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권도중 시인의 시와 유채꽃

김창집 2015. 2. 27. 11:16

 

‘고요아침’에서 나온

권도중 시인의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를 편다.

 

읽다가 접혀 있는 곳을 여니

바로 시집 제목의 시다.

 

앞뒤로 작품 몇 편을 옮겨

요즘 한창 피어나는

유채꽃과 함께 올린다.

   

 

♧ 비어 하늘 가득하다 외 4편 - 권도중

 

 

없어도 여기에서 비어 하늘 가득하다

 

구름이 바람 따라 수위(水位) 아래로 잠긴다

 

한 방울 물감이 구절초 핀 산천에 풀린다

 

당신이 집을 두고 바람으로 지낸다

 

편지를 써서 버린다 문득 바람 베인다

 

입술이 들꽃으로 앉아 길게 그늘로 간다

   

 

♧ 물로 간다

 

 

나눌 수 없는 물을 바가지로 떠낸 마음

 

여기가 얕아지니

거기가 깊어졌다

 

가득히 목이 잠기며 합치려 물로 간다

   

 

♧ 쌓이는 빛을 따라

 

 

달이 허공에 있어 마당은 깨끗하다

 

쌓이는 빛을 따라 위안처럼 멀어지네

 

그대가 길을 잃어서 상처마다 밝은가

   

 

 

♧ 슬픔은 물이 된다

 

 

슬픔은 물이 된다 슬픔은 물로 가서,

 

지구의 슬픔이 물로 풀린 봄날이다

 

물에서 꽃으로 오는 오래 된 슬픔이다

   

 

♧ 나비 5

 

 

언젠듯 꿈결인듯 못가본 길섶이다

 

나비는 살아 있다 찾아가듯 거기 있다

 

고단한 위안 속으로 날개 펴고 나르네

 

방 하나 갖지 못해 흩어져간 것들이여

 

울음에서 부화하면 나비가 될 것이다

 

고치 속 집을 나와서 슬픔 위를 나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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