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울릉도와 독도로 떠나며

김창집 2011. 8. 5. 15:14

 

내 방 TV 위쪽 농협에서 나온 커다란 달력에는 

8월 그림으로 독도의 두 섬이 펼쳐져 있다.

그림에나 보던 그 독도와 울릉도로 가기 위해

오늘 저녁 비행기를 탄다. 다만 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이 없었으면 좋겠다. 향기로운 소엽 풍란으로

닷새 동안의 공백을 채워본다.

 

♧ 울릉도 및 독도 답사 일정


8월 5일 (제주 - 부산, 백암온천) 19:50 제주에어

8월 6일 (후포항, 울릉도) 성인봉 등반

8월 7일 (울릉도, 독도) 독도관광 및 울릉도 육로관광

8월 8일 (울릉도, 후포항, 백암온천)

8월 9일 (백암온천, 부산 - 제주) 창녕우포늪 15:00 에어부산



 

♧ 울릉도 - 유치환


동쪽 먼 심해선(深海線)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금수(錦繡)로 굽이쳐 내리던

장백(長白)의 멧부리 방울 튀어,

애달픈 국토의 막내

너의 호젓한 모습이 되었으리니,


창망(滄茫)한 물굽이에

금시에 지워질 듯 근심스레 떠 있기에

동해 쪽빛 바람에

항시 사념(思念)의 머리 곱게 씻기우고,


지나 새나 뭍으로 뭍으로만

향하는 그리운 마음에,

쉴새없이 출렁이는 풍랑 따라

밀리어 오는 듯도 하건만,


멀리 조국의 사직(社稷)의

어지러운 소식이 들려 올 적마다,

어린 마음 미칠 수 없음이

아아, 이렇게도 간절함히여 !


동쪽 먼 심해선 밖의

한 점 섬 울릉도로 갈거나



 

♧ 향기로운 섬 울릉도 - 김윤자


꺾어지고 휘어진 도로를

개미처럼 오르내리는 차안에서도

두렵지 않은 것은

향기로운 길, 향기로운 땅이기에


금비늘 햇살이 자작거리는 해변은

어느 곳을 들어가도 안온한 해수욕장

이슬처럼 고운 바닷가에서 만나는

향기로운 이름의 바위들

거북이, 장작, 코끼리, 사자, 노인 

바다의 화신으로 아슴아슴 아롱지고


산에는 향나무가, 바다에는 오징어가

들녘에는 부지깽이와 치나물이

도심에는 문화의 물결이 풍요롭거늘

누가 이 땅을 고독하다 하겠는가

누가 이 섬을 가냘프다 하겠는가 

도둑, 공해, 뱀이 없고

물, 돌, 바람, 향나무, 어민이 많고 

개짖는 소리조차 바람의 향기로 흐르는 것을

 

 


 

♧ 독도 - 도종환

 

우리에게 역사 있기를 기다리며

수백만 년 저리디 저린 외로움 안고 살아온 섬

동도가 서도에 아침 그림자를 뉘이고

서도가 동도에게 저녁 달빛 나누어 주며

그렇게 저희끼리 다독이며 살아온 섬


촛대바위가 폭풍을 견디면 장군바위도 파도를 이기고

벼랑의 풀들이 빗줄기 받아

그 중 거센 것을 안으로 삭여내면

바닷가 바위들 형제처럼 어깨를 겯고 눈보라에 맞서며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서로를 지켜온 섬


땅채송화 해국 술패랭이 이런 꽃의 씨앗처럼

세상 욕심 다 버린 것

외로움이란 외로움 다 이길 수 있는 것들만

폭풍우의 등을 타고 오거나

바다 건너 날아와 꽃 피는 섬

   

사람 많은 대처에선 볼 수 없게 된지 오래인

녹색 비둘기 한 쌍 몰래 날아와 둥지 틀다 가거나

바다 깊은 곳에서

외로움이 아름다움으로 빛나는 해조류 떼가

저희끼리 손끝을 간지르며 모여 사는 곳


그런 걸 아는 사람 몇몇 바다 건너와 물질하며 살거나

백두산 버금가는 가슴으로 용솟음치며

이 나라 역사와 함께 해온 섬

홀로 맨 끝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가슴 시린 일인지

고고하게 사는 일이 얼마나 눈물겨운 일인지 알게 하는 섬


아! 독도 



 

♧ 독도 우체국 - 편부경

    

기다림이 길었습니다

굽은 등이 걸어온

느린 걸음의 날들

길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강아지풀 억새와 뿌리로 만나

그 속삭임만으로

해가 뜨고  지다가

눈바람에 목 메이다가

돌아본들 망망 해협을 서성이다가


고향이 없다던 뜨거운 별들

밤마다 신발을 벗던 등대

웅크린 꿈길 더듬어  심해의

기다림이 쌓은 독도 별정우체국


머지않았습니다

독도리 사람들 낯익은 목소리로

우체국 마당을 쓸고

뭍으로 간 이웃 돌아와

주머니 속 깊은 술병 꺼내들 날이

쪽배 뒤척임 위에 갈매기 목청 선연할 때

이 번지 저 번지 모여앉아

목 메인 이야기로 물소리 지워질

오래된 수채화 같은 시골마을 풍경이


거기 우체통에 발걸음 잦을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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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2월17일 독도에 우편번호 부여

 독도의 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우편번호 799-805

 

 


 

♧ 독도는 깨어 있다 - 김후란


영원한 아침이여

푸른 바다여

몇 억 광년 달려온

빛의 날개가

어둠을 밀어내는 크나큰 힘이 되고

빛을 영접하는 손길이

미래의 문을 연다


시간의 물살이 파도치는

동해 짙푸른 물결

오늘 우리

섭리를 밝히려

이곳에 모였나니

독도의 돌, 나무, 풀, 한 포기조차

어둠 속에도 결코 잠들지 않았다


독도는 깨어 있다

조국의 수문장이라 외치고 있다


아득한 천년 전 신라 때에도

이미 독도는 우리 땅이었다


마음이 넉넉한 겨레의 초연한 의지로

아름답게

당당하게

거센 바람 회오리치는 파도를 딛고

울릉도와 더불어

조국을 지켜왔다


저 백두산에서 제주 한라산까지

한 흐름으로 내닫는

조국의 맥(脈)이 용솟음친다


 

우리는 독도에 등대를 세우고

불 밝혀 난파선을 돌보았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이 수성(水城)에

모든 어족이 몰려들고


나는 바닷새가 정다이 인사한다

그 어느 때도 우리는 문패를 바꾸지 않았다

 

역사는 정직하다

누가 기웃대는가

역사는 증언한다

누가 거역하는가

어리석은 탐욕의 노를 꺾으리

진노하여 바람도 일어서리라

 

독도. 예리한 눈빛 청청히

오늘도 조국을 지키는 불사조여

이 땅을 지키는 의로운 사람들이여

천 년 세월이

영원으로 이어지게

겨레의 자존으로 지켜가리라

겨레의 자존으로 지켜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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