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우리詩 4월호의 동시와 배꽃

김창집 2015. 4. 6. 07:16

 

♧ 봄 운동회 - 임보

 

병아리 아이들이

운동장에 가득합니다

 

아이들의 아우성 소리에

만국기가 춤을 춥니다

 

홍군 청군 릴레이가

고무줄처럼 팽팽합니다

 

동동거리는 작은 발꿈치들

운동장이 기우뚱거립니다

 

철쭉들도 박장대소를 하며

얼굴을 붉히고 아우성입니다

 

 

♧ 유쾌한 저녁 - 洪海里

 

귀뚜라미 떼로 모여

귀를 뚫는다

밤새도록 귀뚤귀뚤

풀잎 음악회

둥근 달도 웃으면서

내려다보고

소슬바람 지나가며

손을 흔든다.

 

엄마 아빠 언니 오빠

귀를 뚫는다

밤새도록 귀뚤귀뚤

꽃잎 음악회

별님들도 눈 맞추며

귀를 모으고

시냇물도 흘러가며

입을 가린다.

 

 

♧ 귓속말 - 정순영

 

잠에 빠진 어린 손자의 귀에

‘세상에 이렇게 잘생긴 사내가 또 있을까’

 

 

꿈결에

손자가 웃으며

할아버지 손을 꼬옥 잡는다.

   

 

♧ 나무 - 이무원

 

나무는 왜 늘 제자리에 있어야만 하지

앉아서 꽃들과 가위 바위 보 하고

물구나무서서 하늘도 보고

날아가는 새들과 무리 지어 너울너울 춤도 출 텐데

 

나무는 왜 늘 제자리에 있어야만 하지

절벽 위로 달려가 흐르는 강물을 보면

어서 함께 가자고 손짓할 텐데

붕어 잉어 송사리와 함께 수영도 할 텐데

   

 

♧ 사과 아기 - 김영호

 

새로 태어난 아기는

햇사과 같아요.

 

아기는 사과처럼 얼굴이 발갛고

몸에서 사과 향기가 나요.

 

아기는 엄마 눈에 사과꽃을 피우고

아빠 입술에도 사과꽃을 피워요.

   

 

♧ 풀잎 - 나병춘

 

휘어진 풀잎 등에 탔다가

햇살은 한눈파는 새

쭈르르 미끌어진다

 

지나던 바람도

살짝 비껴가다

햇살 등에 떠밀려

함께 나동그라진다

 

구경하던 곤줄박이가

터지는 웃음 참다

똥을 찍 갈기고 간다

휘어진 그림자 어리둥절 흔들리는데

   

 

♧ 버들강아지 - 김지헌

 

졸 졸 시냇물 소리에 잠 깨어

냇가에 쪼르르 기어 나온

복슬 강아지

꼼틀꼼틀 털옷 벗고 있네

 

근질근질 새 이 돋는

여섯 달바기 우리 아가

첫 봄맞이 하라고

잘 여문 씨앗들을

촘촘히 박아놓았네

 

 

♧ 안녕, 산나리 - 홍예영

 

올해도 산나리 피었습니다

 

솔이는 머리 들고 영차

뿌리께는 내가 맡아서 영차, 영차

대문 곁에 세워 둔 키다리 내 친구

얼굴에 까만 점을 세다가 점박이

깨순이, 점순이라 말 바꾸었더니

 

깜박깜박 깜박이네 어디 가냐고

팔짱을 뒤로 끼고 다가듭니다

올해도 잊지 않았습니다

주근깨 오톨도톨 주황 얼굴에 한가득 뿌렸습니다

   

 

♧ 탱탱볼 - 권순자

 

탱탱볼은 개구쟁이에요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제 맘대로 돌아다녀요

 

탱탱볼은 요술쟁이에요

내 키만큼 뛰었다가

내 발 아래 굴렀다가

 

탱탱볼은 변덕쟁이에요

어제는 토끼처럼 잘도 뛰더니

오늘은 토라져서 구석에서 뒹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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