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디카 일기

봄이 오는 바닷가

김창집 2016. 2. 11. 17:22

 

♧ 봄이 오는 바닷가

 

어제

고향 나들이로 첫 번째 들른 바다,

때 이른 햇살을 받아

이렇게 봄 물빛을 머금고 있었다.

 

오늘 돌아올 때

세차게 부는 남풍은

낮 기온을 19°C로 끌어올렸다.

 

오늘 밤부터 비가 많이 내린다고 한다.

이 비 그치면

온갖 봄꽃이 명멸하리라.

   

 

♧ 봄 바다에서 - 이계윤

 

바닷물이 봄 바다 물이

맑은 것을

이제 알았습니다

사람들은

물을 퍼다 부어

찌든 갯벌 구석을

씻어서 버리고 또 씻어서 버리고

섬뜩한 비수로

토막토막 자르고

창자를 갈라내어

은빛 물로 헹궈낸다

맑을 수밖에

바다는

제 마음속 이끼를

날마다 베어내고

하늘에서 내려온

은빛 칼 한 자루

휘둘러 물조차

갈라낸다

맑디맑게

   

 

♧ 봄 바다 - 김보경

 

그대 잔잔한 몸살은

가슴에 이는

그리움의 파문

 

신비한 환상의 쪽빛 푸르름은

가슴에 부푸는

영원한 보랏빛 꿈

 

여인의 속살 드러낸

모래밭엔

물속의 모래를 헤아리는

그리움만큼이나

숱한 외로움이 쌓였다

 

봄 햇살과 더불어

더욱 신비의 세계로만 빠져들고

모래밭과

하늘과

나 또한 물새가 되어

영원한 밀어를 나눈다

잔잔히 부서지는

소녀들의 재잘거림

 

원시 인디언 소녀보다

더 푸른 순수함으로

하얗게 풀어지는

백합 꽃송이 다발다발

   

 

♧ 봄이 움트는 바다가 그립다 - (宵火)고은영

 

문득 바다가 그립다

어느 거리쯤에서

염세적인 허공만을 헤매다가

등 돌리는 시간 너머 공간에

경계를 허물고 들어서는 푸른빛 바다

 

우울한 사고의 며칠 동안

암울한 절망이 오히려 환한 거리

무덤 같은 긴 터널에 갇혀있던

봉인된 계절이 움튼다

 

가난한 낯빛의 바다에도

새로운 계절은 연녹색 새움을 틔우고

물결무늬 사이사이 파란빛으로

너울너울 봄이 열리면

새로운 산란과 생성의 고리 안에

해초들은 더욱 파르라니 푸른 옷 입고

 

해안 가 마을 가득 쿵쿵 내려앉는 가슴

상큼한 봄 바다 내음으로 진동을 하고

바닷가 어귀 조랑말 울음 지천에 밴

새로운 생명들이 순산을 하리라

봄 빛 가득 순산을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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