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눈 내린 화진포에서

김창집 2010. 1. 27. 00:01

 

 화진포(花津浦)는 강원도 고성군에 있는 호수로 청정한 아름다움을 간직한 곳이며 호수와 바다가 공존하는 절경지이다. 호수 주변엔 다양한 식물이 서식하며 낚시터로도 유명하다. 강원도 지방기념물 제10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이 호수와 바다 사이의 백사장이 화진포 해수욕장이다. 울창한 소나무 숲과 갈대밭이 형성되어 있다.


 화진포 호수는 예전에 동해 바다였는데, 오랜 세월에 걸쳐 바다와 격리되면서 형성되었으며, 담수와 해수가 교차하는 천연의 담염호이다. 총 면적은 약 72만평이고 호수의 둘레는 16km이다. 화진포 앞바다에는 광개토대왕의 능이라는 섬 금구도가 있고, 호수 주변엔 해당화가 핀다. 김삿갓이 선정한 ‘화진팔경’ 중에 금구도의 파도와 모래밭의 해당화가 들어간다.


 

 옛날 이곳에 이화진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성질이 고약하여 금강산 건봉사에서 시주를 위해 찾아온 승려에게 골탕만 먹였다. 빈손으로 돌아가는 승려를 보고 마음씨 착한 며느리가 몰래 시주를 하려고 했으나, 따라잡지 못하고 그냥 돌아와 보니, 마을 전체가 물속에 잠겨 있었다. 혼자 살아남은 착한 며느리도 슬픔을 참지 못하고 자결을 하게 되었다데, 시아버지의 이름을 따 화진포라고 부르게 되었다 한다.


 이 지역은 38°선 북쪽이라 한국전쟁 전에는 북한의 영역이었다. 일제 강점기에 전망 좋은 암벽 위에 ‘화진포의 성’이라는 유럽 성과 유사한 휴양 건물이 지어졌는데, 김일성은 가족들과 함께 화진포를 자주 찾아 이 건물은 ‘김일성 별장’으로 불리게 되었다. 1999년부터는 한국 전쟁과 김일성에 대한 자료를 전시한 역사안보전시관으로 개편되었다.


 한국전쟁 종전 후 휴전선 남쪽의 한국 영토에 편입되면서 이승만과 이기붕도 별장을 각각 마련해 이곳에서 휴가를 보냈다. 두 사람의 별장도 소규모 기념관으로 조성되어 있다. 2000년대에는 대표적인 한류 드라마인 ‘가을동화’의 배경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은 바 있다.



 

♧ 화진포(250) - 손정모


해송의 굵은 잎새

바다를 향해

진종일 귀 기울이고


물결 속

숨죽여 떠오르는 기포

백사장으로 치달아

갈매기의 한숨이 된다


이승만과 김일성의 별장으로

휩쓸리는 바람결마다

영욕의 자취

물 굽이쳐 휘감기지만


꽃물결 흐드러진

해변에 선 나그네

봄의 정취에 젖어

슬며시 눈시울을 붉힌다.



 

♧ 화진포 바다 - 대안 박장락 


하얀 물거품으로 달려오는 바다 

물 위에 떠오르는 그리움 하나 

살며시 수평선 끝자락에 

슬픈 애환으로 부유하면 

기억 속 저편에서 너울거린다. 


파도를 휩쓸고 온 바람 

뼛속으로 스며들어 

내 마음속 그리움과 함께 

화진포 암벽에 부딪혀 부서지면서 

바다로 뛰어들게 한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너의 이름을 부르다 지쳐서 

그리움의 생채기를 내면 

노을빛 낙조로 떠오르는 그대 그림자 

나의 빈 가슴살에 고이 잠이 든다.



 

♧ 화진포 일출 - 김향숙


화살표를 가리키다 지친 길도

더러는 바다로 가서 몸을 풀어놓는다.

얼레 줄 끊어내고 날아오른 방패연처럼

들숨 다하여 날숨으로 비틀 짚어 내려온

진부령의 끝자락


화진포 해변에 서서

서로의 미간(眉間)을 해독(解讀)하는

호수와 도시사람들


이 세상 단 하나의 해답인 양

해가 솟는다.


벌건 해 하나씩 끌어안고

도시 속으로 사라져 갈 사람들을 위하여

길은 다시 화살표를 돌려세우고

화진포는 바다로 물길을 트고 있다.



 

♧ 겨울 화진포 - 이상국


북으로 가는 길은 멀다


군데군데 검문소와 탱크저지선 지났는데도

호숫가 솔숲에서 앳된 군인이

자동소총 거머쥐고

다시 길을 막는다.


춥다

그래도 물은

떠도는 새들 때문에 얼지 못하고

산 그림자로 겨우 제 몸을 덮었을 뿐,


추위 속에

잠들면 죽는다고

물결이 갈대들의 종아리를 친다

하늘에도 검문소가 있는지

북으로 가는 청둥오리 수천마리

서로의 죽지에 부리를 묻고 연좌하고 있다


이미 죽은 주인을 기다리며

반세기 가까이 마주 보고 선

저 역사의 무허가 건물들.

이승만과 김일성 별장 사이 물빛은 화엄인데

새떼들만 가끔 힘찬 활주 끝에 떠오르며

물속의 산을 허문다.



 

♧ 화진포 -  곽재구


대전차장애물 징검다리처럼 코스모스 꽃길 위에 놓였습니다

만세교 지나 함흥 여관집 큰아들 기선이 아재

이곳 바다에서 사십년 동안 소주병 붙들고 울며 살았습니다

돈은 벌어서 뭐해 고향에 다 있는데 밤이나 낮이나

지나는 사람 붙잡고 소주 한잔씩 권했습니다

울다가 웃다가 헌 오징어처럼 파도에 떠밀려 죽었습니다

대전차장애물 구렁이처럼 코스모스 꽃길 휘감았습니다

너두 한 잔 해라 이놈 얼룩무늬 콘크리트 장벽 향하여

고래고래 소주 한잔 따르던 기선이 아재 꽃길 속에 설핏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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