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 다녀온 뒤로 며칠 동안 일이 밀려
그걸 헤쳐 나가느라 한참 걸렸다.
그 동안 찍어놓고 못 올린
이 꽃무릇이 가엾다.
♧ 꽃무릇
꽃무릇은 석산(石蒜)으로 불리는 수선화과의
다년초이다. 산기슭이나 습한 땅에서 무리지어
자라며, 절 근처에서 많이 심는다.
꽃줄기는 30~50cm 정도로 자라고, 잎은 30cm 정도,
10월에 피었다 한 다발씩 뭉쳐 겨울을 지내고,
다음해 5월이 되면 차차 시들어버린다. 8월 초
잎이 자취를 감춘 후에 꽃대가 솟아나서 9월에
꽃대머리에 산형꽃차례로 4~5개의 붉은 꽃이
커다랗게 핀다. 비늘줄기로 번식한다.
♧ 꽃무릇 - (宵火)고은영
내 가슴에 그대가 심기운 날부터
몽환에 이른 서늘한 달빛에 넋을 태우다
망각의 강도 건너지 못하고
안개 덩굴로 정적을 여는 숲
다홍 빛 기다림으로 서있었다
나는 그대를 만날 수 없는가
정녕 가벼운 눈 인사조차 허락되지 않는
충일한 고독으로 홀로서면
사랑은 나를 모른다 도리질했다
사랑의 조건은 영원한 이별로 밖에
설 수 없는 그대와 나의 지극한 형벌인가
그대를 구애하면서도
천년이고 만년이고 어긋난 길로
지나쳐야만 했던 운명 속에
세속도 모르고 살았건 만
나의 눈물은 기화(氣化) 되어
사뿐히 하늘 위를 날다가
저 높은 나무 꼭대기에 앉아
지나는 바람에 그리움을 물었다
♧ 꽃무릇 피는 산사(山寺)에서 - 김정호
물 비늘같은 푸른 안개
산부리를 덮을 때
깊은 산사(山寺) 법고(法鼓) 소리 들려오면
소녀의 초경처럼 피어 오르는
저 꽃들의 현란한 탄생
저렇게 붉은 함성이
깃발처럼 일어선 자리아래
푸른 향기 가녀린 잎으로 일어선다
이승의 사랑조차 죄가 되어
하늘 끝에 사무치다
꽃으로 다시 태어나도
눈빛 한 번 맞출 수 없는 운명
남 몰래 꽃눈물 번지는 가슴앓이
다음 세상에는 이런 어긋난 사랑도
거슬러 올라가는 강물의 숙명처럼
그대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그 때에는 숲 속에 바람 집을 짓고
네 사랑
목숨처럼 지켜주고 싶다
♧ 꽃무릇 - 안수동
잡은 손 놓으신 날
끈 끊어진 연鳶이 되고서야
저도 어미가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을 여의고
다시는 만날 수 없는 통한이 되고서야
살가운 딸이 되더이다
어머니
당신 가신 꽃자리에
이슬로 고인 녹색 그리움을 마시며
상사화는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바람도 볼 수 없는 설움에
꽃잎만 마냥 흔드는데
갈래
갈래로 찢어진 갈래꽃
꽃무릇이여
불효한 여식의 삼베 적삼을
피빛으로 물들인
사모의 꽃이여
♧ 꽃무릇 - 박종영
꽃무릇 너,
상사화 흉내 내듯
온통 붉은 울음으로 그리움이다
그냥 임을 가늠하고 솟아올라도
꽃대는 푸른 잎 감추고 너를 이별하고,
네 생애 단 한 번도
찬란한 얼굴 보지 못하는 청맹과니 슬픔으로
붉은 눈물 뚝뚝,
지상에 흩뿌려 한이 되것다
오늘도 강산은 핏빛이네
하늘빛 싸리꽃 너머
흔들리는 억새 춤을
불타는 네 가슴에 안겨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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