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산도에서 슬로길을 도는데
느린섬여행학교 앞 화단에
이 매발톱꽃과 할미꽃 작약 등이 심어져 있다.
할미꽃은 이미 피었다 져 허옇게 세어있고
작약은 아직 피지 않았는데
이 녀석만 한창이었다.
매발톱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골짜기 양지쪽에서 자란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지름이 3cm 정도이며 자줏빛을 띤 갈색이고
가지 끝에서 아래를 향하여 매달린다.
꽃잎 뒤쪽에 꽃뿔이라고 하는 꿀주머니가 있는데,
매의 발톱처럼 안으로 굽은 모양이어서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주로 높은 산
안개가 많이 끼는 곳에서 자생한다.
♧ 매발톱 - 김승기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내려놓을 줄 모르느냐
그렇게 손톱 발톱을 치켜세운다고
잡혀지는 허공이더냐
누구보다도 어여쁜 미모와 찰진 꿀을 지녔으면서도
무엇이 모자라서 베풀 줄 모르느냐
毒독을 藥약으로 어우르며 살아야
행복한 삶이거늘
발톱 속에 감춘 꿀
벌 나비에게마저도 내어주기 싫었더냐
움켜쥘수록 물살같이 빠져나가는 바람을
보면서도 그래야 된다는 운명이라더냐
가진 것 없어도 함께 베풀며 사는
생명이 많아야 아름다운 세상 되듯이
조금만 마음을 열어다오
네가 이 땅에 뿌리 내린 기쁨이 있듯이
너도 너대로 해야 할 몫이 있어
부러울 것 없는 몸으로 꽃 피우지 않았느냐
♧ 하늘매발톱꽃 - 송연우
사월 바람이 연초록 물결을 흔들고
누군가 허공을 긁는다
산골 물빛이 빚어낸
매발톱, 발톱꽃
단단한 줄기 끝마다 매달아
세상 잡티 긁어내는
저 등짝
나도 고백성사로 마음을 씻어내면
미움도 다시 꽃으로 피어날까
긴장의 끈에
묵은 소원 하나 매달아 본다
♧ 매발톱꽃 - 이민정
서러워서요
자꾸만 눈물이 나서요
천금같은 자식들 눈에 밟혀서
이혼은 절대 안 한다 했는데
목구멍에서 자꾸만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서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십년 넘게 해 받쳐온
밥값이 아까워서라도
이혼은 절대 안 한다 했는데
심장이 벌렁 벌렁거려요
옆구리에 끼고 애지중지하던
젊은 년
딸보다 더 젊은 그 년
그 년 머리채 한번 못 잡아 보고
눈물만 폭폭하게 뿌리고
못내 떠나기 아쉬웠던 내 집
내 마당
내 그늘들
그것들 두고 나서는데
자식 버리고 나서는 에미마냥
피눈물이 나서요
나는 살아야겠어요
잘 살아서
보란 듯이 살아서
내 딸들 이쁘게 시집 보내고
환갑에 고희잔치까지 다 벌리고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두고 보라지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남의 가슴에 못 질하고
그러고도 잘사는지
두고 보라지요
하늘님, 땅님 다 보고 계시는데
이십년 세월을 버리고 가는데
서러워서요
자꾸만 눈물이 나서요
나는 살아야겠어요
나는 살아야겠어요
♧ 하늘매발톱 - 이창화
새의 발톱이 어디서 멈추는지를 누가 알까
좀더 마음을 쓰면 좋을 텐데
새는 그 이상의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주춤거린다 그들이 안타깝다는 듯
그러나 별 수 없지 하며 발톱을 내밀려 할 때
그저 답답할 뿐이라며 다시 오므리고 만다
이제 발톱은 아무 쓸 데가 없다. 꽃으로 피워내자
차라리 꽃이 되자.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꽃이 되는 길밖에 없을 거야
꽃이 되면 그들이 안타까움이란 게 무엇인지 깨달을지도 몰라
더 크게 열지 못한 마음을 후회할지도 몰라
하늘을 향해 발톱을 내밀다 꽃이 되어버린
하늘매발톱이란 이름을 보며
새가 되었다가 꽃이 된 누군가의 사연이 아닐까 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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