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오름 9기와 같이 올랐던 군산,
이렇게 멋지고 전망 좋은 오름에
그 동안 왜 못 왔던가?
해외에만 멋진 곳이 있는 것이 아니라
꼭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이렇게 좋은 곳이 얼마든지 있다던,
일행 중 어느 분의 말을 빌지 않드라도
너무 좋고 신났다.
그리고 물이 흐르는 안덕계곡에
발을 담그고 마신 제주막걸리.
그리고
모슬포에서 싸게 실컷 먹을 수 있던 회까지
생각만 조금 고쳐먹으면
매주 최고의 오름 산행이 된다.
♧ 산방산(山房山)에서 - 한승수
멀리 벌판에서 바라볼 때는
유채꽃 바다 너머
단정한 여인의 젖가슴처럼
수줍게 솟아 있더니
가까이 보이는 당신의 모습은
너무도 가슴 벅찬 정열의 여인
견딜 수 없는 뜨거움에
온 산에 불을 지폈나 보다.
솔바람 향기에
어지러운 마음 가다듬으며
한 걸음 한 걸음
고행의 돌계단 오르면
그대 뜨거운 가슴 식히려고
가슴 한 복판에 창(窓)을 내어
청정한 동굴 속 부처님 모시고
세상의 번뇌 씻어 내고 있구나.
나도 어느새
티끌 모르는 인간 되어
사계리 바닷가 내려다보니
아직 식지 않은 용암 재 위에서
*털 난 사람들이 발자국을 남기며
뚜벅뚜벅 걸어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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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리 해안에서 구석기시대 사람발자국화석 발견
♧ 사계바다 - 오석만
해변에 새겨진 발자국 따라
사계바다를 걸으면
태초에 꾸었던 꿈이 파도친다
바람에 새겨진 발자국 따라
사계바다를 날으면
나는 없어지고 갈매기 날아오른다
파도에 새겨진 발자국 따라
사계바다에 빠지면
바다는 하늘이 되고 나는 바다가 된다
구름에 쌓인 한라산
금방 솟아나 우뚝 선 산방산
바람 헤치며 두 손 잡는 형제섬
가슴에 새겨진 발자국 따라
사계바다를 걸으면
바람과 파도 그리고 바다가
내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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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사람발자국과 동물발자국 화석(천연기념물464호)이 사계해변에 있다.
♧ 사계바다 - 강연옥
더러는 분노로 흐려진 물빛도
파랗게 씻기고
얼어붙은 땅을 흘러온 시간도
하얗게 지우는
가장 낮은 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가슴 깊은 남자다
때론 하늘도 아픈지
천둥 번개 통째로 흔들어대며 내려와
새로운 세계를 여는 파괴의 절대음
우렁찬 파도소리
내가 슬프면 나보다 더 크게 울어주는
가슴 넓은 남자다
소금기 묻은 내 숨비 소리
바람에 실려 유채꽃 위를 날아가도
너를 알고서부터 산방산을 넘지 못하고
풀포기 자라는 형제섬에 누우면
수평선에서 붉은 심장 열어 보이는
가슴 뜨거운 남자다
희망보다 절망적일 때 더욱 그리웁고
태양이 뜰 때보다 질 때 더욱 아름다운
내 안에서 하루를 저물어 가는 남자, <아>
내 사랑 사계바다
♧ 한라산 - 제산 김 대식
남한에서 제일 높은 산이 어디든가?
우리나라 한반도
북에는 백두산 남에는 한라산
바로 한라산이지
한반도 최남단 제일 큰 섬 제주도
뱃길로 하늘길로 제주도에 당도하지
아름다운 제주 한 바퀴 돌고
성산포 일출봉 당도하지
아, 누가 저 산을 커다란 공으로 눌러놨지
아주 옛날 태초에
태양이 바다 위로 올라오다
용암 뿜는 한라산이 너무도 멋있어
그만 일출봉에 앉아 쉬고 말았지
그래서 일출봉이 태양 쉰 자국이래.
한라산에 올라보라. 한라산은 간데없고
비바람 구름뿐 좀처럼 그 모습 보기 힘들지
벼르고 별러 한라산을 찾았지만
높고 귀한 산인지라
아무에게나 문 열어 반기지는 않지.
특히 나 같은 속물들에겐
♬ 사랑의 기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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