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비자림 - 홍경희

김창집 2019. 7. 27. 07:31


비자림 - 홍경희

 

햇살 내민 손잡고 단숨에 건넜습니다

 

나무 한 몸마다 열두 길 열어놓고도

천년숲, 검푸른 고집

말아 품고 있었습니다

 

오래 미루다 함께 만난 나무들을 눈여기며

좋다, 정말 좋다, 건네는 당신의 인사말

 

안쪽이 말랑말랑하여

빼앗고도 싶었습니다

 

어쩌다

휘어진 그늘 허리 숙여 다 지나고도

답답하여 굽은 어깨 조심조심 감싸줄 때마다

 

뜻 모를 박동소리를

들은 것도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얼굴을 묻고 싶은 어떤 위로는

나란히 발맞추는 숨소리로도 충분하여서

 

실팍한 나무에 기대

옭매듭을 푸는 동안

 

바람에 씻겨 가벼워진 날개뼈와 손금까지

겁 없이 풀어주고는

나 몰라라 돌아온,

 

그 숲이 다시 부르는 날,

산수국이 피었습니다

 

 

                          * 계간제주작가2019 여름호(2019)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