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혹한이라고
수도관이 동파되어 급수가 끊겼다는
소식을 들으며
올해는 비교적 따뜻하고
눈이 많이 오지 않는다던
기상대의 일기예보가 미워진다.
하지만 어쩌랴
하늘의 뜻인 걸
그래도 우리
마음만이라도 푸근히 갖자구요.
그래도 거리 가로수에 매달려
붉은 열기를 내뿜고 있는 먼나무의 열기로….
♧ 겨울 애상Ⅱ - 이희숙2
누군가의 봄보다
더 따뜻한 겨울을 선물했던 참 좋은 당신
그대가 사는 먼 나라에도 첫눈이 오고 폭설이 내리나요?
이곳은 거짓말처럼 60년 만의 폭설이 내렸는데
전설이 된 그대는
폭설에 갇힌 마을처럼 오도 가도 못하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괜스레 네 생각만 하면 눈물 난다는 말에
고개 돌리지 말걸
보고 싶은 마음에
천 리도 금방이더라는 너스레에
정 주지 말걸
그랬더라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싶었던 감정도
돌아선 후에
더 간절해진다는 걸 몰라도 좋았을 텐데
아아!
찬란한 기억만으로도
새로운 해가 뜬다는 걸
알게 해 준 그대
부디
영영
안녕하시라
♧ 열차가 서는 그 겨울찻집에서 - 이영균
차 달이는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쓸쓸한 창가에 피어나는 따뜻한 향기
품 단정히 꼭 다물고 있어도
몸짓 스쳐 그려질 때마다
녹아내리는 얼음 내음 은은하였다
정오 햇살 가르며 열차가 들어오고
창밖 처마 끝 고드름
또옥또옥 눈물방울 떨어진다
눈길 마주치는
따뜻한 얼음 내음을 뒤로
찻집을 나서는데
초면임에도 그렁그렁 애틋한 눈빛
등 뒤로 쏟아진다
돌아보니 창가엔 찻잔만 덩그러니
흰 눈 속의 복수초 차향이 깊다
♧ 겨울 그리움 - 오보영
그리운 이여
혹시나 당신
겨울이 오는 길목에 혼자 움츠리고 앉아
시린 맘 달래고 있는 건 아닌지..
언뜻 스쳐가는 당신위에
내리쪼이는 이 햇살이 더 환하게 비추어
따사하게
얼어있는 당신 몸과 맘을 좀
녹여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오
보고픈 이여
부디 다가오는 긴 겨울
포근히 잘 지내다가
우리
내년 아지랑이 피어오르는 따뜻한 봄날
활짝 펴진 얼굴로
더 반갑게 만날 것을 기약하며
찬 기운에
아련히 밀려오는 이 그리움을
삭이기로 해요
♧ 그 어디에 고독과 눈물이 있느냐 - 안효순
혼자서 걸었다
마음 하나 몸 하나 둘이서 걸었다
산 보고 셋
강 보고 넷
보이는 것만큼 여럿이서 걸었다
눈 위에 겨울비 한데 녹아
어울려 흐르는 따뜻한 마음
산천에 녹이며 걸었다
옷 벗는 나무 눈비에 씻고
새싹이 트듯 맑은 마음
육신을 축이며 걸었다
태양이 숨 쉬는 곳
생명이 숨 쉬고
산에도 들에도 거리에도
눈망울 총총 생명이 움트고
만물이 함께하는 하늘과 땅
그 어디에 고독과 눈물이 있느냐
♧ 따뜻한 겨울을 위해 - 예당/조선윤
꽃이 아무리 고와도
가슴으로 흐르는 사랑보다 더 고우랴
태양이 아무리 뜨거워도
불타오르는 사랑보다 더 뜨거우랴
영혼의 문 두드려 샘솟듯
맑은 금빛 햇살로 쏟아붓는
마르지 않는 눈부신 사랑
상상을 초월하는 위대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가치 있는 정열의 사랑
진실의 꽃 피워 세상을 빛내고
삭막한 가슴 곱게 물들여
아름다운 세상 창조하는 사랑은
마음의 갈피마다 피어나
엄동에도 꽃을 피운다.
♧ 새벽바람처럼 오는 너 - 架痕 김철현
새벽바람이 차다.
따뜻한 품속으로 자꾸만
손을 들이민다.
가슴이 서늘해진다.
금방이라도 오한이 들것 같은데
정말 이상하다.
코끝을 찡하며 맴돌더니
이내 포근하게 스며들어와
익숙하게 속살거린다.
처음이 아니다.
너를 새벽에 만난 것이 그래서
어쩌면 내가 너를 잊지 못한다.
겨울 새벽일지라도 춥지 않은 것은
늘 그리움 안고 사는 내가 있고
오늘처럼 와 주는 네가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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