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나기철 시집
‘젤라의 꽃’이
손에 잡힌다.
간결한 문체
보석같은 서정
점점이
안으로 들어와
박힌다.
시 몇 편을 골라,
어제
7월에 개방할 수 있을지
물찻오름 보러갔다 찍은
박새꽃과 같이
올린다.
♧ 천이백 고지
빵 하나
꺼내는데,
까마귀 수십 마리
날아와
쏘아본다
휴게소에 가
다 털고 나왔지만
내 속에 든 것
여전히
쏘아본다
♧ 빛나는
한 쌍의 남녀가
팔짱을 끼고
내 곁을 지나간다
그냥 풍경이다
그미가 내게
팔짱을 끼고
갈 때,
빛나는
가시오페아좌
♧ 섬에서
3월, 제주휘파람새
아는 이 많아
목청 더 가다듬고
짝을 찾는다
대륙휘파람새보다
더 푸르게
방울 굴리며
여기 늙어가는 나에게
♧ 녹나무
연둣빛 바람
누렇게
지는 이파리
하나
다시
바람 분다
저 너머
어제와 다른
구름
♧ 쓰나미
봄날
언덕 위
수척해진
가는 소나무들
심히 흔들린다
강진이다
구름 파도 온다
꼿꼿이 섰다
여진이다
네가 온 날
♧ 원경遠景
버스에서 내려 건널목 건너 가로등 후미진 길 집에 갈 때,
홀로 늙어가는 꽈리 같은 그 여자의 모르는 방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월
♧ 안에서
태풍, 그 중심에 있습니다. 육백 년 된 팽나무 스러지고 방파제 파도 하늘 오릅니다. 당신과 나의 절절했던 날들. 내일쯤 바람 가 버리고 햇빛 오면 또 언제인가 하겠지요.
안에서 이렇게 창밖을 봅니다.
♧ 하늘
노랑턱맷새 소리 머리카락 끝내 바래지
않아 눈도 마리아 곁에
창가 앉은 안젤라
'문학의 향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주작가 봄호의 시와 민백미꽃 (0) | 2014.06.06 |
---|---|
‘우리詩’ 6월호와 설앵초 (0) | 2014.06.05 |
‘우리詩’ 5월호와 ‘금낭화’ (0) | 2014.05.20 |
제주작가 봄호의 시조 (0) | 2014.05.19 |
김순선 시집 ‘저, 빗소리에’와 철쭉꽃 (0) | 2014.05.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