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꽃무릇으로 다가온 가을

김창집 2013. 10. 4. 08:43

 

답사 다녀온 뒤로 며칠 동안 일이 밀려

그걸 헤쳐 나가느라 한참 걸렸다.

그 동안 찍어놓고 못 올린

이 꽃무릇이 가엾다.

 

 

♧ 꽃무릇

 

꽃무릇은 석산(石蒜)으로 불리는 수선화과의

다년초이다. 산기슭이나 습한 땅에서 무리지어

자라며, 절 근처에서 많이 심는다.

꽃줄기는 30~50cm 정도로 자라고, 잎은 30cm 정도,

10월에 피었다 한 다발씩 뭉쳐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5월이 되면 차차 시들어버린다. 8월 초

잎이 자취를 감춘 후에 꽃대가 솟아나서 9월에

꽃대머리에 산형꽃차례로 4~5개의 붉은 꽃이

커다랗게 핀다.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 꽃무릇 - (宵火)고은영

 

내 가슴에 그대가 심기운 날부터

몽환에 이른 서늘한 달빛에 넋을 태우다

망각의 강도 건너지 못하고

안개 덩굴로 정적을 여는 숲

다홍 빛 기다림으로 서있었다

 

나는 그대를 만날 수 없는가

정녕 가벼운 눈 인사조차 허락되지 않는

충일한 고독으로 홀로서면

사랑은 나를 모른다 도리질했다

사랑의 조건은 영원한 이별로 밖에

설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지극한 형벌인가

 

그대를 구애하면서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어긋난 길로

지나쳐야만 했던 운명 속에

세속도 모르고 살았건 만

나의 눈물은 기화(氣化) 되어

사뿐히 하늘 위를 날다가

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지나는 바람에 그리움을 물었다  

 

 

♧ 꽃무릇 피는 산사(山寺)에서 - 김정호

 

물 비늘같은 푸른 안개

산부리를 덮을 때

깊은 산사(山寺) 법고(法鼓) 소리 들려오면

소녀의 초경처럼 피어 오르는

저 꽃들의 현란한 탄생

저렇게 붉은 함성이

깃발처럼 일어선 자리아래

푸른 향기 가녀린 잎으로 일어선다

 

이승의 사랑조차 죄가 되어

하늘 끝에 사무치다

꽃으로 다시 태어나도

눈빛 한 번 맞출 수 없는 운명

남 몰래 꽃눈물 번지는 가슴앓이

다음 세상에는 이런 어긋난 사랑도

거슬러 올라가는 강물의 숙명처럼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 때에는 숲 속에 바람 집을 짓고

네 사랑

목숨처럼 지켜주고 싶다

 

 

♧ 꽃무릇 - 안수동

 

잡은 손 놓으신 날

끈 끊어진 연鳶이 되고서야

저도 어미가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을 여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통한이 되고서야

살가운 딸이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 가신 꽃자리에

이슬로 고인 녹색 그리움을 마시며

상사화는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바람도 볼 수 없는 설움에

꽃잎만 마냥 흔드는데

 

갈래

갈래로 찢어진 갈래꽃

꽃무릇이여

불효한 여식의 삼베 적삼을

피빛으로 물들인

사모의 꽃이여 

 

 

♧ 꽃무릇 - 박종영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

 

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

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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