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도중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

김창집 2015. 2. 15. 21:50

 

도서출판 고요아침에서

권도중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가 나왔다.

 

5부로 나누어진 시집은

문학평론가 유성호 교수의

‘그리움’에서 발원하여 ‘사물’의 섬세한 파상에 닿기까지

라는 해설을 덧붙였다.

 

시 몇 편을 골라

얼음을 뚫고 피어난 ‘복수초’와 같이 올린다.

   

 

■시인의 말

 

우리가 없는 들을

우리에서 멀리 건넌다.

 

건너고 싶은 또 다른 들이 있어

이 시집을 보낸다.

 

2015년 1월

 

권도중

   

 

 

♧ 바다

 

배는 떠나기 위해 가에 묶여 있네

과거의 항구로 오는 것도 새로움인

거기서 수편선이 된 거야

모래알처럼 남은 거야

 

수평선으로 간 세월은 수평선을 살리고

하얗게 씻긴 모래가 있는 법이야

쌀처럼 깨끗한 모래,

멀리 갈 수 없는 거야

  

 

♧ 흔들리는 나무

 

산에 가서 산에 사는 큰 나무를 보았다

눈보라 천둥마저 내심內心으로 어우르는

흔들려 분별을 넘는 그 하늘을 보았다

 

상처는 바람에 맡겨 가지로 버릴 수 있다

푸름 깊이 온전하게 흔들리는 푸른 소리

중심의 여유를 찾는 뿌리 밖의 모습이다

 

흔들리며 가고 있는 그 지평地平을 보았다

뿌리가 있는 사랑이 저렇게 고요하다

큰 귀로 묵묵히 듣나 깊숙이 전하고 있다

 

 

♧ 나무

 

자기를 챙기며

얼룩은 단풍으로 보낸다

병이 될 것들을 그늘로 내리느라

물에게 입을 비우고 넓은 신神이 되는가

 

거둘 것이 더 많은 인간은 그 무늬가 병이다

들숨보다

내쉼이 더 많은 나무,

자기가 자기를 찾아가는 스스로 바른 나무

   

 

♧ 새의 죽음

 

낮은 데서는 들리지가 않아서

꺾이며 곁을 떠난 그들 새 같은 혼이

간절한 질서를 찾아 더 먼 곳을 사라졌다

 

붉은 신호는 서라는 것, 죽어 푸른 신호가 된

어디에 없는 날개로 이마를 묶던 깃발이

죽어서 가기만 하는 그 새, 가 잊혀진다

   

 

♧ 행복이 머무는 집

 

헌 집 살면 잘 아프다

좋은 집 살면 좋다

내 몸은 내가 아니어서 잘 관리를 해야 한다

내 몸은 세월의 흔적, 좋은 집을 만들자

 

먹는 것이 약이 되는,

행복이 머무는 집

잘 관리하고 잘 지키고 운동도 하고

아끼고 세를 잘 주고, 행복한 집을 짓자

   

 

♧ 우리

 

우리가 우리라는 우리는 무엇일까

이어져 온 배달족 우리가 남인가

안전한 우리를 만든 입이 귀한 우린가

 

안으로 들오라고 우리가 너희들을

이주여성 이주근로자 낮은 배려 우리 법이

아리랑 다문화가족 상차림도 가르치며

 

우리처럼 해야지 귀가 밝아야 하리

조금 낯 선 너희들은 우리가 벽이라네

그래도 아침의 나라, 수평선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