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나기철 시집 ‘젤라의 꽃’과 박새

김창집 2014. 5. 29. 13:53

 

오랜만에

나기철 시집

‘젤라의 꽃’이

손에 잡힌다.

 

간결한 문체

보석같은 서정

점점이

안으로 들어와

박힌다.

 

시 몇 편을 골라,

어제

7월에 개방할 수 있을지

물찻오름 보러갔다 찍은

박새꽃과 같이

올린다. 

 

 

♧ 천이백 고지

 

빵 하나

꺼내는데,

 

까마귀 수십 마리

날아와

쏘아본다

 

휴게소에 가

다 털고 나왔지만

 

내 속에 든 것

여전히

쏘아본다 

 

 

♧ 빛나는

 

한 쌍의 남녀가

팔짱을 끼고

내 곁을 지나간다

 

그냥 풍경이다

 

그미가 내게

팔짱을 끼고

갈 때,

 

빛나는

가시오페아좌 

 

 

♧ 섬에서

 

3월, 제주휘파람새

아는 이 많아

목청 더 가다듬고

짝을 찾는다

 

대륙휘파람새보다

더 푸르게

방울 굴리며

 

여기 늙어가는 나에게

 

 

♧ 녹나무

 

연둣빛 바람

누렇게

지는 이파리

하나

 

다시

바람 분다

 

저 너머

어제와 다른

구름

 

 

♧ 쓰나미

 

봄날

언덕 위

수척해진

가는 소나무들

심히 흔들린다

강진이다

구름 파도 온다

꼿꼿이 섰다

 

여진이다

네가 온 날 

 

 

♧ 원경遠景

 

버스에서 내려 건널목 건너 가로등 후미진 길 집에 갈 때,

홀로 늙어가는 꽈리 같은 그 여자의 모르는 방을,

멀리서

바라보는 사월 

 

 

♧ 안에서

 

  태풍, 그 중심에 있습니다. 육백 년 된 팽나무 스러지고 방파제 파도 하늘 오릅니다. 당신과 나의 절절했던 날들. 내일쯤 바람 가 버리고 햇빛 오면 또 언제인가 하겠지요.

  안에서 이렇게 창밖을 봅니다. 

 

 

♧ 하늘

 

노랑턱맷새 소리 머리카락 끝내 바래지

않아 눈도 마리아 곁에

 

창가 앉은 안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