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고요아침에서
권도중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가 나왔다.
5부로 나누어진 시집은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의
‘그리움’에서 발원하여 ‘사물’의 섬세한 파상에 닿기까지
라는 해설을 덧붙였다.
시 몇 편을 골라
얼음을 뚫고 피어난 ‘복수초’와 같이 올린다.
■시인의 말
우리가 없는 들을
우리에서 멀리 건넌다.
건너고 싶은 또 다른 들이 있어
이 시집을 보낸다.
2015년 1월
권도중
♧ 바다
배는 떠나기 위해 가에 묶여 있네
과거의 항구로 오는 것도 새로움인
거기서 수편선이 된 거야
모래알처럼 남은 거야
수평선으로 간 세월은 수평선을 살리고
하얗게 씻긴 모래가 있는 법이야
쌀처럼 깨끗한 모래,
멀리 갈 수 없는 거야
♧ 흔들리는 나무
산에 가서 산에 사는 큰 나무를 보았다
눈보라 천둥마저 내심內心으로 어우르는
흔들려 분별을 넘는 그 하늘을 보았다
상처는 바람에 맡겨 가지로 버릴 수 있다
푸름 깊이 온전하게 흔들리는 푸른 소리
중심의 여유를 찾는 뿌리 밖의 모습이다
흔들리며 가고 있는 그 지평地平을 보았다
뿌리가 있는 사랑이 저렇게 고요하다
큰 귀로 묵묵히 듣나 깊숙이 전하고 있다
♧ 나무
자기를 챙기며
얼룩은 단풍으로 보낸다
병이 될 것들을 그늘로 내리느라
물에게 입을 비우고 넓은 신神이 되는가
거둘 것이 더 많은 인간은 그 무늬가 병이다
들숨보다
내쉼이 더 많은 나무,
자기가 자기를 찾아가는 스스로 바른 나무
♧ 새의 죽음
낮은 데서는 들리지가 않아서
꺾이며 곁을 떠난 그들 새 같은 혼이
간절한 질서를 찾아 더 먼 곳을 사라졌다
붉은 신호는 서라는 것, 죽어 푸른 신호가 된
어디에 없는 날개로 이마를 묶던 깃발이
죽어서 가기만 하는 그 새, 가 잊혀진다
♧ 행복이 머무는 집
헌 집 살면 잘 아프다
좋은 집 살면 좋다
내 몸은 내가 아니어서 잘 관리를 해야 한다
내 몸은 세월의 흔적, 좋은 집을 만들자
먹는 것이 약이 되는,
행복이 머무는 집
잘 관리하고 잘 지키고 운동도 하고
아끼고 세를 잘 주고, 행복한 집을 짓자
♧ 우리
우리가 우리라는 우리는 무엇일까
이어져 온 배달족 우리가 남인가
안전한 우리를 만든 입이 귀한 우린가
안으로 들오라고 우리가 너희들을
이주여성 이주근로자 낮은 배려 우리 법이
아리랑 다문화가족 상차림도 가르치며
우리처럼 해야지 귀가 밝아야 하리
조금 낯 선 너희들은 우리가 벽이라네
그래도 아침의 나라, 수평선을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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