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 되고
지자체장과 의원에 출마하려는 분들의 출판기념회와
선거사무실 개소식이 한창이다.
전혀 이외의 사람이
갑자기 발 벗고 나서는 걸 보면서
그 저의를 의심해보기도 한다.
그렇게도 지역을 위해
봉사해 보겠다는 사람이 많아
한편으론 위안이 되지만,
진정 의원이 되는 길이 아니라도
얼마든지 지역발전을 위해
할 일이 많다는 걸 모르고
떨어지고 나면 나 몰라라 하는 게 아쉽다.
♧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 (宵火) 고은영
겨우내 고체로 굳었던 심중에
눈 흘기고 돌아선 추위는
지각변동을 일으켜 이제
눈물로 영혼을 씻어내립니다
감성 그 덩어리에서 솟아오른
향기 풀어 천지를 진동하므로
오라 하지 않아도 임 그리운 사랑은
싸리꽃 마냥 봉오리 맺고
칼날처럼 모난 구석마다
부드럽게 휘감아 오는 훈풍 타
수줍은 순결의 속살 드리운
희디 흰 소복으로 맞고픈 내 임
풀빛 울음 울어 눕던 자리마다
고운 임 형상 더듬던 꿈자리로
캄캄한 밤길을 돌아 촛불 하나 밝히고
춘 삼월 봄으로 오소서
♧ 삼월의 언덕에 올라 - 홍문표
지난겨울
가난처럼 남루한 침묵이 지루하였지만
삼월의 언덕에 올라
하늘에 펄럭이는 깃발을 보노라면
우리에겐 그 어느 날도
당신의 자상한 손길로 다듬어진
소중한 시간이었음을 안다
무수히 반복되는 바람연습
모멸과 거부가 교차되는 지점에
차라리 순한 양처럼 엎드렸던 등성이
그 깍기워진 살결에도
봄은 또 오고
바람난 수목들은 어느새
여름 한마당의 황홀한 축제에
가슴을 태운다
아침 햇살을 털고
무성하게 돋아난 갈망의 몸짓들
언덕은 언덕으로 이어지고
산과 바다와 아라비아 사막으로 이어지는
오색 무늬의 비단길
누구의 가슴에도 한아름
꽃으로 피어나는 열망
사랑처럼 뜨거운 불꽃
삼월의 언덕에 올라
먹구름 거친 하늘을 보며
풍요를 일구는 계절을 보며
신명나는 부활의 노래를 부르며
♧ 삼월의 산은 수다스럽다 - 박병금
연둣빛 환생을 꿈꾸는 삼월은
참나무 삭정이도 입을 열게 한다
황사 바람 목을 죄어와도
이랑이랑 넘치는 햇살에
매화꽃 조근조근 말을 건네오면
산수유꽃 기다렸다는 듯
노란 수술 터뜨리며 향긋한 소리로 화답한다
웃자란 억새 사이 연분홍 진달래
슬며시 고개 내밀면
춘심에 물오른 아낙네
도시락 싸들고 오르는 길섶마다
하얀 조팝나무꽃 사방에서 수런거린다
내 혈관 우듬지마다 환장하게 봄물 출렁거리는
삼월, 삼월의 산은
나물 캐는 아낙네보다
산을 오르내리는 인파의 행렬보다 더
수다스럽다.
♧ 춘삼월 - 권오범
간지럽게 속살대는 촉촉한 봄 입김에
눈뜬 초목들 희망찬 아우성 들었다면
빨랫줄에 목매달고 휘청대는 바지랑대도
까딱하면 기력 되찾을 것 같다
공연히 싸돌아다니고 싶어
벚꽃 그늘 따라 종작없이 어정거리다
우러른 오후의 망망대해
낮달도 싱숭생숭한 걸까, 허여멀쑥한 것이
하찮은 푸성귀들마저
어느새 정분나
길가에 모다기모다기 누워
추파를 던지는 호시절
꽃들은 왜 번갈아 태어나
그러잖아도 허술한 마음
이다지도 흐트러지기 좋게 꼬집는지
복사꽃 이우는 날까지 잘 버틸 수 있을까
♧ 삼월의 소묘 - 채상근
회색 보도블록을 따라 길을 걷는다
쓸쓸한 삼월의 황사 바람이 따라오고
바닷가 작은 도시의 건조한 건물들
뒤돌아보면 무의미한 무색의 세월들
콘크리트 건물을 집어삼키듯
오래된 건물을 부수는 포크레인의
붉은 집게 같은 날 끝으로 바람이 분다
건널목 앞에서 걸음을 멈춘 채
나는 한참을 바라본다
흰줄 그어진 건널목을 건너듯
한 줄을 건너 띄고 싶은 푸른 생각들
부서진 건물의 잔해들 속에서
꿈틀거리듯 엉켜있는 녹슨 철골들
언젠가는 세월이 나를 무너뜨릴 것이다
어쩔 수 없다, 녹슬어 가는 생각들
완성된 것은 아무 것도 없지 않은가
삼월은 쓸쓸히 바람 속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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