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아침’에서 나온
권도중 시인의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를 편다.
읽다가 접혀 있는 곳을 여니
바로 시집 제목의 시다.
앞뒤로 작품 몇 편을 옮겨
요즘 한창 피어나는
유채꽃과 함께 올린다.
♧ 비어 하늘 가득하다 외 4편 - 권도중
없어도 여기에서 비어 하늘 가득하다
구름이 바람 따라 수위(水位) 아래로 잠긴다
한 방울 물감이 구절초 핀 산천에 풀린다
당신이 집을 두고 바람으로 지낸다
편지를 써서 버린다 문득 바람 베인다
입술이 들꽃으로 앉아 길게 그늘로 간다
♧ 물로 간다
나눌 수 없는 물을 바가지로 떠낸 마음
여기가 얕아지니
거기가 깊어졌다
가득히 목이 잠기며 합치려 물로 간다
♧ 쌓이는 빛을 따라
달이 허공에 있어 마당은 깨끗하다
쌓이는 빛을 따라 위안처럼 멀어지네
그대가 길을 잃어서 상처마다 밝은가
♧ 슬픔은 물이 된다
슬픔은 물이 된다 슬픔은 물로 가서,
지구의 슬픔이 물로 풀린 봄날이다
물에서 꽃으로 오는 오래 된 슬픔이다
♧ 나비 5
언젠듯 꿈결인듯 못가본 길섶이다
나비는 살아 있다 찾아가듯 거기 있다
고단한 위안 속으로 날개 펴고 나르네
방 하나 갖지 못해 흩어져간 것들이여
울음에서 부화하면 나비가 될 것이다
고치 속 집을 나와서 슬픔 위를 나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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