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이지만 입하인 어제는 토요일이라
오름 답사 공지를 내고 노로오름에 갔습니다.
작년 5월부터 1년 동안 토요일이면 꾸준히
오름에 올라 같이 공부했던 오름해설사 5기
여러분들과 마지막 산행을 했습니다.
내려오는 도중 꿈과 같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올해 바빠서 찾아보지 못했던 들꽃의 여왕
백작약을 만난 것입니다.
그것도 사람의 왕래가 잦은 오름 기슭에서
하나도 아닌 여러 개체수의 꽃들
밝은 햇살 아래 꿈인 듯 피어 있었습니다.
♧ 복사꽃과 제비 - 김광균
--어린이날을 위하여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찾아왔구나.
어린 것 껴안고 뜨거운 눈물로 뺨을 부비노니
너희들 키워줄 새 나라 언제 세워지느냐.
낮이면 꽃그늘에 벌떼와 함께 돌아다니고
밤이면 박수치는 파도 우로 은빛 마차 휘몰아가고
거칠은 바람 속에 다만 고이 자라라
온 겨레의 등에 진실한 땀이 흐르는 날
너 가는 길에 새로운 장미 피어나리니
황량한 산과 들 너머
장미여 삼천리에 춤을 늘여라.
불행한 나라의 하늘과 들에 핀 작은 별들에게
복사꽃과 제비와 어린이날이 돌아왔구나.
♧ 입하(入夏) - 김영천
소리 소문 없이
홀로 푸르러 와서는
구석구석마다
우우 달떠 일어나게 한다
숲마다 이렁이렁이며
꽃은 피우고 지고
짝 이룬 둥지마다
햇새끼 깰라
가시나들이 진작에 참지 못해
맨살로 환히 뛰쳐나가서는
햇살이 외려 부끄러워
쿵쿵 가슴이 뛴다
나는 아직도
봄을 다 여의지 못했는데
그대는 날마다 소문처럼 참
급하다
♧ 아름다운 이별 - 이일영
이별이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가슴으로
사랑이 숨은 까닭이다
배꽃 같은
그리움이 남아있다는 까닭이다.
달빛으로 하얗게 떠는 몸짓
애절하게
그 향기를 꽃술에 달고
그윽함으로
피었던 너와나의 사랑이여 !
낙화의 아픔까지 가슴에 담고
사랑이었다는
위안으로 하얗게 날리는
이별을 물면
밤을 쪼는 새가 눈을 감았다.
♧ 사랑은 사랑을 낳는다 - 백우선
--제주 용눈이오름
땅의 사랑, 땅은 솟아
얼크러진 용들의
열풍에 휩싸인 절정
사랑할 때 뜨는 눈은 음핵이다
불붙는 사랑의 눈동자는
불길 속 음핵에서 돋는 햇덩이이다
땅의 사랑이 해의 사랑을 낳고
해의 사랑이 빛의 사랑을 낳는다
해와 달과 별들은
사랑의 눈동자이다
이 땅 사람들
사랑의 여의주이다
♧ 작약꽃 이울 무렵 - 유치환
저적히 갸우린 안에
억토(億土)에의 하아얀 길이 있어
하나 왕국이 슬어지시로소니
애달픔이 어찌 이에 더 하랴
나의 청춘이 소리 없이 못내 흐느끼는 날
더불어 고이 너도 이우노니
귀촉도야 귀촉도!
자국 자국 어리인 피 가슴 밟는 울음에
아아 꽃이 지는지고
---아픈지고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버이날에 실거리꽃을 (0) | 2012.05.08 |
---|---|
찔레꽃은 다 피어버렸는데 (0) | 2012.05.07 |
클레마티스 오월을 장식 (0) | 2012.05.04 |
등나무 그늘에 서면 (0) | 2012.05.03 |
금낭화, 산길에서 (0) | 2012.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