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자림 - 홍경희 햇살 내민 손잡고 단숨에 건넜습니다 나무 한 몸마다 열두 길 열어놓고도 천년숲, 검푸른 고집 말아 품고 있었습니다 오래 미루다 함께 만난 나무들을 눈여기며 좋다, 정말 좋다, 건네는 당신의 인사말 안쪽이 말랑말랑하여 빼앗고도 싶었습니다 어쩌다 휘어진 그늘 허리 숙여 다 지나고도 답답하여 굽은 어깨 조심조심 감싸줄 때마다 뜻 모를 박동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얼굴을 묻고 싶은 어떤 위로는 나란히 발맞추는 숨소리로도 충분하여서 실팍한 나무에 기대 옭매듭을 푸는 동안 바람에 씻겨 가벼워진 날개뼈와 손금까지 겁 없이 풀어주고는 나 몰라라 돌아온, 그 숲이 다시 부르는 날, 산수국이 피었습니다 * 계간『제주작가』2019 여름호(2019)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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