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운삼평과 옥수채

김창집 2015. 4. 23. 11:40

 

 

♧ 운삼평 케이블카

 

  가이드가 일러준 문을 나서보니, 바로 운삼평으로 케이블카를 타러 가는 길이다. 제 딴에는 시간을 단축시켜 보려고 꾀를 내었는데, 한두 명쯤 그 말을 귀담아 듣지 않은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오가며 서성이는 사람들 속에서 30명을 모으는 일이 그리 쉬운가? 결국은 속 편하게 제일 뒤에 타기로 하고 느긋하게 움직인다. ‘만만디’ 만세.

 

  케이블카를 타러 가려면 우선 셔틀버스를 타고 목적지까지 가야 한다. 중국 땅이 넓기도 하지만 일자리도 마련하고 수입도 늘리고, 자연자원도 보전해야 한다는 명목 아래 운영되는 곳이 많다. 버스의 연료가 천연가스인지 알 수는 없으나, 목적지에 가고 올 때 기념품이나 음식 상점을 거치게 되어 있는 것도 중국 이름난 관광지의 시스템이다.

 

  운삼평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러 들어가는 입구에 나시족이 숭배하는 신의 상징물이 크게 서있어, 앞에서 단체 기념사진을 찍고 안으로 들어가 잠시 휴식 시간을 가져 물을 마시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벽에 새겨져 있는 그들의 생활모습이나 유물들을 살필 수 있었다. 여유를 가지면 평소 눈에 띄지 않은 것들이 하나하나 보이는 법, 더구나 우리는 같은 차를 타기 위해 뒤에 온 몇몇 사람들에게 양보의 미덕도 발휘할 수 있었다.

 

  차를 타고 한 20분쯤 가면서 티베트 나시족의 사는 집들과 자연 호수 등을 본다. 나중에 푸다춰 국가공원에 가서도 보았지만, 국립공원이나 자연유산지역에 원래 살던 주민들의 생활을 보장해주는 점이 우리나라와 다르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내세우는 그런 국가공원지역에서도 원주민들이 평소 하던 대로 소나 말, 야크 등을 놓아먹일 수 있도록 하고, 그 동안 머물 수 있는 간단한 주거 형태나 축사를 보전해준다는 점이 그것이다.

  여유 있게 도착했기 때문에 오래 줄 서지 않고도 쉽게 케이블카에 오를 수 있었다. 여덟 명씩 타고 가는데, 아래로 잣나무와 이른 봄꽃들이 보이고 나무 이끼류들이 심심치 않게 스친다. 노랑 봄꽃이 많이 보였으나, 조금 멀어서 확인할 수는 없었다. 10분쯤이나 탔을까, 벌써 종착점에 다다랐다. 우리는 오늘 중으로 차마객잔까지 가야 했으므로 운삼평 가는 여정은 접고 전망대를 둘러보며, 각자 기념사진을 찍고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아쉽게 발길을 돌려야 했지만 걸어서 1km 정도만 오르면 평지가 나타나는데, 그곳이 바로 운삼평(雲杉坪)이라고 안내판이 붙어 있다. 그야말로 구름과 삼나무가 어울려 그 위의 옥룡설산을 받쳐주는 멋진 풍경이 있는 곳이다. 옥룡설산(玉龍雪山)은 13개의 봉우리로 해발 5,500m에 달하는데, 눈으로 덮여 있는 산봉우리의 모습이 마치 용이 누워있는 모습과 같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내려와 옥룡설산의 만년설이 녹아 협곡 사이로 흘러 호수를 이룬 백수하의 하류 쪽으로 가서 차에서 내려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호숫가로 내려가 보았다. 맑은 호수 주변에 여러 가지 꽃이 피고 져버린 것도 있다. 겹벚꽃이 한창이고 한라산 정상 주변에서 자라는 섬매발톱과 그외로 흰땃딸기, 양지꽃도 찍었는데, 커다란 아그배나무는 꽃이 진지 한참 지났다. 마침 뾰족이 솟아난 고사리를 보면서, ‘지금 제주에서도 한창일 텐데….’ 하고 주위를 둘러보니, 나 혼자다. 누(累)가 될까봐 재빨리 뛰어올라가 줄을 서서 셔틀버스에 오른다.

 

 

 

 

 

 

 

 

 

 

♧ 맑은 물이 흐르는 옥수채

 

  셔틀버스를 타고 원 자리로 돌아와 대기하고 있는 우리 버스에 오른다. 다음 찾아간 곳은 옥수채(玉水寨). 입구 커다란 바위에 티베트 나시족들의 신봉하는 ‘동파교의 성지’라고 되어 있다. 우리는 곧바로 옥수채로 들어선다. 옥수채는 리장지역 마지막 날 돌아볼 리장의 고도(古都)와 함께 나시족이 신성시 하는 지역이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맑은 호수와 싱싱한 나무들…. 그리 크지 않은 첫 번째 호수엔 비단잉어가 놀고, 짧은 폭포로 이어진 다음 호수엔 송어가 한가로이 노닌다. 밖에 가면 그 송어를 잡아 회를 떠서 파는 가게가 있다는데, 생략하기로 하고 붉은 천이 매달려 있는 찔레나무 아래를 통과하여 금빛 찬란한 신상(神像)이 있는 곳으로 다가간다. 주변은 나무와 맑은 호수, 그리고 폭포가 어울려 장관을 이룬다.

 

  특이한 모습의 신상은 나시족들이 숭배하는 자연신상으로 코브라를 형상화했으며, 이곳 수원을 지켜 주는 신이라 했다. 신상의 위는 사람 모습이고 아래는 뱀의 모양을 한 여신상이다. 옥룡설산의 신성한 물이 흘러드는 곳이고 물과 결부시키면 용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뱀이 용이 되어 승천하는 터전으로 옥룡의 모습을 형상화 해겠지만 누가 이름 붙였는지 그냥 ‘대자연신상’이라고 불린단다.

 

 이곳은 맑은 물이 흐르는 하나의 신성한 울타리로 둘러싸인 곳이라 하여 옥수채(玉水寨)라 명명했는데, 옥룡설산에서 만년설이 녹아내린 물이 이곳 흑룡담을 거쳐 여강 시내로 흘러가는 식수의 발원지가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머물렀으면 하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버스에 오른다. 이후로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3천m급 고산지대에 잠시 머물렀어도 고산증의 신체반응이 없었음에 안도하며, 시간 때문에 바로 차마객잔으로 가기 위해 빵차를 타러 간다.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해외 나들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차마고도 기행  (0) 2015.04.27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따라서  (0) 2015.04.24
옥룡설산과 인상여강  (0) 2015.04.21
중국 차마고도, 샹그릴라, 여강, 성도  (0) 2015.04.15
베트남 꽝아이시의 일출  (0) 2015.0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