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돌담을 쌓아 방목했던 제주에서는
사람과 우마의 출입을 막고자 중요한 돌담에 이 실거리나무를 심어 보호했다.
그리고 또한 사람들이 넘어 다니지 못하도록 막을 필요가 있는 곳에
또한 이 나무들을 베어다 돌담에 눌러 쌓았다.
실거리나무는 가시가 많고 낚시처럼 오그라져 있기 때문에
옷이 한 번 걸리면 떼어내기가 조련치 않다.
그래서 질긴 인연(因緣)을 이 나무 가시에 비유하기도 한다.
오영수 선생은 피난 시절 이 꽃을 보고 '실거리꽃'이라는 소설을 썼다.
실거리나무는 쌍떡잎식물 장미목 콩과의 덩굴성 낙엽관목으로
띠거리나무 또는 살거리나무라고도 하며, 산기슭 양지에서 자란다.
잎은 어긋나고 2회 깃꼴겹잎이며 잎겨드랑이에 중생부아(重生副芽)가 있다.
양끝이 둥글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며 짧은 털이 난다.
꽃은 6월에 노란색으로 피고 좌우대칭이며 가지 끝에 총상꽃차례로 달린다.
꽃받침조각과 꽃잎은 5개씩이고 수술은 10개이며 기판(旗瓣)에 붉은 줄이 있고
매는 협과로서 납작한 타원형, 종자는 달걀을 거꾸로 세워놓은 모양이다.
열매는 민간에서 해열제와 지사제 등의 약재로 쓴다.
♧ 인연 - 복효근
저 강이 흘러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있다면
생에 대해서 말할 수 있을 텐데
바다로 흘러간다고도 하고 하늘로 간다고도 하지만
시방 듣는 이 물소리는 무엇인가
흘러간다면
저기 아직 먹이 잡는 새들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 것인가
은빛 배를 뒤채는 저 물고기들은
또 어디로 흘러간 물의 노래인가
공이라 부를 건가
색이라 부를 건가
물은 거기 서서 가지 않고 흐르는데
내 마음속으로도 흐르는데
저 나무와 새와 나와는 또 어디에 흘러
있는 것인가
♧ 인연 서설 - 문병란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의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 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 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 못 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 가는 일이다
♧ 인연 - 도종환
너와 내가 떠도는 마음이었을 때
풀씨 하나로 만나
뿌린 듯 꽃들을 이 들에 피웠다
아름답던 시절은 짧고
떠돌던 시절의 넓은 바람과 하늘 못 잊어
너 먼저 내 곁을 떠나기 시작했고
나 또한 너 아닌 곳을 오래 헤매었다
세월이 흐르고
나도 가없이 그렇게 흐르다
옛적 만나던 자리에 돌아오니
가을 햇볕 속에 고요히 파인 발자국
누군가 꽃 들고 기다리다가 문드러진 흔적 하나
내 걸어오던 길 쪽을 향해 버려져 있었다.
♧ 인연설 - 한용운
함께 영원히 있을 수 없음을
슬퍼 말고
잠시라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노여워말고
이만큼 좋아해 주는 것에 만족하고
나만 애태운다고 원망말고
애처롭기까지 한 사랑할 수 없음을
감사하고
주기만 하는 사랑이라 지치지 말고
더 많이 줄 수 없음을 아파하고
남과 함께 즐거워한다고
질투하지 말고
그의 기쁨이라 여겨 함께
기뻐할 줄 알고
이룰 수 없는 사랑이라 일찍
포기하지 말고
깨끗한 사랑으로 오래 간직할 수 있는
나는 당신을 그렇게 사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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