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진 산길을 걷다보면
나도송이풀 꽃을 볼 수 있다.
지난 주 토요일
우리 오름 길라잡이 8기생과 같이
돌오름으로 가는 숲길을 걷는데,
어느 햇빛이 비치는 길섶에
이렇듯 나를 기다려
나도송이풀이 꽃을 피웠다.
몇 년 만에 만나는
친구 같은 생각이 들었다.
나도송이풀은 현삼과의 반기생 한해살이풀로
줄기는 높이가 30~60cm이고 온몸에 털이 많으며,
잎은 마주나고 갈라진다.
8~9월에 엷은 자주색 꽃이 피고
열매는 달걀 모양의 삭과를 맺는다.
산이나 들이 양지바른 곳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 일본, 중국, 대만 등지에 분포한다.
♧ 혼자서 빈손으로 - 나태주
혼자 오길 잘했지
그대 같이 왔더라면
이끼 낀 돌자갈 길에
미끄러지지나 않을까
그대 손 잡아주고 어깨 감싸주느라
가을비에 고개 숙인 애기며느리밥풀꽃 나도송이풀꽃
저 애처로운 옆모습 미처
보지 못했을 거야
빈손으로 오길 잘했지
우산 받고 왔더라면
어느 왕조의 패망인 양
슬프게 무너져 내리는 하늘구름의 성채
그리고 찬비에 천천히 치마말기가 벗겨지면서
알몸이 되어가는 갈잎나무들의 아랫도리
차마 곁눈질해 보지 못했을 거야
저것 좀 보아
저 소리 좀 들어보아
혼자서 빈손으로 왔기에
옆에 없는 그대 때때로 불러
나는 이렇게 이야기도
나누네.
♧ 나도송이풀 - 김윤현
가뭄이 들면
잎으로 슬픔을 말립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면
가지로 슬픔을 부러뜨립니다
서리 맵차게 내리면
열매로 슬픔을 떨어뜨립니다
혹한이 불어 닥치면
뿌리로 슬픔을 땅속에 묻습니다
나도송이풀은 슬퍼도 슬퍼하지 않다가
그 슬픔으로 다시 꽃을 피웁니다
♧ 나도 때로는 꽃이고 싶다 - 草岩 나상국
때로는 나도 꽃이고 싶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마는
설렘 가득한 앞가슴 내밀어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려도 보고
예고도 없이 떨어지는
빗방울도 원 없이 맞으며
소리 없는 향기로
멀리 있는 그대에게
벌과 나비의 날갯짓으로 다가가
손 내밀어
은밀한 유혹의
눈웃음치며
푸른 하늘을 향해
두 팔 벌려 보고 싶다
그대만을 위해서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고 싶다
♧ 그리움 - 박인걸
눈 감으면 떠올라
사라지지 않는 정체여
잔뜩 흐린 날에도
무지개 뜨게 하는 그대여
숲길을 걷고 있노라면
저만치서 앞서가고
산등성에 서 있으면
바람결로 속삭이고
꽃길에서 그윽한 향기로
가슴 울컥하게 하고
분홍빛 꽃송이에서
웃으며 튀어나올 것 같은
하루 종일 그림자처럼
가슴 언저리를 맴돌며
너만 생각나게 하는
그리움의 병을 주고 간 사람.
♧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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