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해외 나들이

차마고도 기행

김창집 2015. 4. 27. 12:17

* 차마고도로 가는 도중에 만난 야크 상

 

 

 

*  차마고도, 호도협 부근의 개념도

 

 

♧ 차마고도(茶馬古道)

 

  옥수채를 나온 일행은 전세버스를 타고 바로 차오터우(橋頭)로 달린다. 오늘 밤 묵을 차마객잔으로 가기 위해서다. 늦은 저녁식사를 위해 가이드는 한 상에 오골계 백숙을 세 마리씩이나 준비했다며, 우리들을 꼬드긴다. 어쨌든 가보지 않은 곳이고, 고지대여서 고산병에 대비한 여러 가지 준비과정을 설명하는 통에 조금은 주눅이 든 분들도 있어 얼굴이 밝지 않다.

 

  차마고도(Tea-Road, 茶馬古道)는 중국 윈난성(雲南省)과 쓰촨성(四川省) 등에 생산된 차(茶)와 티베트 고원에서 길러진 말(馬)을 교환하기 위해 개통된 오래된 교역로로 중국과 티베트, 네팔, 인도를 잇는 육상 무역로이다. 그 유명한 실크로드보다 200여 년이나 앞선 기원전 2세기 이전부터 존재한 고대의 무역로로 알려져 있다. 해발 4,000m가 넘는 험준한 길과 눈 덮인 5,000m 이상의 설산, 그리고 아찔한 협곡을 잇는 이 길을 통해 차와 말 외에도 소금, 약재, 곡식 등의 다양한 물품의 교역이 이루어졌다.

 

  그러다 보니, 물품교역 말고도 여러 다른 민족의 문화와 종교와 지식이 교류되었다. 마방(馬幇)이라 불리는 상인들은 말과 야크에 짐을 싣고 중국의 차와 티베트의 말을 서로 사고팔기 위해 이곳을 거쳐 간 것이다. 전성기에는 유럽까지 연결되기도 하였다. 해발고도 4천m가 넘는 험준하고 가파른 길이지만, 경치가 매우 아름다운 길로 유명한데, 우리나라에는 2007년 KBS에서 6편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인사이트 아시아 - 차마고도’를 제작 방송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차마고도(茶馬古都)를 잇는 길들은 크게 여덟 개 노선으로 나뉘었다고 하며, 마방들이 주로 이용하던 곳은 아래의 두 가지 경로로 알려졌다. 하나는 윈난성의 시솽반나(西雙版納), 쓰마오(思茅), 다리(大理), 리장(麗江), 샹그릴라, 더친(德欽) 등에서 티베트 - 네팔 - 인도로 이어지는 코스이고, 또 하나는 쓰촨성의 야안(雅安), 다두허, 캉딩(康定), 더거(德格)에서 티베트 - 네팔 - 인도로 이어지는 코스인데, 쓰촨성에서는 차마사라는 관청을 두어 국가가 주도하기도 하였다.

 

* 아침에 일어나서 본 차마객잔 주변

 

* 아침 식사 광경

 

 

♧ 꼬불꼬불 언덕길을 올라 차마객잔으로

 

  차가 중덴(中甸)으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을 때, 기름도 넣고 볼 일도 보기 위해 조그만 주유소에 차를 대었다. 얼핏 커다란 바위 위에 하얀 야크상을 만들어 세워 놓은 것이 보인다. 야크(Yak)는 티베트와 히말라야 주변, 티베트어를 사용하는 몽골에 주로 사육되는 긴 털을 가진 소의 일종으로 티베트의 상징이기도 하다. 중덴은 바로 샹글리아로 개명된 지역 이름이다.

 

  얼마 안 가 다리 옆에 차를 세웠는데, 그곳이 바로 매표소였다. 이미 빵차가 4대 와 있었는데, 그 차는 우리로 치면 다름 아닌 사륜구동의 9인승 카니발을 닮았다. 중국에서 손님을 태우고 산길이나 험한 길을 마구 달린다. 기사 중에는 여자기사도 끼어 있어 대단하다고 느꼈다. 한 대에 여섯 명씩 나누어 타라고 해서 가지고 갈 짐을 정리하여 뒷좌석에 올라탔는데, 늦었다고 바로 출발이다.

 

  오른쪽 진사강(金沙江)을 끼고 호도협으로 가는 길을 따라 동쪽으로 가는데, 얼마 없어 길이 막혔다. 길게 늘어선 차들은 도로 언덕에서 바위가 흘러내려 치우는 작업 중이어서 멈춰섰다 한다. 언제 끝날는지 기약 없이도 대수롭지 않은 듯이 서있는 것으로 보아 자주 있는 일인 것 같다. 날은 벌써 시나브로 어두워지는데 다행히 얼마 안 되어 길이 트이고 출발이다. 가다 보니 공사를 마친 불도저가 오고 있고, 길옆에 밀어놓은 바위덩어리들이 보인다.

 

  11km 지점 상호도엽에 이르러 왼쪽 시멘트 포장길로 방향을 바꿔 오른다. 급경사를 오르기 위해 길은 꼬불꼬불 나 있다. 완전히 어두웠으면 잘 모르겠지만 비포장도로에 이르러 오른쪽으로 돌 때 보니, 진사강까지 천 길 낭떠러지다. 조금만 운전대를 잘못 돌리거나 차가 고장이 나면 큰일이다. 그래서 일정상에는 한 시간 동안 걸어서 올라갈 걸로 계획이 되었던 것이다. 나중에 얘기를 주고받아 알았지만 모두들 손에 땀을 쥐고 치른 가장 짜릿했던,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이라 했다.

 

 

 

♧ 별이 쏟아지는 차마객잔

 

  맨 먼저 도착하여 더듬더듬 식당을 찾아가 배낭을 벗고 손에 밴 땀을 씻고 기다렸으나 한참이 되었는데도 뒤차가 오질 않는다. 은근히 걱정이 되는데, 잠시 후 한 대씩 감질나게 오더니, 마지막 차는 예약된 빵차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1시간 정도 후에야 와, 그제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식당에는 서양인 팀들이 많이 있었는데, 모두 식사를 마치고 나가버려서 우리만 남아 위험했던 순간의 이야기꽃을 피우며 떠들 수 있었다.

 

  오골계라고 해서 아주 작은 닭만 머릿속에 떠올렸는데, 나온 걸 보니 그냥 토종닭이다. 털과 살갗이 까만색이어서 오골계로 부르는 모양이다. 마늘까지 넣어 우리나라에서 백숙 삶는 식으로 푹 고왔는데, 김치도 있어 소주와 곁들이니 최고의 만찬이 되었다. 객잔(客棧)은 중국에서 여관 또는 하숙집을 이르는 말로, 이곳 차마객잔은 ‘차마고도를 가는 사람들이 이용하는 집’으로 산골짜기지만 전기가 들어오고, 최근에 리모델링 해서 샤워실을 갖추고 전기장판까지 갖춘 제법 괜찮은 여관이었다.

 

  밤 12시가 되여 옥상 별 보는 전망대에 오르면 찬란한 별빛이 요란하게 쏟아진다는 가이드의 말을 믿고는 몇 사람을 부추겨 올라갔다. 고산지대의 맑은 공기는 시계에 아무런 장애를 주지 않아, 또랑또랑한 별빛들이 말을 건네올 듯하다. 늦게 올라온 여자 회원이 북두칠성을 비롯한 별자리를 확인하는 동안에 보일 듯 말 듯했던 별까지 빛을 발해, 밤새 하늘을 저속 촬영한다면 아름다운 그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방으로 들어가 간단하게 샤워를 끝내고 잠자리로 든다.

 

  언제 밝았는지 모를 정도로 숙면을 하고 아침에 일어나니, 맑은 공기가 상쾌하다. 서둘러 씻고 짐을 정리하여 옥상에 올랐는데, 어제 밤이라서 보지 못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바로 눈 위로 옥룡설산이 솟아 있고 주변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였다. 농가 서너 가호가 계단밭을 일구고 시골집처럼 나무들도 심어 놓았다. 아침 준비가 다 되었다고 내려가 버섯 넣고 쑨 죽과 삶은 달걀, 상큼한 차 등으로 아침을 마쳤다.

 

 

 

♧ 차마객잔을 떠나면서

 

  아침 식사를 모두 마치고 짐을 꾸려 옥상으로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는다. 설산을 배경으로 하여 찍는 동안에도 떠오르는 아침 해가 발하는 고운 빛 위로 구름이 흐르며 풍경을 바꿔 놓는다. 객잔을 배경으로 다시 한 번 사진을 찍고는 내려와 간단한 준비운동을 하고는 파이팅을 외치며, 고소증에 노출되지 않기 위해 ‘천천히! 천천히!’를 다짐하며 서서히 출발했다.

 

  마을의 주 농산물은 옥수수 같다. 이곳저곳에 옥수수가 쌓였던 곳이 보이고. 객잔에도 씨앗용 옥수수들이 매달려 있다. 그리고 집 울타리나 곳곳에 가죽나무와 산초나무가 보인다. 가죽나무는 봄에 연한 잎사귀를 따먹는 것이고, 산초나무는 열매를 빻아 향신료로 쓰는 것이다. 마을을 조금 벗어난 곳에는 특유의 무덤 형태가 보이고, 손바닥 선인장도 심어놓았다.

 

  마침 건기이고 건조한 지역이라 흙길은 걷기에 알맞다. 너무 앞서 빨리 걷는 것을 경계하면서 천천히 나아간다. 오른쪽 금사강 강줄기 너머 반공중에 옥룡설산의 웅장한 모습을 배경으로 가끔 계단식 밭에 익어가는 보리를 바라보며 걷노라니, 눈에 익은 고사리가 보인다. ‘지금쯤 제주에 있었다면 고사리의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었을 텐데….’ 하면서 고사리를 꺾어 만져 보며 길을 걷는다.

 

  여행으로 와서 그런지 아무래도 당시 사람들의 기분이 되어 걷지는 못하고 새로 바뀌는 풍경과 분위기에 감탄하며 사진 찍기에 바쁘다. 우리가 북동쪽으로 걸어가기 때문에 왼쪽으로는 하바쉐산(哈巴雪山), 그러니까 우리는 그 산의 아랫부분 2,800m 고지 정도를 걸으며 오른쪽 옥룡설산 위로 떠오르는 해가 그늘에 비치는 묘한 햇발을 보기도 하고, 아래로 구불구불 구비진 찻길이나 그림 같은 마을 풍경을 보며 걷는 것이다.

 

 

 

 

 

♧ 차마고도 - 김찬일

 

오랜 길이였다.

찻물마시며 마음 공부하는 티벳승 화두 같은 길이였다.

설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주문소리 따라가는

말발굽소리에는 차 향기 냄새가 짙게 났다.

 

중국공안이 고문하면서 “무엇이 무섭냐”고 묻자

“당신을 미워하게 될까봐 무섭다”고 답한

티벳승, 몸은 재가 되어 란찬강에 뿌려지고

산 구름 먹고 피는 붉은 고산 꽃은

설산으로 가지 못한 티벳승의

피멍울진 영혼이었다지

 

옌진 여자의 사랑은 소금에 있다.

남자의 사랑은 나귀와 같이 있고

가슴에서 짜낸 피땀으로 만든 천년의 염전은

여자가 경작하는 영혼의 밭이다.

매일 수십 번 씩 샘물 퍼 나르며

여자는 소금이 되었고 길은 남자에게 던져주었다.

 

나는 길이었다.

룽다와 타르쵸 나부끼는 순례의 날에

대지와 하나 되는 오체투지 하면서

나는 나의 길이지만 누구라도 걸어가는 길이 되었다.

 

 

* 색은 노랗지만 피뿌리풀을 닮은 꽃

 

 

♧ 중도객잔에서 쉬고 다시 빵차로

 

  가끔 보이는 오리나무나 잡목 외에는 대부분 나무가 자라지 않는 산비탈과 바위를 깎아 만든 길이다. 문명의 이기는 이곳까지 숨어들어 길 따라 나지막한 전신주가 있어 조그만 마을에 전기를 끌어들이거나 파이프로 물을 땡기고 있다. 아직 철은 일렀으나 꼭 피뿌리풀을 닮았으나 꽃만 노랑색인 것이 눈길을 끈다. 가이드가 대랑독(大狼毒)이라면서 전설까지 설명해 주었으나, 그 꽃과는 좀 달라 보인다.

 

  멀리로 앞이 트이면서 모퉁이를 돌아나가니 앞에 집들이 좀 보였다. 그곳이 우리의 목적지인 중도객잔이란다. 드디어 포장된 길에 이르러, 밭에서 일하는 아줌마와 옆에서 노는 어린이를 볼 수 있었고, 밭들이 이어진다. 다시 가죽나무가 보이고 집을 짓는지 굉음소리가 들린다. 조그만 마을이 나타나고 얼마 안가 중도객잔을 나타내는 ‘half way’라 쓰인 집으로 들어섰다. 꽤 오래된 집으로 흔들의자가 있고, 여러 가지 꽃을 심어 놓았다.

 

 

* 중도객잔의 모습 

 

* 중도객잔 화장실 창 너머로 보이는 설산

 

 

  2시간쯤 걸어 도착한 중도객잔에서 우리는 푹 쉬었다. 천천히 걸어서 그런지 아무도 고소증을 호소하는 사람 없이 흐뭇한 얼굴들이다. 이층으로 객실과 카페가 보였는데, 우리는 마당에서 1홉짜리 한라산 소주를 내놓고 자축했다. 화장실에 다녀온 회원이 창 너머 설산 풍경이 그만이라고 해서, 모두들 한 번씩 다녀온다. 옥수수와 고추를 매달아 놓은 것에서 시골집 향기가 났고, 포도나무나 금감나무 같은 눈에 익은 나무들도 정겨웠다.

 

  점심을 먹고 다시 샹글리아로 가야 해서 다시 빵차를 불러 타고 구불구불 열두 고개를 내려간다. 차마객잔에 오를 때와는 달리 그래도 포장이 잘 되어 있어, 내리면서도 그렇게 스릴은 못 느꼈다. 거의 냇가 가까이에 도착해서 호도협을 통해 나아간다. 호도협(虎跳峽)은 ‘협곡이 좁아서 호랑이가 뛰어 넘은 정도’라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험하고 아름답기로 이름난 계곡이다. 입구에 내려 사진을 찍고 다시 버스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 호도협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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