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도
봄꽃 축제가 열리는
모처럼 맑은 봄날입니다.
들려오는 소식은 슬프고 어지러운데
날씨와 꽃처럼
맑고 고운 날이 열리길
기대해 봅니다.
♧ 산철쭉 - 김승기
졸음 겨운 햇살이
한낮을 흔들고 간 뒤
별빛 튀어 오르는 절간 마당
연화문살 두드리는 달빛 아래
밤늦도록 풍경을 때리는
소쩍새 울음소리
잠 못 이루며 뒤척이는 사미승
두고 온 홀어머니 생각
가슴 쓸어내리며
목울대에 걸리는 한숨
눈 비비는 아침이면
앞산 뒷산 흥건히
피 묻은 철쭉꽃 피겠네
♧ 사랑이여 조그만 사랑이여. 35 - 나태주
어디를 가든
네가 따라 다녔다.
꽃을 보아도 예쁜 꽃은
네 얼굴쯤으로 보였고
산을 보아도 조그만 산은
네 가슴쯤으로 보였다.
내 옆에 없는 네가 어느샌가
바람 타고 내 옆에 와서
무엇을 보든 나는 너와 함께 보았고
무엇을 듣든 나는 너와 함께 들었다.
너와 함께 보는
철쭉꽃, 칠갑산 산철쭉꽃.
너와 함께 듣는
방울새 소리, 칠갑산 방울새 소리.
♧ 문 여는 꽃, 문 닫는 꽃 - 김종제
한탄강 적벽에 기대어 앉아
피다가 만 산벚꽃
지다가 만 산철쭉꽃
내 안에 있다가
닫힌 마음의 창문 열어주는 사람
내 밖에 있다가
열린 마음의 빗장 걸어주는 사람
땅속 깊은 곳에서 올라와
마음 끼리 부딪히면서
이제사 문 여는 꽃
지금 막 문 닫는 꽃
꽃속에도 개심사(開心寺) 같은
절 한 채 있는데
번뇌를 물리쳐주는 일주문도 없고
업을 끊어주는 사천왕도 없이
산사로 향해 열린 길 올라가면
길의 문(門) 막고 서 있는 꽃
닫힌 마음을 열어주는 사람
열린 마음을 닫아주는 사람
저절로 피고 지는
저절로 열고 닫는
꽃의 마음을 알 수가 없어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먼곳에서 바라만 보고 있다가
대웅전에 기대어 앉아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황금꽃
축축한 시선에
봄비가 세상을 가득 덮어버리는데
이슬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열어 놓고 있는 꽃
가랑비 같은 마음에 젖어
목숨 닫아 놓고 가는 꽃
그 꽃 안으로 붉은 적벽 강물이
마음 열어 놓고 절로 흘러간다
♧ 굴절된 생의 프리즘 속으로 - 심지향(상순)
산철쭉 붉은 피멍 천지를 뒤덮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봄
옛이야기 출렁거리는 강가에서
물수제비뜨던 그날도
오늘처럼 종달이는
저렇게 높이 날며 노래했던가.
왁자지껄 소란스레 붐비며
유혹하는 봄의 눈빛들이
굴절된 생의 프리즘 속으로 들어와
말 없는 침묵의 장을 열면
깜빡 잊었던 티눈처럼 소스라치게
흑백으로 둥실 떠오르는 아픔.
조각난 네거티브negative 영상들이
벚꽃처럼 어지러이 흩날리다
아지랑이 속으로 스러지는 봄날
너에게로 가는 머나먼 길
징검다리를 놓고 싶지만
너는 바쁘고 나는 게으르고.
♧ 설악산 나목들 - 박인걸
눈 덮인 설악산에
발을 묻고 서 있는 나목들은
살을 에는 칼바람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사철 겪어온 혹독한 시련 앞에
새삼스럽지도 않다는 듯
산철쭉 피던 봄날의 바닷바람과
지루한 장마철의 폭우와
제일 먼저 내리는 찬 서리에
산은 이미 내공이 쌓여 있었다.
잘 훈련 된 특전사요원들이
거총 자세로 서서
출렁이는 동해를 바라보며
승리의 함성을 외치는 듯
새해 벽두에 설악산을 찾아
해맑을 공기를 들이마시고
청정 山水로 수혈하여
설악의 精氣를 온 몸에 받으니
나도 설악과 하나가 된다.
또 한 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고난도 겁내지 않으리.
한 겨울을 나는 나목처럼
새봄을 소망하며 한 해를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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