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아침
청송에 간 김에
주산지를 찾았다.
식전에 가는 길
아침 여명에 흩어진 구름이 붉게 빛나는데
가는 시간을 뺏길까 봐
차를 세우라고도 못했다.
4년 전에 갔을 때는
물이 층층이 괴여
왕버드나무가 모두 물속에 있었는데
올해는 가뭄으로
버드나무가 모두 물 위로 올라앉았다.
일행 중 더러는 물이 부족하여
기대치에 못 미친다고 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왕버드나무가 물 밖에 있는 것이 정상인지
물속에 있는 것이 정상인지 도무지 모르겠다.
♧ 주산지의 왕버들 - 권영호
시간의 속도를 끊임없이 기억하는
주산지의 왕버들 모자들,
백 년 동안 서로의 발을 묶고 사는 30수
외골수들이 모여 부동면이 된건 아닐까?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한 편의 영화 출현으로 셀 수 없는
발걸음들 불러 모아 살랑살랑
온 몸 흔들어 길을 넓힌다
왕버들이 쉼없이 판 한우물, 주산지
한 계절이 알록달록 곱게 차려 입고
손 배웅을 하는 뒤편에서 알게 모르게
적막의 깊은 뿌리가 조금씩 흔들리고 있음을
애써 모른 척, 못본 척 돌아선다
♧ 청송 주산지 - 靑山 손병흥
밤새 봄비가 내리다 그친 이른 아침나절
그리 가파르지 않은 경사길 올라 만나본
물속 잠긴 경이로운 향연 주산지 왕버들
흐릿한 하늘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물안개
울창한 숲 우뚝 선 기암괴석과 함께 어우러져
푸르고 맑아 더욱더 깨끗한 아름다운 신선세계
경북 청송 부동에 위치한 사계절 신비로운 호수
신선의 본향으로 고즈넉한 태백산맥에 똬리 튼
속세 멀리하려는 듯 산속에 숨겨진 아름다운 곳
산보하기가 좋은 몽환적인 분위기 천혜의 관광지
남쪽 바윗골에 자리 잡은 주왕산 국립공원 주산지
♧ 주왕산 - 제산 김 대식
깊고 깊은 산골
산 너머 또 산
굽이굽이 산으로 덮인
사과 고추 유명한 고장 청송
주왕산 입구
기암이 우뚝 솟아
장승처럼 오는 산객 반긴다.
대전사 들러 부처님께 합장하고
잘 다듬어진 등산로로 산길을 오른다.
아기자기 우람한 산 멋있는 기암괴석
시원스레 흐르는 주방천을 따라
여기저기 시원한 굴속 같은 협곡길
넘어올 듯 기암절벽이 병풍이구나.
이렇게 시원스런 폭포를 보았는가.
이렇게 멋있는 폭포를 보았는가.
장쾌하고 시원한 굴속 같은 제일폭포
아름다운 선녀탕 제이 제삼폭포
그냥 흐르기 심심하여 휘돌아 흐른다.
산속엔 낡은 절 개울가에 절 있다.
산 깊숙이 햇볕 잘 드는 곳
아담스런 마을 있다.
평화스런 마을 있다.
주산지를 가보라
고요한 연못에 물속의 왕버들
조용히 머리 감고 다소곳이 서 있는데
원앙새 물오리들 조용히 떠다닌다.
물속에도 산 있고 하늘이 있다.
물속에도 왕버들 늘어져 있다.
달기약수 마셔보라
톡 쏘는 그 맛 신기한 그 맛
천연의 사이다가 땅속에서 솟는다.
♧ 청송으로 가는 길 - 김종제
어느 날 네가 선 자리에
예고도 없이 찾아온 낯선 삶에게
결별이라는 수갑으로
덜컥 손목 채우고
발목에는
안녕이라는 쇠고랑 채우고
아무도 모르게 그곳으로 떠나가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살아 숨쉬다가
죄라는 죄는 모두 다 저질러
청송이라는 땅으로
지나버린 시간을
문득 묻으러 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거진 생生의 수풀을
휘적휘적 헤치고 가다가
손으로 건드린 것들 참으로 많았고
길도 아닌 생生을 걸어가다가
발로 차 버린 것들 억세게 많았으니
구불구불 주왕산 산길을 걸어 올라
주산지注山池 바라보면서
사랑에 대해서
너에 대해서
뼈속 깊이 뉘우치라는 것이다
물속에 뿌리박고 서 있는
왕버드나무를 바라보며
그와 똑같이 반성의 자세로
삶을 다시 꺼내 반추해 보라는 것이다
물속 독방에 홀로 갇혀
찾아올 누구 없이
고요하게 적멸해 보라는 것이다
♧ 집, 화엄경華嚴經 - 강만수
푸른 물로 찍어낸 저 하늘에 띄운 별 별빛에 술치네, 쏟아지는 별빛
별자리를 톱아보니 주왕산 주산지(注山池)에 찾아든 술 취한 진객이
취하고 취했는가 함께 취한 별들이 수수럭거리던
술잔에 떨어진 산벚나무 늙은 벚꽃잎 바람결에 긴 꼬리 술에 섞어 마셨네
♧ 나무가 사람에게 28 - 고광식
― 주산지(注山池) 버드나무
시퍼런 물속이다.
어느 해 봄 잠결에 떠돌던 내가
주왕산 바위를 휘돌아 지금은 푸른 물 가득 찬
주산지 속에 뿌리를 내렸다. 내 목숨이
깊은 물에 수장되어 물 밖으로 반쯤 드러나 있다.
왕이 되려다 꽃으로 피었다 한다. 주나라 재건을 꿈꾸다가 이 곳까지 쫓겨와 죽음을 맞은 주왕. 하늘로 치솟는 바위와 은밀한 굴속의 어둠이 산을 물어뜯고 있다. 계곡마다 밀착되어 꽃송이 후끈 피워 올리는 그 생명력에 그대들은 주왕산 가득 꽃잠 자는 전설을 깨우고 있다.
그러나 보아라. 물속에 수장되어
물관부의 뜨거운 몸부림으로 꽃 피우는 것을
4월의 숨결처럼 둘러쳐진 바위틈으로
끝없는 입속말에 귀기울이다가
그대들은 눈뜨지만 사실은
가파른 우리의 목숨들이 전설의 옷 짜는 것을
산의 치맛자락을 들춰보며 그대들은
사르락사르락 뿌리내린 우리를 닮기 위하여
깊어 가는 욕망만큼 전설을 만들어낸다.
우리들은 물위에서 가벼워진다. 하늘 끝으로 흩어지는 꽃향기가 낮게 낮게 산의 어깨를 문지르고 있다. 비가 내려 주산지 물 불어나도 우리의 꿈은 깊어 가는 물만큼 꽃송이 피워낸다. 주왕산 치솟는 바위마다 입속말 떠돌지만 꽃은 핀다. 시퍼런 물을 밟고 참을 수 없는 갈증으로. 살아야겠다.
꽃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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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0년 된 저수지 주산지(注山池)에는 버드나무 30여 그루가 물속에서 자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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