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 운동회 - 임보
병아리 아이들이
운동장에 가득합니다
아이들의 아우성 소리에
만국기가 춤을 춥니다
홍군 청군 릴레이가
고무줄처럼 팽팽합니다
동동거리는 작은 발꿈치들
운동장이 기우뚱거립니다
철쭉들도 박장대소를 하며
얼굴을 붉히고 아우성입니다
♧ 유쾌한 저녁 - 洪海里
귀뚜라미 떼로 모여
귀를 뚫는다
밤새도록 귀뚤귀뚤
풀잎 음악회
둥근 달도 웃으면서
내려다보고
소슬바람 지나가며
손을 흔든다.
엄마 아빠 언니 오빠
귀를 뚫는다
밤새도록 귀뚤귀뚤
꽃잎 음악회
별님들도 눈 맞추며
귀를 모으고
시냇물도 흘러가며
입을 가린다.
♧ 귓속말 - 정순영
잠에 빠진 어린 손자의 귀에
‘세상에 이렇게 잘생긴 사내가 또 있을까’
쿨
쿨
쿨
꿈결에
손자가 웃으며
할아버지 손을 꼬옥 잡는다.
♧ 나무 - 이무원
나무는 왜 늘 제자리에 있어야만 하지
앉아서 꽃들과 가위 바위 보 하고
물구나무서서 하늘도 보고
날아가는 새들과 무리 지어 너울너울 춤도 출 텐데
나무는 왜 늘 제자리에 있어야만 하지
절벽 위로 달려가 흐르는 강물을 보면
어서 함께 가자고 손짓할 텐데
붕어 잉어 송사리와 함께 수영도 할 텐데
♧ 사과 아기 - 김영호
새로 태어난 아기는
햇사과 같아요.
아기는 사과처럼 얼굴이 발갛고
몸에서 사과 향기가 나요.
아기는 엄마 눈에 사과꽃을 피우고
아빠 입술에도 사과꽃을 피워요.
♧ 풀잎 - 나병춘
휘어진 풀잎 등에 탔다가
햇살은 한눈파는 새
쭈르르 미끌어진다
지나던 바람도
살짝 비껴가다
햇살 등에 떠밀려
함께 나동그라진다
구경하던 곤줄박이가
터지는 웃음 참다
똥을 찍 갈기고 간다
휘어진 그림자 어리둥절 흔들리는데
♧ 버들강아지 - 김지헌
졸 졸 시냇물 소리에 잠 깨어
냇가에 쪼르르 기어 나온
복슬 강아지
꼼틀꼼틀 털옷 벗고 있네
근질근질 새 이 돋는
여섯 달바기 우리 아가
첫 봄맞이 하라고
잘 여문 씨앗들을
촘촘히 박아놓았네
♧ 안녕, 산나리 - 홍예영
올해도 산나리 피었습니다
솔이는 머리 들고 영차
뿌리께는 내가 맡아서 영차, 영차
대문 곁에 세워 둔 키다리 내 친구
얼굴에 까만 점을 세다가 점박이
깨순이, 점순이라 말 바꾸었더니
깜박깜박 깜박이네 어디 가냐고
팔짱을 뒤로 끼고 다가듭니다
올해도 잊지 않았습니다
주근깨 오톨도톨 주황 얼굴에 한가득 뿌렸습니다
♧ 탱탱볼 - 권순자
탱탱볼은 개구쟁이에요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제 맘대로 돌아다녀요
탱탱볼은 요술쟁이에요
내 키만큼 뛰었다가
내 발 아래 굴렀다가
탱탱볼은 변덕쟁이에요
어제는 토끼처럼 잘도 뛰더니
오늘은 토라져서 구석에서 뒹굴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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