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탐라문화보존회 회원들과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아프리카 박물관엘 다녀왔다.
1998년 11월 서울 대학로에서 개관하여
2004년 4월에 중문관광단지로 이전한 박물관은
그 외관을 서아프리카 말리공화국의 젠네에 위치하고 있는
젠네대사원(이슬람사원)을 토대로 설계하여,
아프리카 대륙의 정통성을 지키고
그들의 문화를 가능한 가깝게 전하기를 원하는
박물관의 의지를 표방하고 있다.
크게 세 파트로 이루어진 박물관은
‘사파리 파크’에 아이들이 좋아할 아프리카 동물을
인형으로 만들아 마음껏 사진 찍고 만질 수 있도록 했고,
‘아프리카 원주민 공연’은 지금 세네갈의 ‘잘리아’라는
4인조 그룹 공연으로 ‘젬베’라는 타악기를 중심으로
쿠쿠댄스와 열정적인 리듬으로 공연 중이다.
본령은 ‘아프리카 미술품과 유물 전시’로
그곳 국보급에 해당 되는 많은 유물과 공예품을
모아 전시하는 곳으로 많은 작품과 넓은 공간을 자랑한다.
별미급 전시는 아무래도 ‘동물의 왕국과 김중만 사진전’이다.
생생하게 살아 있는 동물들과 원주민의 모습을
김중만 작가 특유의 감각으로 나타냈다.
여기 싣는 것은 조형물을 제외하곤
거의 다 김중만의 사진 작품을
일부 또는 전부분 스케치한 것이다.
♧ 아프리카 - 강효수
열여섯 번의 계절은
소금에 절여진 상처들이었다
하루하루 마흔셋 꽃등 밝히는
외톨이로 버려진 상심의 계절 사람들
어둠에 짓밟힌 눈먼 시간은
다른 세계에서 온 절대자의
대답 없는 꿈으로 이루어졌다
눈 뜨게 하소서 깨어나게 하소서
상실의 시대에 흐르는 눈물은
어디에나 널려 있는 헤픈 싸구려였다
아프리카로 떠난 계절 사람들
아프리카
들불처럼 타오르는 촛불의 성지
상식의 세상을 꿈꾸는 좀비들의 아고라
계절은 꺼지지 않는 촛불이 되고
사람들은 잠들지 않는 좀비가 되어
촛불 심지 꼬아 푸른 꽃대 세우고
하얀 밤 찢어진 심장 붉은 꽃잎 피워
어둠 속 꽃등 태워 하얀 꽃잎 피워
4월 향해 꽃 한 송이 바치옵나니
아, 아프리카여 촛불이여 좀비여
느껴지는가 보이는가 만져지는가
♧ 아프리카는 아프리카 - 김윤자
-남아공
최상의 의자에 앉았는데도
그들의 땅에
그들의 발목을 온전히 담갔는데도
까만 두뇌의 한계는
산도, 물도 넘지 못하여
또 다시 하얀 두뇌를 불러 노를 저으라 하니
정지된 원시의 향수에
듣는 이의 귀가 서러워서
공항 시스템이 미비로 조금 지체되는 것도
한 푼의 팁을 위해 짐을 붙잡는
얄팍한 손길도
뜨거운 가슴으로 붉은 눈시울에 담았다.
십 퍼센트의 백인이
구십 퍼센트의 흑인을 부리고 산다는
소설 같은 이 좌판에서
엎어도, 뒤집어도
아프리카는 아프리카다.
♧ 서 아프리카의 여인들 - 김명희(惠園)
매연 덮인 ‘탐탐’*의 소리
서 아프리카의 밀림은
열병을 앓는다.
가슴 속까지 검은 여인들은
공해에 절은 도시의 그림자 밟으며
춤과 노래로 어우러진다.
새벽이 와도
검은 사막의 대륙은
하루 분의 부가가치마저 버린채
팔만 사천의 세포로
숨을 쉬기도 한다.
오늘 그녀 가슴에 사는 빛깔과
나의 의식 속을 오가는
언어의 색채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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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탐탐 : 경조 소식을 알리는 소리. 크기와 울림이 다름
♧ 남(南)아프리카 친구 - 박희진(朴喜璡)
-피이터 클라크에게
그는 노래를 부르진 않는다.
대신 시를 쓴다 안에서 굽이치는
혈액의 리듬 따라. 잠결에도
내쉬는 숨결 따라 시를 토한다.
더없이 부드럽고 더없이 따스한
그의 검은 피부색처럼
그의 영혼은 검은색일 것이다
수없이 삼킨 태양의 덕택으로.
때로 그는 또한 신들린 듯이
화필을 휘두른다. 보라, 그의
손길이 뿜어내는 칠색 무지개를.
그는 누구에게나 한아름 태양과
포도주를 안겨준다. 또 웃을 때엔
하이얀 이빨과 오랑캐 꽃내음도.
♧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 한도훈
비행기 타고 배타고 버스 타고
아프리카에 가고 싶다
아프리카 전사들과 함께
숨이 넘어가도록
전사의 춤을 추고 싶다
국경을 넘어 국경을 넘어
신식민지 역수출을 해볼까
얼굴 허연 백인들을 노예로 부려
긴 담뱃대에 담배를 재고
흔들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그들에게 발이나 닦게 만들고
앞치마를 두른 백인 여자 노예가
마련한 점심을 먹어볼까
코끼리 상아로 콧구멍도 꿰고
입술에 구멍도 뚫어 멋 좀 부려보고
밤늦도록 찌그러진 달을 입에 물고
세상살이는 그저 부서진 돌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해 볼까
♧ 물소와 달리다 - 차수경
아프리카 어느 초원 어느 물가
누비며 살았기에
야생의 본능은 지칠 줄 모르는가
질기고도 단단한 가죽에
내 몸을 맡기고
묵언의 공존은 서로의 되새김이다
초원의 위용보다 주인의 발이 되어
천 리길 멀다않고 걷고 달리는
눈망울 빛나는 물소여
몸속을 빠져나간 한 켤레 울음이
적요 속에 퍼질 때
멀리서 들려오는 무리의 발걸음 소리
나는 날마다 물소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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