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어서
8강만 가도 감지덕지였던 것을
브라질을 이기고 금메달을 바랐던 걸 생각하면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들고….
하지만 메달을 따낸다는 약속은 지켰으니
더위 속에 낭보일시 분명하다.
더구나 그 상대가 대놓고 자기네가 한 수 위라고 깝치는
일본을 상대로 2:0 통쾌한 승리였으니….
잠이 싹 달아난다.
맥문동(麥門冬)은 백합과에 속한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30~50cm이고, 뿌리는 짧고 굵다.
잎은 짙은 녹색이고 뿌리에서 뭉쳐난다.
산의 나무 그늘에 나는데
제주도, 전라남도, 전라북도, 경상남도,
경상북도 강원도 등지에 분포한다.
학명은 Liriope platyphylla이다.
♧ 8월 서정 - 권오범
늦둥이 한 둘 낳아 여봐란 듯이 업고
어상반하게 늙어가는 옥수숫대 여남은
뙤약볕에 파마한 곱슬머리 처녀들
흐벅진 포대기 태를 보아 시집보내도 되겠다
어지간히 둔탁해진 분신들 때문에
팔이 활처럼 휜 채 애면글면하는 모과나무에서
말매미가 변써 타전하는 사랑노래
숭덩숭덩 저며 헤살 놓는 쓰름매미
맥문동이 꼬치꼬치 쌓아올린 자줏빛 꿈이
옥구슬 목걸이로 영글어 곤댓짓하고
호박이 걸음걸음 퍼질러 낳아놓은 자식들 나 몰라라
뻔뻔스럽게 고개 들고 담을 넘는 뒤란
감나무 대추나무 석류나무 하다못해 푸새들마저
삶의 보람을 요령껏 조랑조랑 매달고
태평스럽게 건너는 성하의 강
나만 열대야에 주리 틀려 어리숭하다
♧ 맥문동 같은 그 여자 - 김종제
내몸의 어느 곳에
기침 가래 하며
폐결핵으로 앓아 누운 것이
틀림없이 있을 것 같아
그렇지 않고서야
오랫동안 지나쳤던 길에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맥문동이
오늘은 눈에 들어오는 게
도대체 뭐냐 말이지
맥문동 같은 그 여자
삼베 적삼으로 겨우 살빛 감추고
고개 숙인 채, 키 낮춰
나무그늘에 숨어 지내는
그 여자, 단아한 풀이여 꽃이여
내가 그토록 헛것을 보았었나
네가 여태 본 내가 헛것이었나
깊은 손으로
우물을 길어 올려
한 모금도 새나가지 않게
제 몸에 담아 두고는
입을 앙다물어 저를 다구치는
그 여자, 강인한 뿌리여 열매여
한 해 더 희생해야
잎 두터워지고 윤택해진다는
천둥 벼락 같은 소리에
나와 같이
상처투성이의 너를
뒤뜰 한 구석에 던져 놓았더니
어느새 반듯하게 허리 펴고 있네
♧ 맥문동(麥門冬) - 김안로
가을서리를 맞으면서 나는
향기 높은 음표를 짙은 몸뚱아리 속에
묻어야 하리. 그대의 뜨락에
연두빛 봄이 올라올 때까지.
바람 한 점 없는 여름의 오솔길에서
먼 파도소리 들고오다
만난 그대여!
아무도 찾지 않는 긴 겨울의
낮은음자리를 밀고나와
후렴처럼 쏘아 올리는, 한 철
내 자줏빛 매무새는 어땠는지.
송죽이 어엿이 푸르긴하나
나보다 키가 조금 크지 않던가.
풀내나지만 잡풀이 아닌
나의 딴 이름은 불사초.
♧ 실맥문동이 - 송연우
돌 틈새
몸 낮추고 있네
오엽송, 산수유, 비단향나무 아래
그녀의 머리결 푸른 잎사귀
바람결에 곡선 그으며
핏발선 내 눈빛을 풀어주네
가슴에 묻어 삭힌
아침빛 청자 열매
반짝반짝 눈짓을 하며
뒤틀어진 오장육부의 욱기를 뽑아주네
♧ 비 온 뒷날 아침에 - 최진연
장마 비 그친 간밤
도시의 달빛도 청명하더니
해 뜨자 햇살과 함께
매미소리 쏟아진다
나무 밑 물기 젖은 맥문동꽃
햇살 눈부신 보랏빛 달개비꽃들
간밤에 훌쭉 뻗은 바랭이풀잎들
큰 키에 알몸으로 우뚝 선 나리꽃
어제 못 보던 목이 긴 강아지풀들
나뭇가지 살랑이는 맑은 바람결
도시도 비 그친
이 아침만 같았으면
꿈꾸듯 서 있는 망초꽃이 맞는
도시도 언제나 이 아침만 같았으면
♧ 길 - 편부경
-어머니를 그리워 함
살면서
그리움 하나쯤 가꿀 수 있을까
밤새워 울먹이던 바다
새벽까지 먹구름 이고 서서
바람에 진저리 치는 건
그 이유 아닐까
질린 낯색 맥문동도 그 이유 아닌지
댓잎 움직임도 행여 스산한데
비틀대는 토함산의 취기는
외투 입은 물빛이다
길은 끝간 데 숨겨 안고
살 떨군 포플러만 손끝으로 고갯짓
백날 천날 아껴야 할 그리운 것
바래지 않을 빛깔과 만나는 길
♧ 가을 예감 - 조사익
가을 색 빗줄기를 물방울로 뚝뚝 잘라
유리창에 뿌려대는 바람소리가 제법 찬 기운을 느끼게 한다
여름날 숨 고르기 한 번 못하고 크게만, 많게만 부풀려왔던 것들 모두
하늘빛마저 푸름을 멈추고 가을 색으로 물들어간다
비구름 쪼개진 틈새로
햇살 조금 남은 신작로 밑동까지 가을 닮은 석양 밟으며
어디쯤 오고 있을 가을빛 찾아 떠나는 길
후박나무 이파리 속살에서도 갈 빛 향기가 차오른다
여름날 숱한 이야기들이 오갔을 신작로에는
드물지만 가끔 꽃을 피운 코스모스 가녀린 모가지가 바람에 흔들린다
보랏빛 향기 진하게 어우러진 맥문동 꽃대, 마저 눕고 나면
되려 허전할지도 모를 가을밤 귀뚜라미 소리에
잠시 고독을 노래하다 슬플지라도 왠지 가을예감이 향기롭다
해거름 노을 다음, 밤 깊어질 때면
어느 별자리는 벌써 가을을 노래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흰 부용꽃 여름을 장식 (0) | 2012.08.13 |
---|---|
소황금과 황금 시 (0) | 2012.08.12 |
돌문화공원의 오백장군 (0) | 2012.08.09 |
입추에 보내는 푸른 단풍 (0) | 2012.08.07 |
하늘을 수놓은 구름 (0) | 2012.08.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