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미 시집
‘바다 쪽으로 피는 꽃’이 나왔다.
김연미 시조시인은
서귀포 토산 출생으로
2009년 <연인> 등단
2010년 제2회 역동문학상 우수상 수상
젊은시조문학회 회원
한국시조시인협회 회원
오늘의시조시인회의 회원
제주작가회의 회원이다.
시조 몇 편을 골라
잠자리난초와 함께 올린다.
♧ 시인의 말
가을 초입에 와서야 뒷모습이 보입니다.
기억나지 않는 저 낯설음.
봄 여름 골라내도 자갈 가득한 밭입니다.
서툰 호미질도 때론 아름다움이지 않을까….
휘어진 생각을 딛고
가여운 풀씨 하나 부끄럽게 내밉니다.
-2014년 가을 초입에
♧ 마흔 살의 방정식
갈 데까지 가는 거야 원초적 미지수 찾아
제가 가진 양만큼씩 할 일 끝낸 이름들이
손 털며 돌아가버릴 맨 끝의 그 길까지
더하거나 빼거나 결국엔 똑같다는
나눈 만큼 곱절이 되는 삶의 공식들이
굳건히 참이라는 게 형제처럼 믿으며
마음을 주다보면 얼굴마저 닮아질 거야
몸 비비며 산다는 동류항 저들끼리
어느새 길도 같아져 보폭마저 같아져
먼 길 돌아 돌아 결국엔 제 속에 드는
홀로 남은 x의 값이 나와 마주 설 때
거기에 정답이 있을까 바다 되어 눕는 날
♧ 아주 작은 파장을 위하여
낡은 책갈피에 반듯한 클로버 한 잎
이십 년 터널 속을 말없이 건너와서
잊었던 행운의 시간 내 앞으로 내민다
어제 같은 오늘이 직선으로 흘러가는
일상의 작은 파장, 그 떨림으로 다가온
간절한 구절 하나를 두 손으로 받는다
♧ 동화 속으로
손가락 바늘로 찔러 핏방울 떨궈볼까
백설 공주 피부 같은 함박눈 내리는 밤
도심지 불면을 덮고 꿈이 가득 부푼다
접촉 불량 기억을 직렬로 연결하면
반짝반짝 켜지는 동화 속 이야기들
순백의 영혼을 가진 눈동자도 빛나고
지워진 그 발자국 어디쯤에 있을까
숲 속의 일곱 난쟁이 만날 것만 같은 밤
고화질 꿈을 켜들고 날개 다시 펼친다
♧ 자목련
벙글벙글 피었네
입꼬리 활짝 올리고
성공의 팔십 프로 눈치에 달렸다는
처세술 하얀 속살의 백목련이 빛날 때
1,2,3 순위 안에 들어본 적 없었다
시간의 뒤를 따라 우직하게 걸어가는
마흔 넷 뒤늦은 나이 연륜이라 믿으며
늦게라도 꼭 올 거야, 대기만성 꽃 피울 날
초저녁 끝나버린 꽃 잔치 그늘 건너
보라색 등불을 켜고
가만 가만
그가
왔다
♧ 노을
바람의 끝자락마다 하고픈 말 저리 많아
바다도 가끔은 꽃이 되고 싶은 거다
그리움 넘칠 때마다 접었다가 풀었다가
저 혼자 번지는 게 노을일까 상념일까
끝나지 않는 무한소수 그 길을 따라가다
갈림길 이르러서야 또 다른 나를 본다.
지나온 오르막엔 무엇을 두고 왔나
미련 잡힌 손바닥 선선히 펴지도 못해
사랑을 버릴까 말까 이 길이 너무 힘겨웠지
받은 만큼 내준다는 세월의 계산법 따라
저렇게 꽃 피우는 바다가 참 고마워
본색을 다 내주고서 노을 앞에 나와 선다
♧ 수평선을 지우다
오목렌즈 속으로 섶섬이 들어왔다
바다와 하늘조차 이분법 선을 긋는
자존심 꼿꼿이 세우며 등 돌리고 선 날
초보자 붓칠 같은 보목리 포구에 서면
도화지 어느 한 쪽 작은 섬이 되고 싶다
돌아온 하얀 꽃들을 다독이며 재우는
무너지고 나서야 다가설 수 있다 했지
이름과 이름 사이 수편선 지우고 나면
배경도 속셈도 없이 다가오는 작은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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