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월의 시 외 8편 - 권도중
간절한 수평선에 만선으로 오고 있다 밀물에 길 잠기면 물속을 어른거리지 여기서 깊숙이 큰 처마로 무릎 감싸네
철썩여 날이 새면 어디를 이민 보낸, 빠뜨린 바지가 피리소리 같은 마을로, 파도에 잠긴 날개가 깊어서 넓게 간다
♧ 저, 달빛
격랑은 물로 가서 은물결 물로 있네 젖어서 젖지 않는 고요한 물의 바닥
저, 달빛, 돛배 보내니 날개 접듯 받는다
그림자 길게 생겨 살아 있다 위로한다 다, 안다 침묵하라 마중 나온 훤한 빛
이리도 밝은 그늘로 호수 하나 다 못간다
♧ 위로
눈물에 잠긴 상처
참 착한 영혼아
사랑과 삶에 지쳐 외로운 사람아
가득히 갈앉고 나면 가벼워질 사랑아
진흙서 연꽃 피듯
죽지 않는 소망으로
세상에 아름다움은 슬픔에서 생겨난다
슬픔은 그대 두고서 건너가는 사람아
♧ 밖에서 안으로
얼음은 밖에서 얼면서 안으로 간다 드리운 그늘 따라 물면에서부터 언다 밖에서 안으로 가는 물속 맑고 고요하다
누구나 언간해선 바닥은 얼지 않는다 햇빛은 계속 쌓여 그 그늘부터 녹일 것이다 얼어서 고요한 차단, 호수가 갖고 있다
♧ 꽃나무
나무의 팔이 밖의 어디론가 닿는 몸짓 그 몸짓 부딪친 속 생겨나는 물가에는, 어긋난 인연들끼리 먼 거리로 씻기네
흔들리며 벗어나며 대상을 받아들인 떠나면 보내고 있는 지는 것을 받는 꽃, 나무가 열어 건너는 그 거리가 푸르다
내려앉는 꽃잎보다 지면서 날리는 꽃잎 그렇게 가는 것과 목피 속 남은 것이, 마주서 피는 하나로 자유로운 꽃나무
♧ 가난해지는 마음
나와 많이 다른 그걸 알지 못하고
내게 없는 것이 너에게서 꽃으로
그런데 마음 속 꽃은 늘 같다고 생각하지
깨끗한 빈곳으로 걸어 다니는 상처가
아픔이 믿게 되는 행복에게 묻지만
사랑은 가난한 것에 마음이 끌려가지
♧ 안개. 3
고요 속 우유 같은 볼 수 없는 끝으로
처음이 생겨나는 먼 소리가 살고 있는
새벽의 어느 아득한 목선으로 오는 마을,
수레가 지나간 길로 마음이 가고 있다
무덤으로 잠긴 거기 사라지며 푸는 이유
무언가 꿈꾸는 위안, 물이 피운 것이여
♧ 사랑은 허무는 것
가득하면 가득해서 천천히 흘러간다 혼자 허물면서 그렇게 가고 가면 달빛이 허물고 있다 삽이 되는 달빛이
사랑은 허무는 것, 허물며 가고 있다 허물어지지 않는 온전한 그림자여 달빛이 하도 밝아서 들어나는 마음 터
♧ 물소리
호湖에는 소식 끊긴 잠수된 여자들이
강江에는 목이 마른 잠수 탄 사내들이
집 나간 휴식이 되어 끊어진 잠에 있다
못 보내 보내고서 누워 풀린 허리가
잊혀짐 편안함에 물소리로 발화되고
부리를 씻던 소리는 시간으로 씻긴다
물에 풀린 한 자루 칼, 동떨어진 물 속 집안集眼
갈앉아 거울이 된 용서 같은 물의 궁전
비로소 그대 잠 속을 물소리가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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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집 '비어 하늘 가득하다'(고요아침, 2015)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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