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제주 동양란 전시회에서

김창집 2014. 3. 18. 13:42

 * 춘, 한란 교배종

 

일요일 아침,

76명을 안내하여 서귀포시 남원읍

머체 숲길로 웰빙 걷기 가는 날

제24회 제주동양란 전시회장을 들러갈까 하고

행사 담당 회장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통화가 안 된다.

우리는 아홉 시에 출발해야 하는데

혹 그전에 문을 열지 않을 건가 하고

안내 책자에 축사를 쓴 지인에게 연락을 했더니

10시나 되어서야 문을 연단다.

 

나야 전날 이미 보고나서

이곳에 글과 사진까지 올려서

인연이 아니구나 싶었는데

모이는 곳에 도착해서

다시 전화를 걸려왔는데

9시에 문을 열었단다.

 

그래서 일행에게 가부를 물어

다시 가서 보면서 찍은 꽃들을 올린다. 

 

 

♧ 춘란(155) - 손정모

 

유리 파편처럼 섬뜩한

산바람 풀숲을 짓밟아도

마른 잡초에 둘러싸여

파랗게 나풀거리고

 

겨울을 꼬박 지새고도

소중한 살 속

청초한 꽃을 피워

솜털처럼 나부낀다.

 

향기를 뒤덮는

숨겨진 열정

갈라진 잎새마다

불길처럼 일렁이고

 

마른 풀들

물기 빨아올려

몸 풀 때까지도

청아한 미소를 흩날린다.  

 

 

 

♧ 춘란(春蘭) - 양수창(梁達)

 

추운 밤

밖에서 떨고 있던

남루한 아이.

안쓰러워서

따스한 방(房)으로

끌어 들여놓고서야

맘 편히 잠들 수 있었지.

처음엔 미안한 듯

어색해 하는 그에게

따뜻한 차 한잔 건네며

대화을 청해 보지만

끝내 묵묵부답인 걸 낸들 어쩌겠나.

간밤엔 온 천지 가득

흰눈이 소복소복 내리고,

어정쩡하게 잠든 그에게

이불 한자락

살포시 덮어 주었다네.

다음날 새벽

어느새 일어 났는지

꽃대를 일으며 세우고

벙긋 피운 꽃망울에서

향기(香氣)가 조금씩 풍겨나와

방 안 가득

넌지시 미소를 마금고 있던

그 아이를 보았네.  

 

 

♧ 춘란 - 유일하

 

삭풍의 솔밭에서 참아온 세월

현기증 서린 세상에

지축을 비집고 내민 얼굴

 

학날개 곱게 편 두견피기

숫접고 앙증맞아라.

 

누구를 흘기며 바라보는가!

내 벌거벗은 마음에 자리하여

생채기 되어진 날 도려내는 아픔

 

너만도 못한 생하나

어지러워라. 몽롱하여라.

 

돌아선 바람처럼

은은한 향 받아들고

연기처럼 살아볼까!

봄 햇살이여!  

 

 

♧ 춘란春蘭 ·1 - 소양 김길자

 

본토 고창 떠나는 날

이정표 잃어

이 길 저 길 헤매다

먼 그리움처럼 주저앉는 묵은 정

 

한데서 밤을 맞는 가슴에

시린 바람 스며들어

배고픔 달래려니 춥고 서럽다

으름장 놓던 겨울장군도

이슬 꽃피던 아침

살그머니 안기더니

 

낮선 베란다 한쪽에

촉하나 심은 날

살아있다는 안도감에 맺히는

눈물 한 방울  

 

 

 

♧ 춘란 - 엄원용

 

기다린다는 것은 한겨울 두꺼운 얼음 깨고

두 손 모아 온 몸 녹이며

그대 입김 한번 내 한 몸에 받는 거니까

 

그래 저 두견이도 밤새 슬피 울었거늘

까짓것 언젠가 돌아올 소식 기다리는 것쯤이야

 

정말이지 그대 고운 모습

하얀 배꽃 필적에 얼굴 한 번 슬쩍 보여줄 거야

 

기다려라

어렵게 맺어진 인연인데

사랑은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을.  

 

 

♧ 외나로도 - 제산 김 대식

 

여기는 외나로도

전남 고흥반도 지나

연육교를 건너 내나로도 또 건너 외나로도

외나로도 봉래산에서 아침 일출을 본다.

 

거북이가 오르다 바위가 된 것일까.

묘한 거북바위 지나

돌무더기 봉화대가 있는 정상

늘 동해에서 뜨던 해가

오늘은 이곳 남해에서 뜨는 것을 보니

더 신비하게 다가온다.

 

삼나무 숲이 우거진 섬

춘란이 숨어서 꽃을 피운다.

구불구불 해안을 따라 바다가 푸르고

점점이 박혀있는 작은 섬들

햇빛이 반짝이는 은빛 물결

풀, 나무, 꽃들도 윤기가 흐른다.

 

우주로 향하는 우리의 꿈을

갈매기도 알았는지

갈매기의 춤도 더욱 흥겨워 보인다.

우리의 내일이 우주로 열리고

우주로 향하는 우리의 관문이 열릴 때

우리의 꿈이 우주에서 펼쳐지는 날

그날엔 더욱 힘찬 날갯짓을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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