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도 서울 나들이 등 바쁜 중에도 세월은 잘 가는데
그러다 보니, 추위는 모르고 지나간다.
가을서부터 시작하여 지금까지
양지쪽에서 겨울을 나는 꽃들을 종종 본다.
그래서 제주도를 따뜻한 남쪽 나라라 하는 진 몰라도
밤이면 거의 영하로 내려갈 때도 종종 있다.
추위를 이기고 새옵게 피어나는 꽃도 있지만….
산국(山菊)은 국화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60~90cm이고 흰색의 잔털이 있으며,
잎은 어긋난다. 9~10월에 노란 꽃이 두상 꽃차례로 핀다.
꽃은 약용 또는 식용하고 애순은 식용한다.
산과 들에 나는데 우리나라, 일본 등지에 분포한다.
♧ 견디는 꽃은 슬프다 - 권도중
망울로 가던 것 소식으로 가던 그것
바람에 세상 밖 간다 세상은 소멸하는 곳
허무의 바람에 베인다 네가 멍드는 것
꽃은 용서에 있다 문이 있어 피고 있다
간절하여 먼 길로 와 먼 길에서 먼 길 가는
견디는 꽃은 슬프다 지는 것 속을 간다
♧ 견디는 연습 - 이진숙
삐걱거리는 인체 모형도처럼
못과 나사에 조여져야만 한다
딱 한 개 남아
흔들거리는 이처럼
먹먹한 사랑 한 조각,
가슴 한 켠에 밀어둔 채
서늘하게 계절을 기다려야만 한다
반병의 술처럼
남겨져서
내 삶의 여백을 삭여내고 있는
아픔이여,
차라리 앓고 있으니 행복한 것을
견딜 일 생겨서 살맛나는 것을,
그러니
말없이 끌어안고 눈물 흘리며
못과 나사를 조일 수밖에 없다
끊임없이 견뎌낼 수밖에 없다
이 계절의 내 일과표는,
♧ 우주로 견디다 - 임영준
울분이 미로에 들 때마다
하늘을 보는 것
우주의 결사이로 틈입하여
강팍한 살별의 길을 따라
폭발해 버릴 수도 있다는 것
곤고한 자의 눈으로만
볼 수 있나니
분노에 쉬 멍들거나
침몰하지 말 것
뇌리가 우주의 한 축이니
각을 예리하게 세우고
오연하게 공전할 것
♧ 저물녘을 견디는 법 - 고재종
오무라졌던 분꽃이 다시 열릴 때
저 툇마루 끝에
식은 밥 한 덩이 앞에 놓고 앉아
혼자서 멀거니
식은 서천을 바라보는 노인이여!
당신, 어느 초여름날
햇살이 환하게 비추는 것도 모르고
옆 논의 아제가 힐끔대는 것도 모르고
그 푸른 논두렁에서
그 초롱초롱한 아이에게
퉁퉁 불은 젖퉁이를 꺼내 물리는 걸
난 본 적이 있지요
당신, 그 속의 글썽거림에
나는 괜히 사무치어서
이렇게 추억 하나 거내봅니니다
생은 추억으로 살 때도 있을 법해서
그만 죄로 갈 생각 한번 해본 거지요.
♧ 믿으며, 바라며, 견디며 - 강세화
정말인가 묻는 말에
우리는 얼마나 시달리나
아무도 못믿어 맘 하나 기댈 곳 없으니
나부터 누구라도 믿으며 그렇게만 살아볼까.
믿고 사는 마음에는
근심은 깃들지 않을거야
침침한 구석 구석 밝게보는 눈을 가져
어디든 찾아 나서면 밝은 희망 있을거야.
속아만 살아온 세상
누구도 믿지 못하고
바라는 일 무엇 하나 제대로 된 것 없어도
내 맘을 이기지 못하면 어떻게 오늘을 견딜까.
자신 있게 얘기하고
정말인가 묻지말자.
오늘이 어렵다고 내일을 버리지 못하네.
믿으며, 바라며, 견디며, 그리 살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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