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청산도에서 본 매발톱 꽃

김창집 2013. 5. 2. 00:02

 

창산도에서 슬로길을 도는데

느린섬여행학교 앞 화단에

이 매발톱꽃과 할미꽃 작약 등이 심어져 있다.

할미꽃은 이미 피었다 져 허옇게 세어있고

작약은 아직 피지 않았는데

이 녀석만 한창이었다.

 

매발톱꽃은 미나리아재비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산골짜기 양지쪽에서 자란다. 꽃은 6∼7월에 피는데,

지름이 3cm 정도이며 자줏빛을 띤 갈색이고

가지 끝에서 아래를 향하여 매달린다.

꽃잎 뒤쪽에 꽃뿔이라고 하는 꿀주머니가 있는데,

매의 발톱처럼 안으로 굽은 모양이어서

매발톱꽃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주로 높은 산

안개가 많이 끼는 곳에서 자생한다.

    

 

 

♧ 매발톱 - 김승기

 

무얼 잡으려고 허공을 움켜쥔 채

내려놓을 줄 모르느냐

 

그렇게 손톱 발톱을 치켜세운다고

잡혀지는 허공이더냐

 

누구보다도 어여쁜 미모와 찰진 꿀을 지녔으면서도

무엇이 모자라서 베풀 줄 모르느냐

 

毒독을 藥약으로 어우르며 살아야

행복한 삶이거늘

 

발톱 속에 감춘 꿀

벌 나비에게마저도 내어주기 싫었더냐

 

움켜쥘수록 물살같이 빠져나가는 바람을

보면서도 그래야 된다는 운명이라더냐

 

가진 것 없어도 함께 베풀며 사는

생명이 많아야 아름다운 세상 되듯이

조금만 마음을 열어다오

 

네가 이 땅에 뿌리 내린 기쁨이 있듯이

너도 너대로 해야 할 몫이 있어

부러울 것 없는 몸으로 꽃 피우지 않았느냐 

 

 

 

♧ 하늘매발톱꽃 - 송연우

 

사월 바람이 연초록 물결을 흔들고

누군가 허공을 긁는다

 

산골 물빛이 빚어낸

매발톱, 발톱꽃

단단한 줄기 끝마다 매달아

세상 잡티 긁어내는

저 등짝

 

나도 고백성사로 마음을 씻어내면

미움도 다시 꽃으로 피어날까

긴장의 끈에

묵은 소원 하나 매달아 본다   

    

 

 

♧ 매발톱꽃 - 이민정

 

서러워서요

자꾸만 눈물이 나서요

천금같은 자식들 눈에 밟혀서

이혼은 절대 안 한다 했는데

목구멍에서 자꾸만

뜨거운 것이 치밀어 올라서요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이십년 넘게 해 받쳐온

밥값이 아까워서라도

이혼은 절대 안 한다 했는데

심장이 벌렁 벌렁거려요

옆구리에 끼고 애지중지하던

젊은 년

딸보다 더 젊은 그 년

그 년 머리채 한번 못 잡아 보고

눈물만 폭폭하게 뿌리고

못내 떠나기 아쉬웠던 내 집

내 마당

내 그늘들

그것들 두고 나서는데

자식 버리고 나서는 에미마냥

피눈물이 나서요

나는 살아야겠어요

잘 살아서

보란 듯이 살아서

내 딸들 이쁘게 시집 보내고

환갑에 고희잔치까지 다 벌리고

그렇게 살아야겠어요

두고 보라지요

남의 눈에 피눈물 나게 하고

남의 가슴에 못 질하고

그러고도 잘사는지

두고 보라지요

하늘님, 땅님 다 보고 계시는데

이십년 세월을 버리고 가는데

서러워서요

자꾸만 눈물이 나서요

나는 살아야겠어요

나는 살아야겠어요   

 

 

 

♧ 하늘매발톱 - 이창화

 

새의 발톱이 어디서 멈추는지를 누가 알까

좀더 마음을 쓰면 좋을 텐데

새는 그 이상의 마음을 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과 마음 사이에서 주춤거린다 그들이 안타깝다는 듯

그러나 별 수 없지 하며 발톱을 내밀려 할 때

그저 답답할 뿐이라며 다시 오므리고 만다

이제 발톱은 아무 쓸 데가 없다. 꽃으로 피워내자

차라리 꽃이 되자.

그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는 꽃이 되는 길밖에 없을 거야

꽃이 되면 그들이 안타까움이란 게 무엇인지 깨달을지도 몰라

더 크게 열지 못한 마음을 후회할지도 몰라

하늘을 향해 발톱을 내밀다 꽃이 되어버린

하늘매발톱이란 이름을 보며

새가 되었다가 꽃이 된 누군가의 사연이 아닐까 하는

그런 엉뚱한 생각을 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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