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섬 바람이 분다, 소리왓 공연

김창집 2014. 10. 26. 00:19

 

 

♧ 창작 소리극 ‘섬 바람이 분다’ 제주의 숨비소리

 

지난 10월 18일과 19일 문예회관 대극장에서는

창작 소리극 ‘섬 바람이 분다’ 제주의 숨비소리 공연이 있었다.

민요패 소리왓이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의 하나로

열린 이 공연은 안희정 대본, 변향자 연출, 안민희 기획으로

세 차례의 공연이 열렸다.

 

 

제주바다 속에서 꿈을 키우며 자란 비바리가

숙명처럼 좀녀가 되어 생명의 바다를 일구고

제주바다를 넘어 진도, 거제도, 연평도,

더 나아가 러시아, 일본, 청도 등 낯선 타국으로까지

출가물질을 떠났던 이야기를 통해

제주 좀녀의 강인함과 진취성을 보여주는

신개념의 소리굿이었다.

 

김항례 김순덕 안민희 변향자 안희정

김형섭 고영란 임이숙 김경아씨와

어린이민요단 소리나라 단원들이 출연했다.

   

 

♧ 여는 바다 기원의 바다 생명의 바다

 

2월 바람이 분다.

울북소리, 쇳소리와 함께 시작되는

영등절의 바람은 맵고도 맵다.

간절한 정성이 하늘에도 통할까.

생과 사를 하늘에 의지해야 하는

절해고도 제주의 좀녀들은

올 한 해도 굶주림을 피하고

목숨을 부지하길 바라며

열심히 빌고 또 빈다.

   

 

♧ 애기 좀녀의 꿈

 

상군, 중군 좀녀들은 떼를 지어 먼 바당으로 나가고,

애기 좀녀들의 얕은 바당은 시끌벅적하다.

저마다 상군좀녀의 꿈을 키우며 헤염치고,

공굴락싸기도 지치면 평평한 너럭바위에

나란히 엎드려 지지배배 지지배배

쉬임 없이 재잘거리는 애기좀녀들.

 

 

♧ 대천바당에 배 띄워라

 

칠성판을 등에 지고 열길 물속에 들어가듯

자신의 한계와의 싸움을

하루에도 몇 번씩 반복하는 좀녀들.

싸움에서 이기고 돌아오는 개선장군의 숨비소리는

그래서 인간의 것이 아닌 듯 신비롭기까지 하다.

 

 

 

♧ 더 넓은 세상으로

 

제주의 바당도 좁아 이국땅으로의

험한 행로도 마다않는 제주좀녀들 중 몇몇은

육지로 혹은 이국땅으로 노를 저어 먼물질을 나간다.

목숨 걸어 신비한 바다 속 보물을 찾듯

넓고 넓은 세계를 무대로

어떤 보물을 찾았을까.

 

 

 

♧ 격랑의 세월

 

성난 파도에 쉴새없이 몸을 던지는

좀녀들의 하루는 늘 극락과 지옥이다.

하늘에 목숨을 맡기는 좀녀들은 인간사 세상사

폭압과 폭정에 항거하여 일어나는 것도 두렵지 않다.

비창을 들고 일어선 좀녀들.

  

 

♧ 신좀녀가

 

제주섬 좀녀의 정기를 이어받은 우리들.

넓은 세상의 바당에서 물질했던

제주좀녀의 패기와

바다 속 신비로운 세상을 향한

꿈과 열정을 담아 신 좀녀의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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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녀의 ‘좀’은 ‘ㅗ’가 아니라 ‘아래아’ 표기로, 해녀를 이르는 제주어다. 해녀(海女)는 일본식 표기여서 보통 ‘좀녀’, ‘좀수’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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