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문학의 향기

이창선 시조집 ‘우리집 별자리’

김창집 2015. 12. 29. 10:25

 

이창선 시인이

첫 시조집 ‘우리 집 별자리’를 냈다.

 

1부 ‘길을 걸으며’

2부 ‘숨을 쉰다’

3부 ‘산다는 것은’

4부 ‘우리 집 별자리’

5부 ‘송악산’, 5부작으로 나누었다.

 

이창선 시인은

제주출신으로 제주돌문화공원소장을 지냈고,

계간 시조시학 2011년 봄호에

‘텃새’ 등으로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며

시조시인으로 등단했다.

 

도서출판 열림문화 刊, 8000원.

   

 

♧ 예감

 

어젯밤

폭풍우가

내 발길을

붙잡는다

 

자동차 시동 꺼져

안개등 깜박이듯

 

긴 여정旅情

내리는 비에

지智

정情

의意가 아리다

   

 

♧ 돌문화공원

 

사방으로 흩어진 한 생의 기억들이

여기와 내려앉자 묵언수행하고 있다

화산탄 쏘아 올리던 먹먹한 날 못 잊듯이

 

울음도 검붉으면 삼킬 수 없나보다

그 뜨겁던 돌덩이 서늘한 가슴에도

처연히 슬픔 간직한 온기가 스며 있다

   

 

♧ 오름 불꽃

 

방애여 방애불*이여

 

산담 밭담 훌쩍 넘어

 

금오름, 정물오름

 

새별오름 활활 탄다

 

진드기 딱 달라붙는

 

무진사랑 활활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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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애불 : 새로운 풀이 돋아나게 하기 위해 이른 봄 목장에 불을 놓는 일(새별오름 들불처럼)

   

 

♧ 가을 한라산

 

어머니 부름처럼

 

산이 나를 부른 뜻은

 

지금껏 무거운 짐 다 내려놓고 가라는

 

이순 길

 

거느린 하늘

 

날아가는 새 한 마리

 

 

♧ 사려니 숲길

 

숲길은 끊임없는 힐링의 안식처다

하늘을 떠받치듯 열병하는 나무들

말갛게

우려낸 바람

땀내마저 지운다

 

굽이 길 돌아보듯 하염없이 걸어가는

하나둘 펼쳐놓은 인연의 발자국들

새소리

솔바람소리

숲은, 나를 떠받드는

   

 

♧ 사라봉에 올라서서

 

아침에 피었다가

여직 지지 못한

노을빛에 나팔꽃

눈에 어린 거린다

산지항

뱃고동 소리가

대신 답하듯

 

새벽녘에 피어난

대문 밖 나팔꽃

뚜 뚜 뱃고동소리로

노을빛에 다시 피는

산지항

저녁 입항 배

마냥 꽃을 피운다

   

 

♧ 도두봉에 오르다

 

저 해역 향해 앉은 오름

 

수평선 처음 맞는

 

내항엔 정박한 배

 

갈매기 꿈을 쫓는

 

숫처녀 사랑 노래가

 

파도처럼 들린다

   

 

♧ 우리집 별자리

 

옛집 여름 마당에

 

멍석 깔고 옹기종기

 

시락* 타는 매운 연기

 

모기소리 잠재우고

 

아버지 설화 들으며

 

밤 지새던 그 별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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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락 : 까끄라기의 제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