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은 두 종류이다.
하나는 꽃도 크고 속이 흰빛을 띠는 것과
이것처럼 꽃도 작고 속이 덜 흰 것.
그리고 환한 대낮인데도 활짝피지 못하고 수줍다.
자목련(紫木蓮)은 목련과에 속한 낙엽 활엽 관목으로
높이는 13m 정도이고, 잎은 마주나며 도란형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하다. 4~5월에 진한 자줏빛의 꽃이
잎보다 먼저 핀다. 열매는 난상 타원형으로 갈색이며,
익으면 빨간 종자가 실에 매달린다.
중국 원산이며 난꽃과 비슷하다.
♧ 자목련 - 도종환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고통스러웠다
마음이 떠나버린 육신을 끌어안고
뒤척이던 밤이면
머리맡에서 툭툭 꽃잎이
지는 소리가 들렸다
백목련 지고 난 뒤
자목련 피는 뜰에서
다시 자목련 지는 날을
생각하는 건 고통스러웠다
꽃과 나무가
서서히 결별하는 시간을 지켜보며
나무 옆에 서 있는 일은 힘겨웠다
스스로 참혹해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일은
너를 만나서 행복했고
너를 만나서 오래 고통스러웠다
♧ 자목련 - 박정순
겨우내 기다림을 가져왔던
몸짓이었다
뜰 앞에서
자주빛 꽃 잎 붉게 타는
자목련
긴 겨울
강철같은 추위로 꽁꽁 묶인
몸을 풀고
온 가슴 흥근히 문질러
그리하여 그 상처 배어나는 여린 얼굴로
잎사귀 돋아
꽃 피는 것이 아닌
그 고통 온 몸으로 나타내고야 마는 것을 모른척 하랴
끝끝내 온가슴 문대질 때까지
버티는 것을
꽃 피고 잎사귀 여는 자목련의 상흔
이 봄은 더욱 붉어진다
♧ 자목련(紫木蓮) - 박경현
이글거리는 보랏빛 정욕 내뿜다
오르가슴 한번 제대로 못 느낀
처연한 곤충이어라.
눈보라 차디찬 바람 용히도 이겨내고
한 뼘 봄기운 조급히 즐기려는
조바심의 멍울이어라.
그 뉘를 향한 우직한 수줍음인가?
그 뉘를 찾는 기름진 용솟음인가?
그 뉘를 달랠 처절한 몸부림인가?
♧ 자목련꽃 필 무렵 - 손병흥
나뭇잎 나오기도 전 이른 봄
흰 목련의 순백함에 놀라
화들짝 자주빛으로 물들어 버린 얼굴
그 밝은 빛깔 오랜 기다림
봄내음 맡고서야 피어나는 꽃
꽃 먼저 피는 백목련 꽃망울
잎과 함께 피어나는 기다림
자목련(紫木蓮) 고운 자태
나무에 피는 연꽃 신이화(辛夷花)
그 옥(玉) 같은 꽃
난초 같은 맑은 향기
목련 꽃잎 한 조각 꽃봉오리
봄 끝에 터뜨리는 망춘화(忘春花)
그윽하고 은은한 여섯장 꽃잎
겉 짙은 자주색 화사한 빛깔
안쪽 연한 자주색 띠는 고상함
충분한 햇빛 받았을 때 맞춰
꽃샘추위 견디며 인내하는 지혜로움
관상용 정원수로 가꾸고 식재하는
고상한 화목류 낙엽소교목
보랏빛 꿈 봄꽃의 화신.
♧ 자목련 비애 - 김숙경
입술로 말하지 말아요
여민 가슴의 띠를 열어 봐요
작은 샘가 늘어진 소나무는
깊은 그늘이나 드리우지
그렇게 비교해 말하지 말아요
이끼의 침묵이 있음 붉음도 생각해 보자구요
상념도 열 길 스무길 봄이라 외치는 이참에
자목련 기어이 뜨거운 화덕을 품었으니
윤회의 절절한 사연 사연들
어지간한 고통쯤은 마르고 말겠지요
꺼덕꺼덕 걷다가 다리품 쉬는
인생도 읽어낼 법한 연자줏빛 그 몽우리
입술은 치장한 쪽문에 불과하여
말하지 말아요 홍조 띤 두근거림만 올려놔요
한 사람 두 사람 바라보다가
천사람 사연을 아는 척해도
열 오른 가슴은 새가 되어 허공을 맴맴
듣는 이 저만치 등을 보일 때쯤에
백목련만 목련이냐
벙어리 울음 꺼이꺼이 토하려 합니다
♧ 자목련 - 목필균
겨우내
소리 없이 올린 기도
기다림이 여물어
하늘 끝에 섰다
봄 속에 봄
가지 끝마다 서 있는
붉은 입술들
바라보는 눈이
파닥거린다
♧ 자목련의 첫사랑 - 현상길
울타리 바깥에서
기웃거리는 눈짓에
두 볼 벌써 달아올라
떨리는 손길 닿기도 전
붉은 입술 오므리고
혀끝을 적시다가
훈풍의 속삭임만 스쳐도
목이 타는
여린 순정의 꿈
봄밤의 초례 부끄러워
인연의 비 소리없이
흠뻑 젖은 몸 보듬고 가면
투명한 눈물 틈으로
무수히 터지는
연록의 불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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