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가을 숲길에 나도송이풀

김창집 2014. 10. 17. 08:42

 

가을이 깊어진 산길을 걷다보면

나도송이풀 꽃을 볼 수 있다.

 

지난 주 토요일

우리 오름 길라잡이 8기생과 같이

돌오름으로 가는 숲길을 걷는데,

어느 햇빛이 비치는 길섶에

이렇듯 나를 기다려

나도송이풀이 꽃을 피웠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친구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송이풀은 현삼과의 반기생 한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가 30~60cm이고 온몸에 털이 많으며,

잎은 마주나고 갈라진다.

8~9월에 엷은 자주색 꽃이 피고

열매는 달걀 모양의 삭과를 맺는다.

산이나 들이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 혼자서 빈손으로 - 나태주

 

혼자 오길 잘했지

그대 같이 왔더라면

이끼 낀 돌자갈 길에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그대 손 잡아주고 어깨 감싸주느라

가을비에 고개 숙인 애기며느리밥풀꽃 나도송이풀꽃

저 애처로운 옆모습 미처

보지 못했을 거야

 

빈손으로 오길 잘했지

우산 받고 왔더라면

어느 왕조의 패망인 양

슬프게 무너져 내리는 하늘구름의 성채

그리고 찬비에 천천히 치마말기가 벗겨지면서

알몸이 되어가는 갈잎나무들의 아랫도리

차마 곁눈질해 보지 못했을 거야

 

저것 좀 보아

저 소리 좀 들어보아

혼자서 빈손으로 왔기에

옆에 없는 그대 때때로 불러

나는 이렇게 이야기도

나누네.

   

 

♧ 나도송이풀 - 김윤현

 

가뭄이 들면

잎으로 슬픔을 말립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가지로 슬픔을 부러뜨립니다

 

서리 맵차게 내리면

열매로 슬픔을 떨어뜨립니다

 

혹한이 불어 닥치면

뿌리로 슬픔을 땅속에 묻습니다

 

나도송이풀은 슬퍼도 슬퍼하지 않다가

그 슬픔으로 다시 꽃을 피웁니다

   

 

♧ 나도 때로는 꽃이고 싶다 - 草岩 나상국

 

때로는 나도 꽃이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마는

설렘 가득한 앞가슴 내밀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려도 보고

예고도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도 원 없이 맞으며

소리 없는 향기로

멀리 있는 그대에게

벌과 나비의 날갯짓으로 다가가

손 내밀어

은밀한 유혹의

눈웃음치며

푸른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려 보고 싶다

그대만을 위해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고 싶다

   

 

♧ 그리움 - 박인걸

 

눈 감으면 떠올라

사라지지 않는 정체여

잔뜩 흐린 날에도

무지개 뜨게 하는 그대여

 

숲길을 걷고 있노라면

저만치서 앞서가고

산등성에 서 있으면

바람결로 속삭이고

 

꽃길에서 그윽한 향기로

가슴 울컥하게 하고

분홍빛 꽃송이에서

웃으며 튀어나올 것 같은

 

하루 종일 그림자처럼

가슴 언저리를 맴돌며

너만 생각나게 하는

그리움의 병을 주고 간 사람.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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