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어둑해지더니
함박눈이 펄펄 내립니다.
1월도 중순에 들어
아직은 설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바람에 마구 흩날립니다.
벌써 은행에 다녀와
내일 있을 감사 준비로 바쁜데
그래도 눈은 퍼붓습니다.
커피 한 잔 타들고
공중에서 낙하하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봅니다.
♧ 눈이 내린다 - 임영준
아직 늦지 않았다고
마음껏 사랑하고
후련히 회개하라고
눈이 내린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정결하게 가슴을 닦고
으늑한 그리움만 담으라고
새하얀 눈이 내린다
잃어버린 청춘이 아니었다고
고난의 세월이 아니라고
결코 한 줌 먼지가 아니라고
뜨겁게 눈시울을 달구며
차가운 눈이 내린다
♧ 첫눈처럼 하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 정세일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당신처럼 마음이 순결한
별 하나의 바램
첫눈처럼 하얀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름다운 처음 날들의 생각
눈 내림
이렇게 앞이 보이지 않는
마음의 달려옴이 빠르면
별들도 골목길을 돌아
하얗게 서리
짧은 호흡을 하면서
지금쯤 저녁 길이 시작되는 곳
어두운 곳에
가로등이 켜지기를 기다리면서 서있겠지요
그래서 당신처럼 마음을
가난하게 내려 봅니다
낮은 마음
그리고 조금은 질투의 마음까지도
별 하나의 바램처럼
지도도 없는
하늘위에
아름다운 여행에 초대되어
천사의 날개를 달아봅니다.
하얀 눈처럼
그래서 다시 아름다운 날에요
당신 마음을 바라보면
설렘 하나로
나의 그리움이
날아갈 수 있는 것처럼
그래서 겨울처럼 마음이 새 하얗다면
언제든 그리움을 향해
별들의 지도를 보내봅니다
마을을 지나고
골목길을 지나고
나의 그리움 속으로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오늘은 하얀 눈처럼 달려올 수 있도록 말에요
♧ 눈이 내리고 - 박종영
눈이 내리고,
세월의 더께만큼 가벼운 티끌을 날려보내고
언 땅은 투명한 눈물로 닦아내고,
따스한 입김은 바람이 되어
겸손하게 속삭이고,
하찮은 이별에도 가슴을 열어
흘러간 시간을 안아주고,
슬픈 회색의 하늘을 나눠 가지며
하현달처럼 얇게,
아주 가볍게 흔들리는
저토록 견고한 백색 미립의 숨결,
푸른 바람으로 달려와
무서운 국경의 밤을 지우고,
수많은 경계를 덮으며
사락사락 눈이 내리고 또, 눈이 내리고.
♧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에는 - 섬그늘 윤용기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
사랑이 그리우면 내 마음 둘 곳 없어
그대의 기억 속으로 빠져듭니다.
사랑이라 말하지 않아도
그대의 두 눈동자에 비친
영롱한 사랑을 보았습니다.
오늘처럼 하염없이 눈 내리는 날
가슴에 쌓여있는 사랑을 불러봅니다.
아! 사랑이여!
두근두근 설레는 가슴으로
사랑을 노래하는 신부처럼
오늘도 그런 사랑에 잠 못 이룹니다.
오늘처럼 눈 내리는 날에는
'디카 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섣달그믐에 핀 완두콩꽃 (0) | 2014.01.30 |
---|---|
1월의 시와 양란 (0) | 2014.01.23 |
겨울 한라산 풍경 (0) | 2014.01.06 |
새해에는 저 말처럼 (0) | 2014.01.02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0) | 2014.0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