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경주 양동마을의 백련

김창집 2011. 8. 27. 00:34

 

지난 일요일 경주 외곽에 있는 양동마을(良洞마을)에 들렀다.

양동마을은 경주시 강동면 북쪽 설창산에 둘러싸여 있는

유서 깊은 양반 마을로, 1984년에 중요민속자료 제189호로

지정되었고, 2010년 7월 31일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WHC) 제34차 회의에서 안동 하회마을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마을이다.

 

우리나라 최대 규모이며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조선시대

동성취락으로 월성 손(孫)씨, 여강 이(李)씨 양성이 서로 경쟁 및 협동하며

600여년의 역사를 일궈온 마을이며, 대학자 이언적을 비롯하여 지금까지도

수많은 인재들을 배출해오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국보 1점, 보물 4점,

중요민속자료 12점, 경상북도지정문화재 7점 등 도합 24점의 지정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다. 1992년 영국의 찰스 황태자가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6개소의 국가 지정 전통마을이 있으나 마을의 역사와 규모 및

보존상태, 문화재의 수와 전통성 그리고 뛰어난 건축양식과 조경학,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때 묻지 않은 향토성 등의 면에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가치를 지닌 마을로 평가받고 있다.

 

마을 중간에 연꽃과 수련을 심어 시기가 좀 지나기는 해도

마을을 방문한 사람들의 눈길을 모으고 있다. 안쪽에 조그마한

논배미에 백련(白蓮)이 피어 있어 찍으려 했으나 접사렌즈를

못 가지고 그냥 렌즈로 찍어본 것이다.

 

  

 

♧ 군자의 외침 - 김경숙

 

산책 나온 사람들 속에

나의 등을 밀어 넣으며

호수 주변을 걷다,

뛰다 반복하는 동안에

 

고즈넉한 호수 어디선가

퍽! 하고 새벽을 깨우는 소리

넓은 연잎 흔들어 댄다

 

어디에도 물들지 않은 채

가지 없이 솟아오른 곧은 줄기

그 끝, 순백의 꽃송이 백련

꽃 중에 꽃 군자의 외침에

새로운 하루가 열린다

 

 

 

♧ 연꽃 - 이지영

더 이상 넓은 품이 없다

보이는 것도

 

꽃대로 솟아

오롯이 꽃피우는 우리 사랑

 

연실의 비밀

뿌리로 뻗는

생명의 빛

 

 

사랑은 이런 것인가

그 품 넉넉히 열어

감싸 안는 바람막이

 

일상 즐겁고 고요하니

이슬 머금고 잠에서 깨어난 백련

금방 네가 보고파

 

맑은 연잎 모아

소롯이 연꽃으로 피어

신의 마음으로 태어나라.

 

  

 

♧ 월출산에 뜬 달은 - 최범영

월출산 닮은 그릇을 빚어

무안 몽탄 가마에 넣고 불 지피면

달은 월출산 굴뚝 위에서 지키느라

서쪽으로 질 줄 모른다

 

밤새 불 속과 영산강에 목욕하여

태어난 그릇이 자태를 뽐내는 새벽

하얀 백자가 좌대 위에서 참선에 드니

월출산 밤을 달군 달은

닭을 깨워 홰를 치라 하며 자러 가고

진리의 장막, 저절로 걷히니

무안 일로 백련지에는 연꽃도 저절로 핀다

 

  

 

♧ 고담사 마애불입상 - 목필균

온몸에 청태가 앉도록

누워보지 못한 정진의 천년

부처님 동공에 각인된

천왕봉이 구름 위에 있다

 

비구름 내려앉아도

천축으로 가는 길 보이는 곳

묵묵히 내려다보던

천년 마애불 품안에

먹물옷 하나

고단한 날개 접는다

 

칡넝쿨로 뒤덮인

모진 상념 줄기들

자르고 버리고

비우고 채우면서

끝없이 돌아온 고행길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오직

스님다운 스님 되자는

원 하나로 기도하는 도량에는

백련 어리연이

햇살 품어 영글어 가고

 

중생들 귓가로 찾아가는

심진 스님 찬불가는

굽이굽이 준령을 넘더니

어느 새

넓은 연잎에 은구슬로 구른다

 

  

 

♧ 연蓮의 자취 - 김명리

 

두물머리 물가에서 늦은 저녁 먹는데

다섯 살배기 아들놈 곁에 앉히고

연자육蓮子肉 갈아 만든 연잎국수 먹이는데

아이 목구멍 속으로 호르륵 면발 넘어가는 소리

마치 연씨 떠낸 연밥에 괴는 바람소리 같다

아직은 네가 눈치 채지 못할 속잎의 소리

연蓮의 자취를 몰아갔다 몰아오는 저녁바람 소리

죄다 허물어졌으리라 믿었던 금 간 방축 아래

꽃망울 잔뜩 오므린 백련 송이 보니

어쩌면 저이들 오고 있는 길이

내가 하염없이 가고 있는 길이라는 생각

내 생의 텅 빈 노깡에 고지랑물 괴는 듯

해감 물소리 이따금 텅텅 울리는 듯

 

  

 

♧ 아픔을 꽃으로 밀어내는 - 강연옥

 

제 속으로 푹푹 파 들어가며 흐르지 못하는 웅덩이 물은 어디에 머물러도 고요하다. 그러다가 흙길을 달려온 바람이 언덕에 다다를 즈음 차마 오르지 못하고 제 몸을 빗물에 씻으면 웅덩이에는 한 방울 두 방울 파문을 일으키는 아픈 물꽃들이 피었다가 이내 진다.

 

비 그치면 꽃 진 자리 흔적도 없다. 파란 하늘을 투영할 수 없이 검어져만 가는 물밭. 흙냄새 천천히 잠재우노라면 굵은 빗줄기를 자르려는 듯 풀잎은 퍼렇게 날이 서가고 제비는 벌써 처마 밑에 집을 다 지었다. 때가 됐나보다.

 

웅덩이에 장대비 죽창처럼 내리 꽂는 날에 필연(必然)으로 피어오를 백련(白蓮)의 심장 여는 소리, 고인 흙탕물 속에서 덤덤한 침묵이 고요를 물고 하얗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온다. 어둠 속에서 오래 견딜수록 눈이 빛나듯 웅덩이 속 아픔을 꽃으로 밀어내는 백련(白蓮)의 그윽한 마음 열리는 소리 ------- 울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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