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요패 소리왓이 4.3을 맞아 제주문예회관 소극장에서
4월 26일 오후 7시에 공연한 소리굿을 보았다.
4.3영화 ‘끝나지 않는 세월’ 영상과 함께
김수열 시인의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를 표제로 내세워
많은 노래와 춤을 곁들여 다양하게 엮어낸
감동이 진하게 우러나는 공연이었다.
♧ 초대의 글
만물이 소생하는 제주도의 4월!
초록보리의 싱그러움과 노란 유채꽃 향기, 뽀얀 벚꽃의 흩날림!
이토록 어여쁘고 수줍은 4월에
미친 꿈의 역사가 바로 오늘이 되어
나를 밟아밟아 짓밟아 짓뭉게 버렸어요!
녹아내려요! 검은 땅으로 질질 녹아내려요!
붉은 이슬이 붉은 물이 되어 질질 녹아내려요!
붉은 이슬을 머금은 초록이 태어나는 4월에
붉은 물을 마시는 들꽃들이 향기를 내뿜어요!
붉디붉은 향기가 하얀 바람에 벚꽃비가 되어 내려요.
죽어도 잊지 못할 봄 4월은 영원히 기억되어야 할 봄 4월은
붉은 초록으로 더욱 생생하네요.
♧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 - 김수열
이제랑 여기 오십서 맘 놓고 이 자리에 어서어서 오십서
말 한 마디가 피를 부르고 피가 다시 피를 부르던
험악한 세월 눈물마저 죄가 되던 시절
하다 노여워 마시고 이제랑 여기에 오십서
다하지 못한 눈물 비새같이 울어도 보고
꿈에서나 만나던 피붙이들 앞고름 풀어헤쳐 안아도 보고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 모두모두 여기에 오십서
한 올레 이웃사촌 형님 아우님 손도 잡아보고
한숨일랑 저 산에 던져두고 눈물일랑 저 바다에 던져두고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 모두모두 여기에 오십서
♧ 돔박새 운다 - 문무병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
새벽안개 속에 어둠을 쓸며
생명꽃 환생꽃 번성꽃 물고 어둠을 쓸며
돔박새 운다 새벽안개 속에
제주절섬 성읍2리 구렁팟 붉은 동백가지 끝에서
주문을 외며 어허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 새벽안개 속에
배고픈 새 쌀 주고 물 그린 새 물 주며
사랑 잃은 새 님을 그려 밤비소리 가르며
돔박새 운다 돔박새 운다
♧ 골령골 영가 분부사룀 - 김경훈
올 금년 해는 갈라 병술년 날은 보난 칠월 팔일 날이옵고
땅은 보난 대전시 산내초등학교 되옵니다
영혼영신님네여
혼백이 있거든, 혼은 날고 백은 흩어지듯
흩어지듯 모이어 우리 눈에 현신하소서
그때 대전형무소에 수감되었던 우리는 끌려나가
골령골 처형장의 이슬이 되었네
토란잎에 이슬같이 이 세상 하직하였네
여기서 죽었노라 안부 하나 전하지 못하고
내 육신은 내 영혼을 놓아버렸다네
그러나 내 혼백은 살아,
이승도 못 가고 저승도 못 가고
그리운 고향으론 더욱 가지 못 하고 죽은 자리에 그냥 머물러 있다네
목 메이게 부르는 사랑하는 처가속 내 육친들아
오늘날은 나를 찾아 여기까지 와서 제물진설하고
우리 위해 마음 다 써주니 정말로 고마웁고 고맙다
이제라도 우리 뼈 찾아 마디마디 맞춰주고 우리가 바라던 세상 만들어
엄토감장 허여주면 아무런 원이 없이 저승 상마을 곱게 도올라
너희 후손들 보답허여주마 하다못해
혼날 일 병날 일 눈물날 일 한숨날 일 없게 허여주마
마지막 부탁이니 이 원정 꼭 들어다오
분부외다
영혼영신님네랑 나비 나비 나비 몸으로 환생하여
저승 상마을 서천꽃밭에서 고이고이 천수를 누리소서
2008년 제주4.3 60주년을 맞아 선보였던
4.3소리굿 ‘한 아름 들꽃으로 살아’는
7년 만에 새롭게 재편되어 이틀 동안 공연된 것이다.
2015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사업 우수레퍼토리
공연의 하나로 개최된 이 작품에 이어
올 4차례나 다른 작품을 선보인다.
이번 공연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제주특별자치도, 제주문화예술재단,
제주특별자치도문화예술진흥원, 제주민예총의 후원했다.
이 작품에서는 김수열, 문무병, 김경훈, 강영미, 이산하 등의
시가 노래로 바뀌어 관객의 박수를 받았다.
그리고 4.3장편영화 ‘끝나지 않는 세월’을
영상자료로 편집되어 가슴 깊은 곳까지 울려주었다.
대본 안희정, 연출 변향자, 기획 안민희, 안무는 고춘식 씨가
출연은 김순덕, 김항례, 안민희 등 노래패 청춘 회원들과
제주대학교 4학년 이용석, 한림고 1학년 주세연,
화북초등학교 4학년 고혁진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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