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국내 나들이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김창집 2015. 7. 27. 22:17

 

♧ 2015년 7월 25일 토요일 오후 4시

 

청송에서 외씨버선길 2코스를 걷고

점심을 먹은 후

꼬불꼬불 산길을 돌아

찾아간 곳

경주시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대왕암과 감은사는 나중에 보기로 하고

더 들어가 읍천항에 가니

거기서부터 바닷길을 열어

주상절리를 보며 걷는 길을 만들었다.

이름 하여 경주 주상절리 파도소리길.

 

 

주상절리는

단면의 형태가 육각형 또는 삼각형으로 된

기둥 모양을 이루고 있는 절리를 말하는데,

화산암이나 용암, 용결응회암 등에서 생긴다고 한다.

 

그 원리를 보면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지표면에 흘러내리면서 서서히 식을 때

그 과정에서 규칙적인 균열이 생겨 형성된 것.

용암은 표면부터 식을 때

대개는 균열이 육각형 모양으로 형성되고

깊은 곳도 식어가면서 큰 기둥을 만든다.

 

그러니까

식는 속도와 방향에 따라 주상절리의 모양과 크기가 다르다.

제주의 대포동이나 예례동 등에는

기둥 모양의 주상절리가 절벽을 이루며,

정방폭포와 천지연폭포에서도 더러 살필 수 있다.

 

 

그런데,

이곳에 있는 주상절리는

사진에 보다시피

누워있거나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다른 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모양이다.

 

열대야로 잠못 이루는 밤

그곳 파도소리길에서 찍은

시원하게 펼쳐진 바다풍경을 올려본다.

 

 

♧ 주상절리 - 김종제

 

돌기둥이 결코 아니다

저 밑바닥의 화구火口에서

불로 솟아올랐던 마음이

얼음과 부딪혀 찰나에 식어서

벽을 뚫지 못하고

그대로 쇠처럼 굳어진 것이다

두 번 다시 부러지지 않을 것이니

별리로 가슴 아픈 이라면

한 번쯤 탐내고 싶은

마음 얻을 육모 방망이다

물속에 뿌리박힌 심이다

단단한 중심이다

당신을 여기 서귀포 중문의

지삿개 석벽까지 오게 한 것은

저것이 내가 가진 마음이라고

불길을 이겨내고 허리 우뚝 새운 것이

꽃대궁 같지 않냐고

단지 한 사람만

두 발 딛고 설 수 있는 섬 같아서

의심하지 말고

내 마음의 머리 위에 올라서라

그곳에도 꽃이 피고

새 날아와 앉아 있는 것을

부정하지 말아라

생은 가파르고 마음은 깎아지른듯

해서 절벽을 보여주려는 것이다

물을 딛고 선

저 뜻이 너무 애틋하지 않는가

풍화로 칼날의 마음만 남았다

   

 

♧ 여름바다 - 이제민

 

태양이 이글거리는

무더위가 찾아오면

하나 둘씩 모여드는 사람들

작은 도시를 이룬다.

 

뙤약볕이 내리쬐는

온몸이 타들어가는 열기 속에

바다는 모처럼 긴 기지개를 켠다.

 

백사장은

알록달록한 꽃무늬로 물들고

바다는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천국이 된다.

 

밀려오는 파도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지르고

저 수평선 끝에서 부는 짭짤한 바람에

닫혔던 마음은 넓어져만 간다.

 

바다는 여름내

작은 도시를 이룬다.

 

 

♧ 여름 - 오순화

 

그늘이 그리움으로 자라는 계절

뜨거운 태양과 맞서

눈싸움하다 지친 발걸음

정신 차리라고 갑자기 달려온 먹구름

소나기 한바가지 퍼붓고 간다

 

바람이 살아 숨 쉬는 계절

멈춰선 가로수도 흔들려야 살아 있는 거고

숲에선 갈참나무도 흔들려야 한 뼘 커지고

바다에 잔잔한 물결도 파도치며 부서져야

그 탱탱한 심장소리 느낄 수 있지

 

태양이 살아 숨 쉬는 계절

온 몸을 뜨거운 꿈으로 채우고

단내 나는 땀방울 속에 영그는 꿈들

한걸음 한걸음 하늘 향해 소리쳐

젊음은 태양의 눈으로 사는 거지

 

처마끝 빗방울소리가 가쁜 숨을 재우고

뒤란에는 도란도란 꽃들의 함성

정성으로 커가는 들녘의 향기

초록이 지쳐 눕는 강가에 배롱나무꽃이

환장하게 곱다

여름사람, 여름사랑

   

 

♧ 그 바다에 서면 풍경이 된다 - 가향 류인순

 

울산 12경의 하나인 주전 바다 몽돌해변

파도소리 그리울 땐 에메랄드빛 동해바다 그곳에 간다

알알이 숨을 토하는 몽실몽실 몽돌 속삭임에

파도가 단숨에 달려와 껴안고 거품목욕 시켜주면

흑진주처럼 영롱한 빛으로 짜르르 짜르르 투명한 울음 운다

그 모습이 신기한 아이들 서넛이 까르르 웃으며 뛰놀고 있다

바닷가 돌 위에 앉아 휴식하던 갈매기들 덩달아 춤추며 재롱떨고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 바다를 거울삼아 분단장하고 있다

해변을 맨발로 걸으면 발아래 몽돌이 사륵사륵 간지럼 타고

새알같이 작고 둥근 몽돌은 만지기만 해도 기분 좋아진다

바위 사이로 작은 배가 지나고 파도와 맞서며 낚시 즐기는 사람

저 멀리 암초 위에 변함없는 모습 이득 등대가 동그마니 서 있다

바닷가 언덕에 앉은 소녀는 스케치북 꺼내 그림 그리고

그 옆에 한 사내가 연신 사진기로 바다를 담아내고 있다

스케치북에 내일의 희망이 움트고 사진 속에 세월이 담긴다

해질녘 잿빛 구름이 수평선 위에 달마중 나왔다

구름 속에 숨은 달이 한참 애태우다 아기 젖니 올라오듯 보이자

잿빛 구름은 달을 수평선에서 둥실둥실 한껏 밀어 올리고

제 할 일 다한 듯 저만치 달아나기 시작한다

어디선가 색소폰 소리 들려온다

한여름밤 '낭만과 추억이 머무는 곳' 이란 현수막 내걸고

주말이면 색소폰 라이브 연주 시작된다

달빛 아래 색소폰 선율 따라 흥얼흥얼 노래하는 사람들

파도가 몽돌 어루만지는 소리와 감미롭고 환상적인 색소폰 하모니에

연인들이 다정하게 손잡고 몽돌 위를 거닐며

파도소리 마신다, 사랑을 마신다

 

남실바람 부지런히 빗질하는 바닷가

저마다 사연 안고 왔다가 꿈꾸고 떠난 자리

온통 둥글다

돌들도 둥글고, 해안도 둥글고

사람들 머문 자리 추억들이 둥글다.

 

 

♧ 그대는 파도였을까 - 이영균

 

너의 거침없는 사나운 가슴팍

깎이고 페어도

묵묵부답 갯바위처럼

말없이 푹 파묻혀 버리고 싶다

아-- 이 여름

뜨겁게 타들어가는 갈증 밀어내줄

그대는 파도였을까

썰물 따라 수평선 넘어 간 새

어느새 하얀 날개를 펼쳐

바다의 긴 비행에서 돌아와

하늘 높이 맴돌던

팔월의 뜨거운 태양

바다 속으로 붉게 식어 간

그렇게 사납던 파도 지처 쓰러지고

노을 진 해변의 추억들

하나 둘 하얀 백사장에 눕는다

별이 하나씩 깨어날 쯤

아 그대는 시원한 파도였음을….

 

 

♧ 그곳에 가면 - (宵火)고은영

 

거칠 것 없는 세상 끝,

바다에 서 보라

남루하기 이를 데 없는 세상은 가고

 

쪽빛 푸른 파도에

모든 시름 던져 버리고 홀로 가 되어

가슴 트인 우주를 품는다.

한여름 더위도 맥없이 숨죽인 곳

우리의 삶이 눈물로 녹아내린 아픔

짜디짠 사연을 주워담은 곳

미움도 일순간이오.

욕망도 잊혀 가는 순간들

식음을 전폐하고 앉았어도 배가 부르다.

시원한 바람 날개에도

세상이 내 앞에 절명하며 고개 숙인 곳

아, 아 존재의 가벼움도 묻지 않는

바다의 깊은 위로와 포옹

바다가 나를 누이고,

세상에 시달린 추위에

평온의 하늘로 이불 덮어

무언의 고백 속에 꿈으로 엮어지는

가능성의 작은 씨 하나

희망으로 발굽에 굽이쳐 맴도는 곳

바다에 서면,

훠이, 훠이 자유로이 하늘 열리고

천상의 금빛 날개 달고

가슴이, 온 가슴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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