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모란과 원정 산행

김창집 2012. 4. 28. 00:56

 

오늘부터 1박2일간 원정 산행을 간다.

오늘은 아침 8시에 제주항을 출발하여

완도를 거쳐 1시반에 고흥에 도착한다.

바로 팔영산 산행을 마치고 해남으로 이동

내일(4월29일)은 두륜산 산행을 하고

완도로 이동하여 4시 배로 완도를 출발하여

7시에 제주로 돌아올 예정이다.

 

모란(牡丹)은 작약과에 속한 낙엽 활엽 관목으로

높이 2m 정도이며, 가지는 굵고 털이 없다.

잎은 깃꼴 겹잎이며, 꽃은 5월에 피고

열매는 9월에 익는다. 꽃의 빛깔은 보통 붉으나

개량 품종에 따라 흰색, 붉은보라색, 검은 자주색,

누런색, 복숭앗빛을 띤 흰색 따위가 있다.

뿌리껍질은 두통, 요통, 지혈, 진통제 등의 약재로 쓰인다.

인가나 화원에서 관상용으로 재배하며 중국 원산이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모란꽃 - 목필균

 

붉게 핀 소담스러운 미소마다

농염이 가득하고

 

풍만한 여인의 터질 듯한 가슴

눈부신 햇살 속에 열리는데

 

차마 보지 못하고

슬며시 돌아서던 바람

 

향기만으로 어지러워 주저앉는

5월 한낮   

 

 

♧ 땅멀미 - 최범영

 

고흥 외나로도에서 떠난 배는

놀이 일렁이는 남해 바다 한가운데

출렁이는 뱃머리에서

거문도 손죽도

초도 평도 광도

섬에 폴짝 뛰어올라

뭔 바윈가 보고 돌 하나 거두어

놀에 맞춰 목숨을

배 위로 던지고 또 던지고

그러고 나서 뭍에 오니

땅은 파도인양 울렁울렁

그러다 정신은 아득하고

속은 토할 듯 미식거렸다

 

그것은 땅 멀미였다

 

뒤도 안 보고 가는 사람들

교육 때문에, 취직걱정에 외국으로 간단다

뭍사람들이 온갖 시련의 배를 타고

이 땅에 살려 몸부림치다 덮쳐오는 땅 멀미에

그냥 난파하여 새로운 땅으로 가는 모냥이다

 

덩치 큰 나라들이 밀어부치는 파도

모리배 정치꾼들의 노젓기에

제대로 돌아가는 것 없고

수요자 중심 사회의 돛대 깃발에

과학이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이 되어야 하니

트르비와 신문에서 쏟아내는

생선 상자를 볼 때마다

속이 매슥거리고 어찌 살까 아찔

 

땅 멀미가 난다

지겹도록 땅 멀미가 난다   

 

 

♧ 능가사((楞伽寺)의 가을 - 오한욱

 

법당이 허공에 매달려 있을 때, 그 옆에 괜시리 머뭇대며 매달린 감들이 산새들 기다리다 지쳐 목을 떨굴 때, 아 그때, 감만큼이나 작은 조각구름 몇몇이 거미줄에 걸려 버둥대던 세월처럼 감나무 꼭대기에서 떠나지 못할 때,

 

부처의 걸음걸이로 스스스 쓸려가던 떡갈나무 잎들이, 저 감나무 껍질 속으로 파고들던 풍경소리 따라 가다 멈칫하면서, 제 자리에 붙박은 어눌한 세월을 함께 나누며 살아갈 때, 아 그때, 바람이 스스스 쓸려가고 있었다   

 

 

♧ 두륜산에서 - 정영선

 

새벽녘 산을 오를 때 시간의 촘촘한 그물 속에서 나도, 나무들도 팔다리를 쭉쭉 뻗지 못한 채 굽은 등을 하고 있었지요 그때 산봉우리에서부터 산 아래로 점령군처럼 밀고 내려오는 햇빛군단을 보았지요 그들은 시간의 그물을 둘둘 말아 나갔어요 선명하게 구획을 그어 갈 때 그늘들은 순순히 뉘엿뉘엿한 무늬들을 내어주고 풀려났지요 순식간에 드러나는 산의 내면, 골 깊은 시름마저 깨어났지요 옹이 지고 휘어진 무늬들 낭자했지요 냇물을 깨워 어둠의 찌끼를 씻는 소리, 바람을 불러 묻어있는 밤을 터는 소리가 퍼져나갔어요 저들이 씻고 있는 저 밤은 밤새 떨었던 불안일까요 아님 굽이치는 밤에 기대었던 부끄러운 흔적일까요 그때 내 생각 속의 그물을 걷어내면서 몸이 길이 되라는 소리 환했지요 그들이 걷어가는 영원의 그물 속으로 나의 아침은 편입되어 갔지요 내가 마신 알싸한 골짜기 물맛 같은 그리움도 짜깁기되었을지 몰라요   

 

 

♧ 두륜산 - 제산 김 대식

 

해남 땅 끝으로 가자.

우리나라의 산맥이 남으로 흐르다

마지막으로 솟구친 곳,

신라의 고찰 대둔사가 있고

주위에 둘러있는 크고 작은 여덟 개봉

그림처럼 솟아있지.

 

산은 아기자기 암봉들로 장식하고

은빛 억새밭이 햇볕에 반짝이지.

구름 깔린 산 풍경

해 뜨고 지는 붉은 노을

모두가 아름답지.

 

남해와 서해의 바다가 보이고

산위에서 보는 다도해의 아름다움

그 또한 그림이지.

 

강원도로부터 피던 단풍이

남으로 남으로 남하하여

제일 늦게 늦가을에야 피우는 곳,

대둔사에서 바라보는 두륜산

남도의 단풍은 아주 아름답지.  

 

 

♧ 해남 나들이 - 윤금초

 

대둔사 장춘구곡

살얼음도 절로 녹아

마애여래상의 광배(光背)를 입고 서서

땟국을, 홍진(紅塵) 땟국을

헹궈내는 아낙들.

 

그 옛날 유형(流刑)의 땅 남도 끄트머리.

백연동 외진 골짝 고산(孤山) 고택 녹우단의 겨우내 움츠린 목숨, 풀꽃 같은 백성들아. 직신작신 보리밭 밟듯 돌개바람 휩쓸고 간 동상의 뿌리에도

무담시 발싸심하는 봄 기별은 오는가.

 

개펄 가로지른 비릿한 저 해조음.

뱃머리 서성이는 털복숭이 어린 것의

소쿠리 크나큰 공간

산동백이 그득하다.

 

새물내 물씬 풍기는 파장의 저잣거리.

어물전 세발낙지, 관동 명물 해우도 불티나고

텁텁한 뚝배기 술에 육자배기 신명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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