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그 섬에 가고 싶다

김창집 2013. 4. 30. 06:39

 

청산도.

전라남도 완도군 청산면에 속한 섬.

완도항에서 남동쪽으로 약 19.7㎞ 지점.

산과 물이 모두 푸르다 하여 청산도라 했다.

 

최고봉인 매봉산(385m)을 비롯하여

대봉산(379m), 보적산(330m) 등 300m 내외의

산이 사방에 솟아 있으며,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에 속하며

자연경관이 수려한 관광명소로 꼽힌다.

 

면적 33.28㎢, 해안선 길이 42.0㎞,

우리나라 최초 100만 관객 동원으로 잘 알려진

‘서편제’의 세 주인공이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돌담길을 걷는 장면이 나오는 섬.

그 섬에 가고 싶었다.  

 

 

♧ 섬 - 정현종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 외로움은 또 다른 인생길이다 - (宵火)고은영

 

밤마다 매복한 어떤 슬픈 욕망이 분출하고

죽도록 사람 냄새가 그리워지면

어디론가 쏜살같이 달려 나가고 싶다

안개 자욱한 밤바다나

아니면 사람이 많은 대로변이나

못 마시는 술에 진탕 절어 단 하루만이라도

내 존재를 먼지처럼 내동댕이치거나

진실로 나임을 잊고 싶을 때가 있다

 

얼음 꽁꽁 언 밤에 가로등도 없는 꽤 긴 골목을

신발 없는 맨발로 걸어 본 기억이 있다

분노는 사람의 이성을 무력화시키고

오감의 감각을 말살시켜 버린다

슬픔은 견고한 중심의 바리케이드를 허물어

전신을 휘젓고 분노가 파도처럼 노도같이 몰려올 때

얼음 위를 걷는 맨발은 오히려 억제된 통증에

쓰릴 정도로 뜨거운 사랑을 원하고 있었다

 

변함없는 유일한 사랑의 요구에 목말랐던 시간

수평의 사랑은 언제나 흔들리는 유리 배라는 것을 알았다

입증되지 않은, 그래서 검인조차 없이

불량품 같이 찌그러진 사랑의 일탈 된 어긋남

차라리 용서란,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기회처럼 뇌까리는 화려한 포장의 가면을 쓴

변질 된 변명임을 절감하는 일이었다

 

두발 달린 짐승이 어딘들 못 가며

무슨 짓을 못하랴

우연한 기회에 자의든 타의든

사랑하는 사람들이 무심히 내가 던진 돌멩이에 맞아

깊은 상처로 매몰되는 것을 안다면

우리 인생이 이다지 슬픈 일은 없을 것이다

조그만 의심도 없던 믿음에 잘못된 시간은

늘 우리를 거꾸로 맴돌게 하는 환장할 일이기에

사랑은 결코 그런 것이 아니라 외치고 싶다

 

참된 우울 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

주검을 넘보는 피안에 검은 바다를 보며

울 수도 없는 어둠에서 절망의 허기진

별똥들이 뭉클뭉클 쏟아지고

사람이 존재하지 않는 섬에 유폐되어

온몸으로 울어본 자만이 슬픔이 무엇인지를 안다

느릅나무 밑의 욕망이 대가가 어떤 것임을 안다

 

더러더러 생을 말없이 버리는 사람들의

고통의 무게가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가늠을 한다

살벌한 삶의 벌판이 얼마나 냉혹한 일임을 깨닫게 된다

슬픔이 슬픔의 경계를 넘어서는

가혹한 형벌이 무엇임을 알게 된다

외로움이 진정 또 다른 인생의 길임을 알게 된다     

 

 

 

♧ 섬으로 가봐야겠다 - 김종제

 

오늘 밤이 퍽이나 수상하여

눈이 내린다고 하니

불현듯 섬으로 가고 싶다

내 이름으로 등재한

무인도, 그 비어있는 섬에

아무래도 배 한 척 빌려타고

어두워지기 전에 길 떠나야겠다

몸에 걸친 시간을 버리고

물에게 몸을 맡기고

섬으로 두둥실 흘러가야겠다

먼 옛날에 그러했듯이

해저에서 부끌 부끌 끓어오르던

화산이 폭발하여

하루 밤에 물속에서 솟아난

당신, 섬으로 가봐야겠다

밀림 같은 분화구에서

당신, 눈 오기를 기다려야겠다

섬댕강나무 가지에 앉은

희고 노란 무늬의 하늘소도

몸소 친견해야겠다

풍랑 거세게 부딪히는

해안 절벽도 끝까지 걸어가서

그 향기가 백리까지 간다는

당신, 섬백리향도 찾아봐야겠다

무리지어 연노랏빛으로

위태롭게 자리한

당신, 왕해국은 때가 지났으니

눈 온다고 소리치며 날개 펼치는

괭이갈매기나 먼발치에서 보아야겠다

아무려나 오늘 밤에 눈이 내리면

당신 마음속에 내가 들어가

심심치 않은 풍경 펼치고 있으리라   

 

 

♧ 꿈꾸는 섬 - 손병흥

 

해마다 여름이 오면 머릿속에 떠오르는

다소 관념적 몽환적으로 꿈꾸던 섬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물안개 처럼

몽실몽실 떠오르는 수평선 떠다니는 섬

눈이 시리도록 온통 푸른색 투성이 되어

맑은 하늘 빛 닮은 바닷물결 어루만지며

긴 뱃길 끝 다도해 풍광 속 따라

아름다운 해변자락 이어진 그 곳

하늘로 날아올라 갈 듯 다가서던

눈물 찔끔 날 정도로 그리운 쪽빛 바닷가

오랜 세월 나의 뇌리 속 깊이 각인 된

아, 지금 당장 그 섬에 가고 싶다.   

 

 

 

♧ 수평선 - 문영종

 

수평선에 섬이 보인다

바다 숨소리가 가랑가랑하다

수평선에 시선을 고정한 채

어둠에 갇혀가도 움직일 줄 모르는 새가 있다

 

불탄 하늘이 어둑발을 내밀고 있다

어두워져 가는 바닷가에 물새들이 시간도 잊은 채

소꿉놀이만 한다

아직도 까만 돌에 앉아 있는 새는 물소리에 취해서일까

돌 그 자체가 되어 버렸다

 

모래톱에 남긴 내 발자국도 이젠 눈을 감는다

빛 기운이 희미하게 남아 있는 수평선으로

한 사내가 섬이 되어 흘러가고 있다

바다와 하늘이 하나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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