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아름다운 세상

김영란의 시 '다산의 봄'

김창집 2020. 2. 6. 12:36

*조간대 바위에 붙은 보말들

♧ 다산의 봄 - 김영란

 

   코토드레기 문다두리 메홍이 먹보말 뎅겡이 수두리 거들레기 깅이보말

 

   들어는 보았는가, 먹어는 보았는가? 갸우뚱 하지 말게 이게 다 보말 이름이네 자네들 귀에는 외국말로 들릴 걸세 제주에선 고둥을 보말이라 하거든. 보말이야 봄알이야 되묻고 싶어지지? 상상력 풍부한 그대 봄알로 알아 듣네 그려. 그 말도 그럴싸한 게 조간대 사타구니에 다닥다닥 알을 슬거든 따스한 봄날 성씨 다른 아이들 꼬물꼬물 젖을 빨며 안겨 있을 테니까. 그 녀석들 싸잡아 보말이라 그러거든 입안에서 보말보말 두 번만 굴려 보게 보말보말 하다가 봄알봄알 될 걸세

 

   아마도 보말이란 말, 봄 알에서 왔나 봐

 

                      *김영란『몸 파는 여자』(우리시대 현대시조선 133, 고요아침, 2019)에서

 

 

   --그 옛날, 옛날도 아니고 5~60년 전만 해도 제주에서는 아이들을 낳아지는 대로 낳았다. 우리 어머님만 해도 4남 4녀 여덟 명이나 낳았으니까.  '먹을 건 지가 다 가지고 태어난다'고 했다.

   피임이란 말도 없을 때라 들어서는 대로 낳다 보면, 더러는 호열자 같은 전염병에 걸려 먼저 가기도 하고, 고기잡이배에 탔다가 돌아오지 못하기도 하고, 전쟁터에서 잃기도 하고….

   하지만 요즘은 '여건이 안 된다'고 결혼도 안 하려 들고, 아기를 낳고 기르고 교육시키기 힘들다고 또 집이 없다는 이유로 아이를 낳지 않아서,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다고 요즘 ‘굶어죽었다’는 말을 들어본 지 오래다.

   봄 물찌가 되어 바닷가에 나가 돌을 들추면, 도망가기 좋아하는 깅이(게)로부터 군벗(군부), 비말(삿갓조개), 물꾸럭(문어), 굴멩이(군소), 미(해삼), 먹보말(밤고둥), 코토드레기(남방울타리고둥), 문다드리(눈알고둥), 수두리(참고둥), 메옹이(두드럭고둥), 거드레기(집게) 등등…. 먹을 거 천지였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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