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봄이 오는 바닷가
어제
고향 나들이로 첫 번째 들른 바다,
때 이른 햇살을 받아
이렇게 봄 물빛을 머금고 있었다.
오늘 돌아올 때
세차게 부는 남풍은
낮 기온을 19°C로 끌어올렸다.
오늘 밤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이 비 그치면
온갖 봄꽃이 명멸하리라.
♧ 봄 바다에서 - 이계윤
바닷물이 봄 바다 물이
맑은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물을 퍼다 부어
찌든 갯벌 구석을
씻어서 버리고 또 씻어서 버리고
섬뜩한 비수로
토막토막 자르고
창자를 갈라내어
은빛 물로 헹궈낸다
맑을 수밖에
바다는
제 마음속 이끼를
날마다 베어내고
하늘에서 내려온
은빛 칼 한 자루
휘둘러 물조차
갈라낸다
맑디맑게
♧ 봄 바다 - 김보경
그대 잔잔한 몸살은
가슴에 이는
그리움의 파문
신비한 환상의 쪽빛 푸르름은
가슴에 부푸는
영원한 보랏빛 꿈
여인의 속살 드러낸
모래밭엔
물속의 모래를 헤아리는
그리움만큼이나
숱한 외로움이 쌓였다
봄 햇살과 더불어
더욱 신비의 세계로만 빠져들고
모래밭과
하늘과
나 또한 물새가 되어
영원한 밀어를 나눈다
잔잔히 부서지는
소녀들의 재잘거림
원시 인디언 소녀보다
더 푸른 순수함으로
하얗게 풀어지는
백합 꽃송이 다발다발
♧ 봄이 움트는 바다가 그립다 - (宵火)고은영
문득 바다가 그립다
어느 거리쯤에서
염세적인 허공만을 헤매다가
등 돌리는 시간 너머 공간에
경계를 허물고 들어서는 푸른빛 바다
우울한 사고의 며칠 동안
암울한 절망이 오히려 환한 거리
무덤 같은 긴 터널에 갇혀있던
봉인된 계절이 움튼다
가난한 낯빛의 바다에도
새로운 계절은 연녹색 새움을 틔우고
물결무늬 사이사이 파란빛으로
너울너울 봄이 열리면
새로운 산란과 생성의 고리 안에
해초들은 더욱 파르라니 푸른 옷 입고
해안 가 마을 가득 쿵쿵 내려앉는 가슴
상큼한 봄 바다 내음으로 진동을 하고
바닷가 어귀 조랑말 울음 지천에 밴
새로운 생명들이 순산을 하리라
봄 빛 가득 순산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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