찰나적 절규

유월엔, 스스럼없이

청춘을 잃은 사람들도 있었느니

 

진토 되어 까불려진 넋에

핏빛으로 물든 슬픔의 강은

얼마나 끝이 없었을까

구천을 맴도는 그들의 유월은

얼마나 극명한 끊김이었을까

얼마나 서럽게 지던 꽃잎이었을까

 

눈부시게 맑은 하늘 아래

살아야 한다는 명암이 엇갈리던

그들은 또 얼마나 6월의 장미처럼

처절하게 피었다 져야만 했을까

 

그러므로 푸른 유월의 녹음과

마음의 핏빛 장미는

그들에게 바쳐야 하는

우리의 참된 고백이어야 하리

우리의 진솔한 감사여야 하리

 

호국(護國)영령들의 슬픈 넋을 딛고

우리는 평화와 안녕을 노래한다

사랑과 자유를 노래하며

물오른 강산을 찬양한다

 

지금쯤, 무심한 대지 어디쯤서

그들은 또 다시 아름다운

들꽃으로 피고 있을까

어느 대지 음습한 골짜기

다 못한 사랑, 한 맺힌 노래를 부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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