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타래난초의 계절에

김창집 2011. 8. 2. 07:00

 

타래난초는 햇볕을 좋아하는 비교적 키가 작은 종자이기 때문에

풀밭에서 피어난다. 무덤가 잔디밭이거나 목장 키 작은 풀과 어울려

피어있는 것을 종종 볼 수가 있다. 가족묘지 풀밭에서 얼핏 눈에 띄어

딱 한 줄기 피어난 것을 자세히 찍을 수가 있었고, 나머지는

지그리오름에 오르기 위해 차를 세우고 앞 풀밭에서, 그리고 오름에

가는 도중에 찍은 것이다. 습지에서도 자주 발견되고, 건조한 곳에서도

자주 목격되는 친숙한 들꽃이다.


타래난초는 난초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가 10~40cm이며,

잎은 어긋나고 칼 모양이다.

6~8월에 연한 붉은색 꽃이 수상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타원형의 삭과를 맺는다. 산기슭이나 들에서 자라는데

온대에서 열대에 걸쳐 널리 분포한다.



 

 

♧ 蘭詩· 1 타래난초- 홍해리(洪海里)

 

천상으로 오르는

원형 계단


잔잔한

배경 음악


분홍빛

카피트


가만가만 오르는

소복의 여인


바르르 바르르

떨리는 숨결.



 

♧ 타래란 - 김내식


장마철 뒷산의 할머니 무덤가에

웃자란 잔디사이로 타래타래

핏빛 한을 꼬아 올리며

귀 열고 사방을 둘러본다.


신혼의 단꿈을 깨고

일본군 총알받이로 끌려간 임

6.25전장에서 소식 없는 유복자

죽어서도 기다린다.


이른 봄엔 할미꽃이

백발을 휘날리며 위로해주고

참꽃이 이산 저산 붉게도 피어나면

두견이 피 토하며 울어주나


밤마다 실타래 감아가며

한숨과 눈물로 삭이던 한을

저승가도 풀지 못해

빗속에 울고 있다


 

 

♧ 누워서 부르는 사랑노래 5 - 김해화

    -가을맞이


누운 채 유월 가고 칠월 가고 팔월 가네

엉겅퀴 타래난초 물봉선

때맞춰 꽃피고 꽃져갔겠네

가슴 끓는 숨가쁨 입맞춤 없이도

여름 가고

그늘에 숨어 꽃 핀 쑥부쟁이

구절초 꿩의 다리

길 가상으로 걸어나오겠네

즈그 이름 열어 보이겠네


아까워라

아는 길도 못 가는 식은 가슴에

이름 가리고 핀 꽃 몇 송이


이렇게 누운 채 가을 오네



 

♧  애.愛 - 조사익

 

내가 존재하지 않았던 세월부터

항성(恒星)으로 살아온 너는

오늘도 나에게

목련 꽃처럼 순결하고

타래난초의 가식 없는 향기 같은

사랑과 꿈 가득한 빛을 보내온다.

나는 오늘밤에도

새벽 강에 피어오르는

안개 다리를 타고 너를 찾는 세상을 꿈꾸련다.

천공(天空)의 푸른 바람에 실려

너를 찾는 날

은하수 등불 밝히고

나를 반겨줄 너,


어제는 학의 깃털 같은 흰빛이

오늘은 초심(草心)의 푸른빛이구나 



 

♧ 8월처럼 살고 싶다네 - (宵火)고은영


친구여

메마른 인생에 우울한 사랑도

별 의미 없이 스쳐 지나는 길목

화염 같은 더위 속에 약동하는 푸른 생명체들

나는 초록의 숲을 응시한다네


세상은 온통 초록

이름도 없는 모든 것들이 한껏 푸른 수풀을 이루고

환희에 젖어 떨리는 가슴으로 8월의 정수리에

여름은 생명의 파장으로 흘러가고 있다네

무성한 초록의 파고, 영산홍 줄지어 피었다


친구여

나의 운명이 거지발싸개 같아도

지금은 살고 싶다네

허무를 지향하는 시간도 8월엔

사심없는 꿈으로 피어 행복하나니

저 하늘과 땡볕에 울어 젖히는 매미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 속에 나의 명패는

8월의 초록에서 한없이 펄럭인다네


사랑이 내게 상처가 되어

견고하게 닫아 건 가슴이 절로 풀리고

8월의 신록에 나는 값없이 누리는

순수와 더불어 잔잔한 위안을 얻나니

희망의 울창한 노래들은 거덜난 청춘에

어떤 고통이나 아픔의 사유도

새로운 수혈로 희망을 써 내리고 의미를 더하나니


친구여,

나는 오직 8월처럼 살고 싶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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