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사위질빵 하늘거리던 날

김창집 2011. 8. 26. 01:05

 

며칠 비가 오더니, 기온이 내려가 서늘하다.

엊그제 처서가 지나서 더위가 한풀 꺾인 것.

이번 주 일요일부터는 벌초가 시작되고

무덤마다 사람들이 모여 풀을 베겠지.

그 사이에 숨어 피는 들꽃은 베어지겠지.

 

사위질빵은 미나리아재빗과의 덩굴성 식물로

길이는 3m 정도이며, 잎은 세 쪽씩 붙어 나고

달걀 모양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흰 꽃이

원추(圓錐)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5~10개씩

모여 달린다. 어린잎은 식용한다.

  

  

  

 

♧ 사위질빵 새순에게 - 김상현

 

깨금발로

튀어 나온 아기야

폴짝 뛰어 하늘을 잡아라

하늘이 멀면

사계절 푸른 소나무를 잡아라

눈이 부시거든

개망초 꽃대궁이라도 잡아라

꽃대궁에 오르면

폴짝 뛰어 구름을 잡아라

구름이 없으면

바람이라도 잡아라

어느 날 네 삶이 무겁거든

네 질빵을 끊어라.

 

  

 

♧ 헛나이 - 권오범

 

진종일 식물도감 뒤적이며

생면부지 얼굴들과 상봉하다 보니

입때껏 멍텅구리가 시 쓴답시고

깝죽거린 것 같아 남세스럽다

 

며느리밑씻개 미꾸리낚시 꼭두서니

중대가리나무 광릉요강 소경불알 털개불알꽃

사위질빵 까치수염 장구채 노루오줌

비짜루가 풀이름인줄도 몰랐네

 

지천에 널브러진

자연의 밑절미도 분간 못하면서

백일몽에 취해 괴발개발 해놓고

동천지감귀신인척 한 숙맥

 

석수장이 눈깜작이부터 배운다는데

알량한 게꽁지로 생판에 뛰어든

철들긴 다 틀린 붕어사탕

어느 세월에 걱정가마리 면할는지

  

  

 

♧ 물안개 - 박인걸

 

자유롭게 뻗어난 野草가

강둑에 제멋대로 누워 있고

촌스럽게 피어난 野花가

수줍게 웃는 늦여름

간절한 풀벌레 울음이 애달프다

 

향수를 지우지 못해

다시 찾은 시골 강가에

노송은 반갑게 나를 알아보고

버들피리 불던 냇가엔

그리움의 물안개가 나를 감싼다.

 

긴긴 세월이 흘러도

강물은 언제나 같은 길을 걷고

지줄 대는 이야기는

가슴에 묻어 놓은 그 시절

고운 추억을 털어 놓는다.

 

반겨 줄 이 없는

늦은 강가에 나는 왜 서 있는가.

그리운 이들 떠나간 여기

왜 아직도 서성이는가.

저녁 물안개에 나의 생각도 갇힌다.

       

 

♧ 가을 빛 - 조철형

 

그대 어떤 하늘 어떤 때도

빛 고운사랑 보여주지 않더니

오늘 눈부시고 아름답게

바람의 가슴에 그리움 새겨놓는가

 

밀려오는 구름이

때론 그대 사랑 희미하게 하여도

고운 빛깔 이젠 지워지지 않아

외롭지 않느니

 

이름 모르는 들녘 달빛 아래

휘날리는 낙엽 된 들

그 빛깔 이미 가슴에 남았느니

아름답고 행복하였다 노래하며 가겠노라.

    

 

  

 

♧ 들꽃 사랑 - 양명호

 

무관심의 바다에서

결코 살려고 발버둥치지 않았다

흑백칼라 뒤엉킨

험한 세파 속에서

온 몸으로 그려낸

한 폭 그리움의 수채화

비싸게 팔려고 광고하지도 않았다

이슬 먹고 자라난

그리움의 향기

바람 따라 모두 모두 사라질지라도

나지막한 진리의 언덕에 기대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니 말할 필요가 없었다

 

내일 시들어 한 줌 흙이 되어도

줌으로써 이미 넉넉한 가슴

고난이 밟고 지나 간 자리마다

소망의 향기 닿는 곳마다

다시 피어날 들꽃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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