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산철쭉도 피어났는데

김창집 2015. 4. 10. 11:18

 

드디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도

봄꽃 축제가 열리는

모처럼 맑은 봄날입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슬프고 어지러운데

날씨와 꽃처럼

맑고 고운 날이 열리길

기대해 봅니다.

 

 

♧ 산철쭉 - 김승기

 

졸음 겨운 햇살이

한낮을 흔들고 간 뒤

별빛 튀어 오르는 절간 마당

 

연화문살 두드리는 달빛 아래

밤늦도록 풍경을 때리는

소쩍새 울음소리

 

잠 못 이루며 뒤척이는 사미승

두고 온 홀어머니 생각

가슴 쓸어내리며

목울대에 걸리는 한숨

 

눈 비비는 아침이면

앞산 뒷산 흥건히

피 묻은 철쭉꽃 피겠네

 

 

♧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35 - 나태주

 

어디를 가든

네가 따라 다녔다.

 

꽃을 보아도 예쁜 꽃은

네 얼굴쯤으로 보였고

 

산을 보아도 조그만 산은

네 가슴쯤으로 보였다.

 

내 옆에 없는 네가 어느샌가

바람 타고 내 옆에 와서

 

무엇을 보든 나는 너와 함께 보았고

무엇을 듣든 나는 너와 함께 들었다.

 

너와 함께 보는

철쭉꽃, 칠갑산 산철쭉꽃.

 

너와 함께 듣는

방울새 소리, 칠갑산 방울새 소리.

   

 

♧ 문 여는 꽃, 문 닫는 꽃 - 김종제

 

한탄강 적벽에 기대어 앉아

피다가 만 산벚꽃

지다가 만 산철쭉꽃

내 안에 있다가

닫힌 마음의 창문 열어주는 사람

내 밖에 있다가

열린 마음의 빗장 걸어주는 사람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마음 끼리 부딪히면서

이제사 문 여는 꽃

지금 막 문 닫는 꽃

꽃속에도 개심사(開心寺) 같은

절 한 채 있는데

번뇌를 물리쳐주는 일주문도 없고

업을 끊어주는 사천왕도 없이

산사로 향해 열린 길 올라가면

길의 문(門) 막고 서 있는 꽃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

열린 마음을 닫아주는 사람

저절로 피고 지는

저절로 열고 닫는

꽃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먼곳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가

대웅전에 기대어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황금꽃

축축한 시선에

봄비가 세상을 가득 덮어버리는데

이슬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열어 놓고 있는 꽃

가랑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닫아 놓고 가는 꽃

그 꽃 안으로 붉은 적벽 강물이

마음 열어 놓고 절로 흘러간다

   

 

♧ 굴절된 생의 프리즘 속으로 - 심지향(상순)

 

산철쭉 붉은 피멍 천지를 뒤덮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봄

옛이야기 출렁거리는 강가에서

물수제비뜨던 그날도

오늘처럼 종달이는

저렇게 높이 날며 노래했던가.

 

왁자지껄 소란스레 붐비며

유혹하는 봄의 눈빛들이

굴절된 생의 프리즘 속으로 들어와

말 없는 침묵의 장을 열면

깜빡 잊었던 티눈처럼 소스라치게

흑백으로 둥실 떠오르는 아픔.

 

조각난 네거티브negative 영상들이

벚꽃처럼 어지러이 흩날리다

아지랑이 속으로 스러지는 봄날

너에게로 가는 머나먼 길

징검다리를 놓고 싶지만

너는 바쁘고 나는 게으르고.

   

 

♧ 설악산 나목들 - 박인걸

 

눈 덮인 설악산에

발을 묻고 서 있는 나목들은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사철 겪어온 혹독한 시련 앞에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듯

산철쭉 피던 봄날의 바닷바람과

지루한 장마철의 폭우와

제일 먼저 내리는 찬 서리에

산은 이미 내공이 쌓여 있었다.

잘 훈련 된 특전사요원들이

거총 자세로 서서

출렁이는 동해를 바라보며

승리의 함성을 외치는 듯

새해 벽두에 설악산을 찾아

해맑을 공기를 들이마시고

청정 山水로 수혈하여

설악의 精氣를 온 몸에 받으니

나도 설악과 하나가 된다.

또 한 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고난도 겁내지 않으리.

한 겨울을 나는 나목처럼

새봄을 소망하며 한 해를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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