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에서 동쪽 번영로로 나갈 때
봉개동을 갓 지난 곳에
조그만 휴게소가 하나 있다.
이름하여 ‘섬마트 휴게소’라는 간판을 달고
김밥이나 어묵 같은 것을 파는 가게이다.
지난 주말 그곳에 들렸다가 만난 꽃
상국이에게 물었더니 ‘미선나무’란다.
상국이는 제자라고 막 이름을 불러대고 있지만
지금 50 중반에 들어섰으면서도
내가 가면 하다못해 자판기 커피라도 꼭 들이대는 녀석(?)이다.
미선나무는 초등학교 때
우리나라에만 나는 특산식물로 배운 기억이 나는데,
잎사귀만 돋은 나무론 몇 번 본 느낌이지만
꽃으로는 처음으로, 시기가 조금 지났으나 볼만하다.
꽃 모양이 임금님 행차 때 시녀들이 들었던
미선(尾扇)이라는 양쪽에 깃이 돋은 긴 부채의 이름답게
잎사귀 나기 전에 길쭉한 줄기에 양쪽으로 피었다.
키는 1m가량 자라며 가지는 네모져 밑으로 처지고
잎은 마주나고 난형이며 잔털들이 나 있다.
흰색의 꽃은 3~4월에 잎보다 먼저 피고
전해에 만들어진 가지에 총상꽃차례를 이룬다.
미선나무속의 종으로는 하나뿐인 미선나무는
충북 괴산군 송덕리와 진천군 용정리의 특산인데,
두 곳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들이 있다.
♧ 미선나무 - 김승기
지상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최상의 선녀라는 말에 이끌리어
사진을 보며
얼굴 언제 볼 수 있을까
손꼽아 기다린
부푼 기대,
품안에 화안히 안기어 오는
눈부신 달이었으면 했는데
쿵, 가슴 무너져 내리는
개나리꽃보다도 작은
난장이나라의 꼬리부채였다니
너는 여기에서
곱기는 하여도
내 짝은 아닌 것,
세상에는
아주 가까이 다가서야 예쁜 꽃이 있는 반면
멀리서 바라보아야 아름다운 별이 있고,
오로지 저만치에서 제 몸 태우며 있어야
빛이 나는 촛불도 있는 법,
욕심이었어
나만의 향기로운 꽃이 되어 주기를 바라다니
어둠을 밝히는 등불은 아니어도
콩알보다도 작은 몸뚱이로 사는 생명들
시린 가슴마다
사랑을 심는 천사였음을
네게 다가가고서야 알게 되다니
♧ 미선나무라고 아시는지 - 김종제
예전에는
조선육도목(朝鮮六道木)이라고
흔하게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내가 사랑하는
단 하나의 사람 같은
그런 나무가 있다는데
우리나라 밖에 없다는
손으로 꼽을 정도로
얼마 되지 않는 곳에서
자라난다고
물푸레나무과에 속하는
특별한 나무가 있다는데
사랑하는 당신처럼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고
희귀하다고 순백하다고
우리 민족의 온유함을 닮았다고
옛날 하늘나라 선녀인 당신이
들고 다니는 둥근 부채 모양의
미선(尾扇)과 흡사한
열매가 달렸다고
그러니까 분홍빛을 띠고
흰 얼굴에 봄바람에 수줍은 듯
한국 여인네의
치맛자락 아래 감취진 발목 드러내는
은은한 향기와 같은
순박한 나무가 있다는데
당신 닮은 미선나무가 있다는데
사랑하는 당신이 혹시 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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