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만한 화단에 이것저것 심다 보니
과거에 있던 것이 하나둘 사라지기도 한다.
이 꽃 아이리스 자포니카는
범부채 같이 넓고 투박한 줄기잎을 갖고 있어서
발길에 잘 뽑힌다. 그래서 올해는 한 줄기만 남아
이렇게 피어 4월을 보내고 있다.
붓꽃과의 수입 원예종 아이리스 자포니카는
무늬가 아름다운 꽃으로
지금 여러 곳에 퍼져 있다.
♧ 4월 어느 날의 나의 戀歌 - 최영희
사랑하는 사람이여
나 이제 어디로 갈까요
지금 차창 밖에 있는
산과 나무와 4월의 꽃들에게 안녕을 고하고 떠나 왔어요
아니, 어쩌면 그들이 내게
안녕을 고하고 떠났는지 모르겠어요
백미러 속 세계가 타인의 세계처럼
점점 멀어져 가고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겠어요
내가 사랑한 사람들이여
나를 사랑해 준 사람들이여
내 가슴 속 사랑 너무 깊어
울 것만 같은데요
지금도 방금 까지 내가 있던
나의 체온이 채 식지도 않은 그 아늑하던 세계가
자꾸 멀어져 가네요
4월이여
사랑이여.
♧ 4월의 수채화 - 권오범
한바탕 정분난 세상은
연둣빛 옷자락 서툴게 걸치고
빛 부신 4월을 노래한다
온갖 미물들이 사랑을 나누느라
술렁이는 산골짝 물웅덩이도
넉넉한 햇살 받아
한창 데우는 중인데
낮은 음표들을 자잘하게 내걸고
물 속 메아리에 귀 귀울여
열심히 들여다보는 능수버들
정수리 삭정이에 앉아있는
때깔 고운 물총새 두 마리
교대로 자맥질이 한창이다
비행기가 팽팽히 당겨놓은
하얀 빨랫줄에 파란하늘이 살며시
솜이불 한 자락 끌어다 말리는 오후
걱정일랑 뒤틀린 노송 관솔에 걸어놓고
찬찬히 그려보는 심중의 수채화
♧ 달아나는 4월 - 목필균
산마다
꽃불 지펴 놓고
번지는 불길에 놀라
달아나는 그대
열 손가락으로도 잡히지 않는
그대의 옷자락
가슴에 엎질러 놓은
사랑의 수액은 다 어찌하라고
봄바람으로 터진
세상 소문 다 어찌하라고
진한 녹색 옷 입고
라일락 꽃관 쓴 5월이
고개 내밀 때
뒤돌아 볼 새 없이
초록 물결 속에 숨어든
연둣빛 그대
♧ 4월이 간다 - 김희숙
연분홍 벚꽃 흩뿌리는 너머로
이리저리 흔들리던 일상
너무도 쉽게 4월이 간다
엉뚱한 일에
마음 아프던 날
확실한 그리움의 실체를 알아
그 길 따라 걸으면
슬픔만 가득하다고
부끄러움에 고개 들 수 없다고
귓속 말 던지고 간다
응어리진 가슴의 한
꾹꾹 눌러 앉히고
눈물 삼키며 살아왔듯
더 진솔하게
더 아름답게 살라 하고
절뚝이며 4월이 간다
♧ 4월이 간다 - 이향아
사월이 간다
일제히 기립하여 갈채하는
함성의 현기증은 가라앉았다
그래도 무너지는 바람과
아직도 휩쓸리는 꽃잎과
술 취한 내 발걸음
실눈 뜨고 바라보면 맨발의 바다
안개 묻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면서
명주 수건 흔들어라
사월이 간다
이별이 아니라고
다시 돌아온다고
마지막 한 사람
베르테르여,
무슨 말이 필요하랴
사월이 간다
♧ 4월에 우리는 무슨 노래를 부를까 - 이승익
우리의 노래는 무엇인가
우리는 노래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황사 바람이 요동땅 거쳐 황해 바다건너
예까지 왔구나
싯누런 모래 바람 눈가에 스쳐
눈물이 글썽 주루루 흘러내리는
우리는 무슨 노래를 부를까
우리가 부를 노래가 있을까
오늘도 바보 상자 티브이에선
시간마다 흘러 나오는 뉴스를 본다
바그다드-------함 락
美 해병대원 포크레인에 밧줄 걸어
후세인 동상 전격 철거
軍政 ----과도정부 -------제헌의회 구성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이다
목청이 찢어저라 부르던 노래다
꾸겨지고 없어진줄 진작에 알았던
그 노래들 그 昨神들이 여직껏 돌아댕겨
다시 살아 꿈틀 대는 망령이여 망령들이여
멍울져 으깨어진 가슴에 품어 있을 노래가
있을까
황사 바람으로 시야가 어둡다
우리 무슨 노래 부를까
무슨 노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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